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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주목하는 창업보육 업체 5선] 공간·네트워크·투자 삼박자 지원 

벤처캐피털 등 심의 거쳐 선정, 고가 전문가용 소프트웨어 활용 가능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테헤란밸리’. 한국판 실리콘밸리라는 의미로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를 이르는 말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IT 기업의 메카로 군림했지만 2010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네오위즈·엔씨소프트 등이 빠져 나가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타트업 기업의 요람 역할을 하는 BI(business Incubating, 창업보육) 업체들이 이곳에 속속 둥지를 틀면서 테헤란로가 제2의 테헤란밸리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 입장에선 BI의 지원 업체로 선정되기만 하면, 사무실 공간뿐 아니라 투자 유치, 네트워킹, 마케팅까지 다각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 기업의 ‘로망’으로 꼽히는 테헤란밸리 인근 잘나가는 창업보육 업체 5곳을 소개한다.

마루 180: 아산나눔재단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마루 180’은 민간 종합 인큐베이팅 센터다. 산등성이의 가장 높은 곳을 뜻하는 ‘마루’에 역삼로 180번지의 ‘180’이란 숫자를 붙여 이름을 만들었다. 마루 180 관계자는 “스타트업·벤처캐피털·액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모인 공간으로 교육·투자·네트워킹 등 창업과 관련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약 1090평 규모에 지하 1층과 지상 5층 규모로, 24시간 연중무휴 운영한다. 예비 또는 법인 설립 후 3년 이내(직원수 2~8명)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재단과 벤처캐피털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입주 업체를 선정한다. 입주한 기업들은 10만 달러 상당의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 등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입주 기간 내 홍보 이벤트를 개최할 경우 500만원 상당의 행사 실비를 지원받는다. 여기에 해외 출장시 사무 공간과 숙박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곳은 지난 2년 동안 86개 스타트업이 1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주해 740억 7000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하는 실적을 올렸다.

디캠프: 디캠프(D.CAMP)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만든 창업지원센터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창업 생태계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2년 5월 은행연합회 회원인 20개 금융회사가 출자해 만든 비영리재단이다. 디캠프의 김형기 매니저는 “창업 공간을 제공하고,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스타트업 투자를 유치하는 등 각종 창업 지원 활동을 하는 곳”이라며 “공간·네트워크·투자라는 창업 생태계 3대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창업 생태계 선순환을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곳은 매달 벤처캐피털 5곳과 청중 200명을 상대로 신제품 출시를 앞둔 벤처 업체의 제품을 시연하는 데모데이를 연다. 데모데이에서 선출된 1~2팀은 디캠프에 투자를 전제로 입주해 사무 공간을 제공받고 투자자·제휴사 연계, 홍보 지원 등의 서비스를 받게 된다. 여기에 디캠프로부터 최대 1억원까지 직접 투자도 받을 수 있다. 데모데이에서 선발된 업체가 아닌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나 디캠프의 멤버십에 가입한 사람도 협업 공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교육이나 세미나 등을 받을 수 있다.

팁스타운: 팁스란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의 약칭으로 정부와 엔젤투자사·엑셀러레이터가 함께 만드는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센터다. 운영사(성공 벤처인 주도 엔젤투자사나 벤처캐피털 등)가 유망 창업팀을 선별해 1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정부에 해당 팀을 추천하면 정부가 전문가 심사를 통해 창업팀을 최종 선정한다. 창업진흥원 관계자는 “엔젤투자사의 선별 능력과 보육 능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선정된 창업팀은 팁스타운이나 운영사 등에 입주해 멘토링과 함께 다양한 투자 지원을 받게 된다. 최장 3년 간 거주하면서 운영사의 초기 투자비 1억원 외 정부 지원금을 최대 9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의 R&D 예산 5억원과 창업진흥원의 창업자금 1억원, 엔젤투자매칭펀드 2억원, 해외 마케팅 지원금 1억원 등이다. 입주자는 팁스타운 내 사무공간을 평당 월 10만원의 가격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회의실·수면실 등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국내외 학술 자료 등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 네이버가 초기 단계의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육성하기 위해 만든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네이버랩스 김양하 매니저는 “다른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키워드는 ‘테크(기술)’와 ‘네이버’”라고 강조했다. 이어 “네이버의 공모나 심사를 거쳐 직접 투자 대상이 된 기술 스타트업이 입주 대상”이라며 “입주 업체는 네이버의 개발자·연구자가 보유한 경험과 지식을 전수 받고, 네이버의 플랫폼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곳 역시 입주 기업에 네이버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엔지니어링·UX 디자인·사업개발·특허 등 각 영역의 전문가를 초빙해 수시로 멘토링을 제공한다. 네이버와의 협업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네이버 스타트업 쇼케이스’를 개최하는 것도 이곳만의 강점이다. 입주 업체가 아닌 스타트업과 예비 창업자(대학생 포함)도 전용 업무 공간이나 라운지, 회의실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구글 캠퍼스 서울: 지난 2015년 5월 문을 연 ‘구글 캠퍼스 서울’은 세계에서 세 번째, 아시아에선 최초로 설립됐다. 설립 1년 만에 1만3000명 이상의 창업가·투자자·창업 준비자 등이 커뮤니티 회원으로 가입해 연간 450개 이상의 창업 관련 행사를 개최했다. 부모를 위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엄마를 위한 캠퍼스’, 세계 각지의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캠퍼스 익스체인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마루 180’이 선정한 업체에 한해 입주 공간을 제공한다. 입주 업체는 개발 앱과 프로그램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디바이스 랩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입주 업체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회원이면 누구나 스타트업 커뮤니티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는 이벤트 홀이나 캠퍼스 카페 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캠퍼스 서울 임정민 총괄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을 지원하고, 나아가 서울이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허브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1335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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