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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주 기자의 글로컬컴퍼니 | 윌로펌프㈜] 세상에 없는 고효율 모터의 선구자 

에너지 효율, 사용자 편의성, 친환경 재질 강점 ... 사물인터넷 적용한 펌프 첫 상용화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윌로펌프 김연중 대표. / 사진:임현동 기자
건물 옥상마다 물탱크가 놓인 시절이 있었다. 수도를 퍼 올려 탱크에 담아두고 쓰는 방식이다. 그러나 층마다 수압이 다르고 고여둔 물의 위생 상태가 문제였다. 어떤 층에서 세게 나오던 물이 다른 층에선 힘없이 흘러내렸다. 언젠가부터 이런 물탱크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건물마다 부스터펌프를 설치하면서부터다. 지하실에 설치된 부스터펌프는 모든 층에 고른 수압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물탱크에 고인 물이 상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런 변화를 몰고 온 기업이 있다. 144년 전통의 독일계 펌프 전문기업 윌로펌프㈜다. 이 회사는 한국의 빌딩숲 스카이라인에서 옥상 물탱크의 그림자를 지웠다.

윌로펌프는 또 다른 모습도 지우고 있다. 건물 관리인이 어두컴컴한 지하실을 오르내리며 수압이나 펌프의 상태를 점검하는 장면이다. 윌로펌프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관리통제실 모니터나 휴대전화 화면으로 빌딩의 수처리 상황을 한눈에 알아보고 펌프를 작동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 윌로펌프는 기계·유압 부문보다 더 많은 연구개발비를 전기·전자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사용자 편의성을 증대하기 위한 사물인터넷(IoT) 활용 펌프가 현재 주력 연구개발 대상이기 때문이다.

윌로펌프의 연구개발 방향은 ▶사용자 편의성 증대 ▶친환경 재질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요약된다. 인터넷 기술을 기계 제품인 펌프에 적용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친환경 소재로 깨끗하고 안전하게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에너지 효율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과거 펌프는 무겁고 녹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있는 주물로 많이 만들었다. 현재 윌로펌프는 친환경 소재인 고강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펌프를 만들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요즘 펌프가 다 이렇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윌로펌프가 연구·개발하기 전까지 이런 펌프는 세상에 없었다.

전기·전자 부문 연구개발에 더 많이 투자


▎윌로(wilo)그룹 독일 도르트문트 본사.
특히 모터효율 측면에서 윌로펌프의 기술력은 경쟁사보다 몇 단계를 앞선다. 모터 기술이 뛰어날수록 에너지 소모 대비 출력을 의미하는 효율이 높아진다. 현재 한국에서 통용되는 37kw 이하 펌프에 사용되는 모터의 일반적인 효율등급은 ‘IE 2’다. 한국 정부는 오는 2018년부터는 37kw 이하 펌프 제품에도 ‘IE 3’등급 모터를 사용하도록 규제할 예정이다. 윌로펌프는 한 발 앞서서 22kw 이하 펌프에 대해서도 ‘IE 3’등급을 적용했다. 연구개발은 더 앞선다. 윌로펌프는 이미 ‘IE 4’등급 모터를 개발 중이다. 독일 윌로그룹에선 현재 ‘IE 5’등급을 개발 중이다. ‘IE 5’등급은 아직 한국에서 기준조차 정하지 못할 정도의 고효율이다. 윌로펌프는 한국 기업보다 몇 발자국 앞선 기술을 선보이면서 유관 산업계에 강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용어해설 참조].

윌로펌프가 개발하는 생활용 펌프는 글로벌 수준이다. 지난해 모기업 윌로그룹의 생활용 펌프 글로벌 연구개발총괄센터를 한국에 유치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생활용 펌프 부문에서 세계 생활용 펌프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 때문에 윌로펌프는 한국 펌프 기술의 견인차로 인정받고 있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펌프 제어 역시 세계 펌프 기술을 압도하고 있다. 전기·전자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펌프에 적극 적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것이다.

윌로그룹은 몇 차례 사업분야 혁신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처음엔 구리와 황동 제품 제조로 시작했다. 파이프 생산에 이어 난방과 급수 환경을 개선하는 기업으로 주력 업종을 바꾼 뒤 펌프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윌로그룹은 펌프 제조로 큰 성공을 거둬 현재와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윌로그룹은 펌프 제조에 안주하지 않고 또 한번 혁신을 시도했다. 현재 주력하는 분야는 빌딩서비스·수처리·산업용 펌프 및 시스템이다.

윌로펌프는 2000년 LG그룹과 50대 50으로 출자해 만든 윌로그룹의 한국법인이다. 2004년 윌로그룹이 지분을 전량 인수해 윌로펌프㈜ 단독 브랜드로 태어났다. 초기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2007년 ABB코리아 부사장을 역임한 현 김연중 대표가 취임하면서 큰 변화를 맞았다. 취임 당시만 해도 직원들의 사기가 낮고, 시장 환경이 상당히 어려웠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기보다는 연구개발 강화를 통해 새로운 동력 확보에 나섰다. 이런 원칙에 따라 현재까지 윌로펌프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구·개발비를 대폭 증액하고 연구개발 인력 확보 등 투자를 확대했다. 현재 전 직원 400여 명 중 연구개발 인력이 10%대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연구개발 강화 전략은 새로운 제품 개발로 이어져 기존에 경쟁사들과 70~80% 겹치던 제품 비율이 20~30%로 떨어졌다.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를 볼 수 있게 경쟁 환경을 바꿔냈다. 김 대표는 “이는 ‘Generation Shift’ 전략으로 승부수였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에서 품질·서비스 경쟁으로


윌로펌프는 블루오션을 창출하고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주력했다. 성장이 정체된 줄만 알았던 전통산업인 펌프 시장에서 연 12% 성장을 이뤘다. 2008년부터는 과거 부실을 모두 털어내고 성장일로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재무 불안에 시달리던 윌로펌프는 일약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법인으로 주목받았다. 이는 한국지사 직원들이 아시아태평양과 그룹 조직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윌로펌프는 2013년 400억원을 들여 원래 있던 김해에서 부산 미음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했다. 공장을 새로 지으면서 기존 생산라인 확대에는 30%만 투자했다. 이보다 많은 70%는 새로운 제품 생산시설에 투자했다. 공장 이전이라기보다 새로운 사업을 펼치겠단 의미다.

- 박상주 기자

국제효율(IE)표준: 국제전기표준회의(IEC)에서 효율에 따라 전동기(모터)를 분류한 국제효율 표준. 등급에는 IE1(표준효율 전동기), IE2(고효율 전동기), IE3(프리미엄 고효율 전동기), IE4(수퍼 프리미엄 고효율 전동기) 총 4가지가 있다. 한국은 최저 효율제(IE2 수준)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2012년부터 3년 간 임의인증으로 IE3마크를 부여하고 2015년부터는 단계적으로 프리미엄급(IE3급)모터 생산·판매를 의무화해 저효율 모터를 시장에서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1328호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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