Column

카리스마의 진정한 의미 

 

김경원 대성합동지주 사장

동유럽의 여러 국가 중 이름에 ‘가리’가 들어있는 나라가 둘 있다. 바로 ‘헝가리’와 ‘불가리아’다. 이들 두 나라 국민은 대다수가 출생 때 엉덩이에 ‘몽골반점’이 나타나고 언어도 이웃 나라와 달라 ‘인도유럽어’가 아니라 우리처럼 ‘우랄알타이’어다. 해서 이 두 나라의 건국세력이 ‘말갈족’ 등 동방에서 온 몽골계란 설이 유력하다.

이런 주장의 옳고 그름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들 나라 이름에 들어가는 ‘가리’라는 말의 어원이 흥미롭다. 이는 고대 몽골어로 ‘화살’을 가리키는 ‘가로’에서 왔다고 한다. 원래 몽골족의 특징은 정복 전쟁 때 어느 지역을 점령하면 원정군의 대장이 자신의 이름을 새긴 ‘화살’을 부하에게 주면서 그곳을 다스리게 하고 다음 정복지로 떠나는 것이었다. 후세로 가며 이 화살이 ‘다스림을 위임받은 땅’이라는 뜻인 ‘가리’가 되었다고 한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시내에 나가보면 여기저기 총선에 출마하고 싶은 예비 후보자의 대형 사진이 붙어있다. 이번 총선을 이끌 각 당의 리더급 인사에 대한 인물평도 여럿 눈에 띈다. 그중 ‘카리스마가 있는’이란 표현도 자주 나온다. 원래 ‘카리스마’라는 말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됐다. 올림푸스의 ‘으뜸신’은 아니지만 ‘버금신’인 아이글리아, 에우프로시네, 탈리아 등 세 자매는 ‘카리스 또는 카리테스 여신’이라 불린다. 그들은 으뜸신의 몸치장을 돕는 일을 하지만 그 자체로는 매력, 아름다움, 다산 등을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영어 이름은 ‘그레이스’ 즉 은총의 여신들이다. 이 여신들의 이름에서 ‘카리스마’가 나왔고, 당연히 그 뜻은 ‘하느님으로부터 (거저)받은 은총’이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친절’ ‘선의’라는 뜻으로도 쓰였다. 그러던 것이 독일의 막스 베버가 그 뜻을 정치적인 영역으로 확장해 현재는 리더의 ‘권위’나 거부할 수 없는 개인적 매력의 의미로 쓰고 있다. 실제로 ‘카리스마’의 뜻을 웹스터 사전에선 공적으로는 ‘정치인 등 한 개인에게 대중의 충성심과 열광을 유발하는 리더십의 마법’, 사적으로는 ‘특별하게 끌리게 하는 매력이나 호소력’을 뜻한다고 적고 있다.

우리나라 재계에서 CEO 등 최고경영진의 리더십을 표현할 때도 이 단어는 꼭 나온다. 그런데 장기간 이어지는 불황의 탓인지 언제부터인지 이 단어는 ‘공포’라는 단어와 연관되기 시작했다. ‘카리스마가 강한 리더’의 이미지는 ‘큰 비전과 능력을 바탕으로 경영상의 난관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해 나아가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래의 반발 같은 것은 무시하거나 필요시 무자비한 강제력으로 누르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경영의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리더십은 위기시에는 잠깐 위력을 발휘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달라진다. 조직의 자발성과 창의성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수없이 많다.

그러므로 앞서 언급한 몽골계 부족의 ‘화살’처럼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원하는 CEO의 카리스마는 주주로 받은 권위를 상징하는 ‘칼있으마’에 머물러야지 언제든지 공포의 수단을 행사하겠다는 ‘칼을쓰마’가 돼선 곤란할 것이다. 그리고 카리스마의 원래 뜻은 ‘은총’과 여기에서 비롯된 ‘친절’이 아니던가?

- 김경원 대성합동지주 사장

1326호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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