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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적은 유료 공유 오피스] 시간 단위로 빌리고 스낵바도 이용하세요 

국내외 기업 앞다퉈 서비스 … 보안·소음 문제 발생할 수도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최근 서울 서초구 일대에서 문을 연 패스트파이브 교대점 내부 모습.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주모(28)씨는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공(컴퓨터공학)을 살려 애플리케이션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다. 서울 강남 일대의 사무실을 물색하러 다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막막함만 커졌다. 혼자 빌려 쓸 규모의 사무실이 마땅치 않은데다, 일정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기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주씨는 “창업에 뛰어들긴 했는데 일할 공간을 찾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최근 예비 창업자나 10인 미만 벤처기업 가운데 주씨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창업을 하려면 우선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은데 사무실부터 무턱대고 빌리기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경우 정부 등에서 사무공간을 무료로 지원받는 게 가장 좋지만 지원자격이나 위치 등의 여건이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 중요한 건 될 수 있으면 저렴한 값에 사무실을 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증금 없어 목돈 부담 없어


다행히 서울 위주로 발품을 조금만 팔면 큰 목돈 없이 사무공간을 구할 수 있다.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공유 오피스’다. 기존 오피스의 대규모 공간에서 벗어나 작게 쪼갠 소규모 사무실로, 독서실이나 스터디룸처럼 월 또는 일 단위로 빌려 쓸 수 있다. 비즈니스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 일대를 비롯해 마포·종로구 등에 많고 일부 지방에도 있다. 기존 오피스 거래와 다르게 보증금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임차인 입장에선 부담을 덜 수 있다. 비용도 대개 인원수에 따라 결정돼 저렴한 편이다. 공간·아이디어 공유가 콘셉트인 만큼 회의실이나 사무용품 등을 다른 창업자와 함께 쓰기도 한다. 이 때문에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라고도 불리며, 최근 창업자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

공간 서비스 전문 업체 토즈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2009년부터 사무실 임대 서비스를 시행해오고 있다. 크게 비즈니스 센터와 워크센터로 나뉜다. 비즈니스센터는 서울 강남, 선릉, 양재, 홍대 등 6개 지역에 입점해 있다. 최대 9명(강남점)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갖췄다. 독립된 소형 사무실과 회의실, 휴게실 등이 제공된다. 인터넷은 물론 문서 인쇄·출력도 무료다. 임대료는 월 평균 50만원(스튜디오 1인실 기준) 선이다. 창업단계 회사의 직장인들이 주요 수요층이며, 기본적으로 월이나 연 단위로 입주계약을 한다. 현재 100여 개 기업이 계약한 상태로, 입점률은 80~85%대다.

비즈니스센터가 월이나 연 단위로 사무실을 내준다면 워크 센터는 시간 단위로 빌려 쓸 수 있다. 박선영 토즈 마케팅팀 과장은 “고객이 요금에 맞추는 게 아니라 요금을 고객에 맞추는 형태로, 요금제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용 시간만큼만 이용료를 내면 돼 비용 부담도 작다. 이용료는 시간당 2000원이다. 사업 초기 운영자금이 부족한 1인 창업자를 비롯해 영업직·프리랜서 등 외근이 잦은 직장인 등이 주 이용 대상이다. 서울 신 반포를 비롯해 압구정, 양재, 서울대입구, 광화문, 그리고 세종시 등 6개 지점이 운영 중이다. 비즈니스센터와 마찬가지로 독립된 사무공간과 20~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회의실, 무선 네트워크, 사무용품 등이 구비돼 있다.

지난해 설립된 스타트업 패스트파이브는 무선 인터넷, 가구, 스낵바 등을 갖춘 ‘서비스드 오피스(Serviced office)’를 제공한다. 현재 서울 서초, 역삼, 교대 등 강남지역에 4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책상·의자·스탠드·복합기·인터넷 등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으며 보증금과 관리비, 전기세, 수도세 같은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카페처럼 사무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오픈 데스크’와 유리벽으로 독립된 방 형태의 ‘프라이빗 스위트’ 등으로 구성됐다. 1인 기준 이용료는 오픈 데스크가 월 35만원부터, 프라이빗 스위트는 월 45만원부터다. 가격은 공간 규모와 지점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공동대표는 “최대 10인까지 이용할 수 있고 20~30대가 주로 찾는다”며 “특히 미디어·광고 업체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패스트파이브는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적용해 특색 있는 공간을 갖춘 게 특징이다. 입주 기업의 네트워킹을 돕기 위해 정기적으로 네크워킹 파티도 연다. 현재 패스트파이브를 이용 중인 회사는 150여 곳(400여 명)에 달한다.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는 해외 기업도 많다.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리저스 코리아는 사무실 임대와 함께 업무에 필요한 전화와 유·무선 인터넷, 각종 IT(정보기술) 인프라를 제공한다. 자택근무 또는 출장이 잦은 창업자를 위해 가상 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고정된 사무공간이 필요 없는 사업자를 위해 소액만 받고 사업자등록 주소지 사용은 물론 우편관리·전화응대를 대신해주는 것이다. 짧게는 일 단위, 길게는 연 단위로 계약할 수 있다. 이용료는 1인당 월 15만~40만 원 선이다. 센터에 따라 가격은 다소 차이가 난다. 현재 비즈니스센터는 서울 을지로, 종로, 여의도, 강남 등과 부산, 대구 등 15곳에 있다. 미국의 사무실 공유 서비스기업인 위워크(WE WORK)도 올해 서울 중구 명동을 시작으로 수도권 10곳에 공유 오피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사무실과 인터넷,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쓰고, 커피 같은 음료도 무료로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입주기업 대상 네트워킹 파티 열기도

공유 오피스가 창업자에게 매력적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원치 않는 사람들과 회의실 같은 공간을 함께 써야 할 수 있고, 개방된 공간을 이용할 경우엔 소음이나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여러 명이 독립된 공간을 빌릴 경우 일반 사무실을 빌릴 때보다 이용료가 비쌀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가격을 비교해 보는 게 좋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1인 창업자나 소규모 기업이 늘면서 공유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다만 이런 사무공간이 많아진 만큼 가격과 특징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1335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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