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이신형 뉴프런티어푸드 글로벌 대표] 한국산 김으로 세계 시장 개척 

오션스헤일로 브랜드로 스타벅스 매장에 공급... 연간 2~3배 성장 기대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이신형 뉴프런티어푸드 글로벌 대표가 4월 27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한국산 김으로 만든 과자 상품을 보이고 있다. 왼쪽은 제품 개발에 참여한 이 대표의 아들 종민군.
한국의 김 역사는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인조 시절인 1640년경 일본의 침략으로 전남 광양으로 피난 간 김여익이 겨울철 해안가에 나뭇가지에 달라붙은 파란 풀을 뜯어 먹기 시작한 게 시초다. 김여익은 김 양식법을 발전시켰고 나중에는 임금 수라상에도 올랐다. 사람들은 김여익의 성을 따 바다에 나는 파란 풀을 ‘김’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전에는 해의(海衣)·해태(海苔)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한국산 김은 지난해 최초로 수출액 3억 달러를 달성했다. 2010년 1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5년 만인 지난해 3억500만 달러(약 3760억원)를 기록했다. 가파른 수출 증가는 미국과 유럽에서 그동안 ‘블랙페이퍼’라며 혐오 식품으로 불렸던 김이 단백질과 미네랄, 비타민까지 들어 있는 친환경 건강식으로 자리매김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새로운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는데 주요 생산국인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중국의 해양 오염 문제로 한국산 김은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김은 주로 한·중·일 3국에서 생산된다.

아이디어 하나로 김 생산업체 설득

급성장하는 한국 김 업계에서 최근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이 있다. 스타벅스에 한국산 김을 납품하는 데 성공한 이신형(44) 뉴프런티어푸드 글로벌 대표다. 이 대표는 미국 유학파 출신으로 P&G·LG전자·한미약품 등에서 해외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 창업을 했다. 그동안 김 판매업자는 양식장인 전남 진도·완도 주변에서 수십 년째 가업을 이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대표는 미국 조지타운대 경제학과 동기와 친구 4명과 함께 2012년 회사를 차렸다. 그전에는 김 양식장 주변에 가본 적도 없다. “아빠가 된 동기들과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아이들 간식을 만들다가 창업 아이템을 발견했죠. 미국에서도 아시아인이 늘면서 김이 점차 대중화됐어요. 아이들 학교에 가면 도시락에 김이 많이 눈에 띄었죠.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김을 건강에 좋은 ‘수퍼 푸드’로 인정하면서 시장 가능성을 봤죠.”

법조인·컨설턴트 등 각자 길을 가던 동기들은 모두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인터넷을 뒤져 한국에서 김을 생산하는 업체 50곳을 찾아냈다. 전화를 걸어 “한국산 김이 미국에서 난리다. 김 재료를 공급받고 싶은 데 한번만 만나 달라”고 설득했다. 50곳 중 승낙한 업체는 단 2곳이다. 동기 4명 중 3명은 바로 인천공항행 비행기에 올랐고, 도착하자마자 충남 홍성군의 김 제조 공장으로 차를 몰았다. 자정 무렵 업체 대표를 만나 설득한 끝에 납품 허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는 모두 직장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머물 시간이 이틀 밖에 없었다”며 “아무런 실체도, 자금도 없었지만 업체 대표가 아이디어 하나를 믿고 투자를 결정해줬다”고 말했다.

뉴프런티어푸드가 만든 김 브랜드 ‘오션스헤일로’는 한국인 밥상에 오르는 상품과는 다르다. 두껍고 달착지근한데다 중간에 아몬드가 들어가 씹히는 맛도 있다. 한국 김 업체와 함께 재료 선정부터 생산까지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맞췄다.

오션스헤일로는 2014년 5월 미국 스타벅스 판매를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한국 스타벅스 매장으로 역수출됐다. 앞으로 말레이시아·홍콩 등 아시아 스타벅스 매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스타벅스 외에도 코스트코·홀푸드·세이프웨이 등 대형마트에도 2013년부터 납품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000만 달러(약 123억원)로 연간 2~3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올 예상 매출액 1000만 달러


연고도 없던 김 업계에 뛰어들어 4년 만에 새로운 김 수출 길을 개척한 이 대표는 “창업 과정이 대학 시절 동기들과 팀 프로젝트를 하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창업할 거면 즐거운 아이템을 선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창업은 고독한 싸움”이라고도 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기에 자신이 없는 아이템이라면 후회와 절망만이 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로부터 들은 창업 비법을 정리했다.

①공동 창업자를 활용하라: 뉴프런티어푸드는 조지타운대 경제학과 동기와 친구가 시작했다. 학부 졸업 후 동기생은 로스쿨로 진학하거나 대기업 회계 담당 직원이 됐다. 각자 다른 분야 길을 걷던 친구들이 모이니 대기업 못지않은 전문 조직이 구성됐다. 개인당 초기 창업 자금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②기존 업체 파이를 뺏을 생각 말라: 오션스헤일로의 첫 제품은 김 가루로 만든 크래커 형태의 스낵 상품이다. 기존 상품처럼 감자칩 형태에 김 가루만 얹는 상품이었다면 미국에서도 많은 견제를 받았을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이 대표는 관련 상품 박람회에 찾아가 기존 업체 관계자에게 배우는 자세로 접근했다. ‘내가 개발한 새로운 상품으로 시장을 흔들겠다’가 아니라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어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③아이디어는 바로 테스트하라: 창업 아이템이 있다면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구에게 바로 보여라. 혼자만 갖고 있던 생각이라면 실패할 확률도 높다. 가까운 사람이 가장 직설적인 첫 소비자일 수 있다. 반응이 좋으면 창업 자금도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투자받을 수 있다. 상품이 나온다면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에서 먼저 테스트해야 한다. 그래야 전국으로 뻗을 수 있다. 오션스헤일로도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보다 네브래스카나 텍사스에서 먼저 테스트를 거쳤다. 소수 입맛에 맞아야 다수도 좋아한다.

④첫 사업비용은 최대한 적게 시작하라: 처음부터 다른 사람 돈으로 많은 비용을 들이면 사업 초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시간이 줄어 든다. 대신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시간을 빼앗긴다. 이윤이 나오는 목표 시기는 창업 이후 3~5년으로 넉넉히 잡는다. 미국에서도 실리콘밸리 기업을 포함해 창업을 하면 3~5년 간 남모르는 외로운 시간을 거친다. 이를 위해 개인 저축이나 가족의 지원, 친구나 지인의 엔젤펀딩 등으로 전문 기관이나 정부 지원 없이 홀로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자본을 마련해야 한다.

-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1333호 (2016.05.0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