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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가&혁신가 | 이도링크 신필순·권종만 대표] 기술 수준? 타이밍도 중요하죠 

사물인터넷 시장 열리며 솔루션 기업으로 각광... 정교한 통신 기술이 무기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이도링크 신필순(왼쪽)·권종만 대표.
“IT 기업은 얼마나 좋은 기술을 개발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걸 언제 개발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힘들게 기술을 만들었는데, 이미 시장에 더 좋은 기술이 등장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반대로 제대로 된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기술을 개발해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어느 쪽이든 자금력이 약한 IT벤처에게는 악몽 같은 일이지요.”

사물인터넷 솔루션 기업 이도링크 신필순 공동대표는 ‘사업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던 차에 때마침 사물인터넷 시장이 열리면서 많은 기회가 열렸다는 것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 번 큰 어려움을 겪어서다.

현재 이도링크의 공동대표인 신필순·권종만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알카텔 루슨트’라는 외국계 통신 솔루션 회사에서 만났다. 당시 신 대표를 눈여겨본 권 대표가 창업을 제안해 2008년 한 회사를 창업했다. 3D영상 콘텐트를 제작 보급하던 회사였는데 좋은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3D 분야가 생각처럼 빠르게 크지 않아 회사가 잘 성장하지 않았다. 두 대표는 2012년 운영하던 회사에서 IT통신 기술 분야만 따로 분사해 지금의 ‘이도링크’를 창업했다.

30cm 범위까지 정교하게 위치 파악


이전 창업에서 많은 수익을 올리진 못했지만 가지고 있던 기술은 끝까지 지켜냈다. 그게 오늘날 이도링크가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이도링크가 가진 핵심 기술은 크게 2개 분야다. ‘실시간 위치 추적 시스템(RTLS)’과 ‘저전력 장거리 통신(LPWA)’ 기술이다. 모두 사물인터넷의 핵심이 되는 기술이다. RTLS는 말 그대로 특정 기기를 가진 사람이나 물체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내는 기술을 말한다. 물론 이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국내에도 많다. 하지만 이도링크는 기존 기술에 정교함을 더했다. 30cm 범위까지도 정교하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한 대표 사례가 최근 지어진 삼성 래미안, 코오롱 하늘채 아파트에 있는 ‘원패스 시스템’이다. 얇은 카드지갑 크기의 기기를 보유하고 있으면 아파트의 어떤 시설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예컨대 기기를 가진 사람이 차를 타고 주차게이트에 접근하면 바가 올라가고, 중앙현관에 접근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식이다. 따로 카드를 대거나 버튼을 누르지 않고 가까이 가기만 하면 된다. 기기에 개인 정보를 입력하면 엘리베이터에 타기만 해도 자동으로 자신이 거주하는 층수의 버튼이 작동하기도 한다.

RTLS가 지금까지 이도링크 성장의 발판이 됐다면, LPWA 기술은 앞으로 이도링크를 발전시켜 나갈 잠재력이 큰 기술이다.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하면서, 더 긴 거리의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사물인터넷은 사물 각자가 통신 기능을 갖추고 네트워크로 연결시켜주는 걸 말한다. 이 때 사물이 너무 많은 전력을 소모하거나 통신이 가능한 거리가 너무 짧다면 있으나 마나 한 기술이 되는 것이다. 이도링크는 아주 적은 전력을 소모하면서 2~3km 떨어진 사물 간에도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은 주로 위험도가 높은 산업 현장에 적용된다. 가스 누출을 감지하는 센서에 LPWA 기술을 적용하면 수년 동안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고도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데이터로 받는 일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어린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일에도 이 기술이 사용된다. 밴드 형태로 된 기기를 차고 있으면 위치를 추적해 위험한 장소로 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RTLS와 LPWA 분야 기술력의 핵심은 크게 3가지다. 얼마나 정교한 범위에서 통신이 가능한지, 얼마나 작게 만들어 휴대가 간편하게 만드는지, 얼마나 적은 전력으로 통신이 가능하게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신 대표는 “이 3가지 기준으로 볼 때, 국내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고, 세계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만한 기술을 가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도링크가 가진 기술은 사물인터넷 분야의 원천 기술에 해당한다. 앞으로 적용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권 대표는 “시장이 기하급수로 크는데 어떤 사업부터 손을 대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새로운 분야를 발굴해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운동선수의 몸이나 장비, 공에 우리 기술을 적용하면 굉장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 선수가 얼마를 뛰었는지, 어떤 경로로 움직였는지를 파악해 전술을 짜거나 더 나은 방향으로 훈련하는 게 가능하다. 보안이 중요한 연구소에 적용하면 패스를 소유한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구분하고 동선을 파악해 기술 유출을 막는 데도 유용하다. 현재 적용을 검토 중인 분야들이다.”

이도링크는 이제 더 큰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 최근 모바일월드콩글레스(MWC)와 세계소비자가전쇼(CES) 등에 자사의 제품을 출품해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CES에서는 다기능 모바일 충전 스테이션 제품 ‘미스터 에브리씽’을 선보여 ‘포터블 파워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무선통신 충전기 출품해 CES서 혁신상 받아

작은 박스 형태의 ‘미스터 에브리씽’은 일종의 움직이는 충전소다. 커다란 배터리로 스마트폰·노트북 등을 들고 다니며 충전할 수 있게 만든 기기다. 무선충전·스피커·LED램프 기능을 모두 포함해 캠핑이나 여행을 갈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자동차의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는 점퍼를 이용해 임시 배터리 역할도 가능하다. 깔끔하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많은 얼리어답터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퀵스타터’에 올려 10만 달러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신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창업 선배들로 부터 “글로벌 비즈니스에서는 기술력 못지 않게 신뢰가 중요하다”는 조언을 많이 들어서다. “해마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IT 기업이 많습니다. 글로벌 업체들과 협업할 때는 한 회사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기술에 주력하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요. 꾸준히 내공을 쌓고, 더 많은 기회를 얻어 이도링크를 알릴 생각입니다.”

-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1333호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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