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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사기·속임수 갈등 극복] 못난 나를 받아들이고 떼인 돈은 잊자 

마음의 평온 되찾고 새로운 출발의 각오 다져야 

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분통이 터져요. 10년 동안 어떻게 모은 돈인데, 모두 사기 당했어요. 제대로 써 보지도 못했는데…. 생각만 하면 너무 억울해요. 무엇보다 속았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나고요.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사기꾼으로 보이고, 매일 피해 의식에 시달려요.”

그는 50대 중반의 내과의사다. 10년 전, 두 아들을 유학 보내면서 돈이 필요해 잘 나가던 교수직을 그만두고 개업했다. 병원은 그럭저럭 잘 운영됐고, 덕분에 돈을 꽤 벌었다. 3년 전, 교회 모임에서 A사장을 만나 친하게 됐다. 교인들과의 관계가 원만하고 봉사도 잘해 목사님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A사장은 자신의 회사를 소개하면서 투자를 제안했다. 1구좌 1000만원을 투자하면, 연이율 24%에 달하는 배당금을 매달 20만원 씩 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원하면 언제든지 즉시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그는 처음에 무시했다. 그런데 친한 교인들이 몇 구좌씩 투자해 배당금을 꽤 받았고, 또 어떤 교인은 원금 회수를 요청해 즉시 받았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그도 시험 삼아 5구좌를 투자했다. 그랬더니 매달 100만 원이 꼬박꼬박 통장에 찍히는 것이다. 흐뭇했다. 1년쯤 지났을 무렵, 묶어놓은 돈 5억원을 다 투자하면 어떨까 하는 욕심이 생겼다. 아내도 그 집 가족들과 친하고, 신앙생활을 같이 하는 사람이니 별 탈 없을 것이라며 반대하지 않았다. 돈은 벌 때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여섯 달 전 큰 맘먹고 5억을 투자했다. 그런데….

굳게 믿고 투자했는데…

사기는 남을 속이는 것이다. 삶이 무료할 때 누구나 한 번쯤 일탈을 꿈꾼다. 삶이 재미없을 때 누구나 인생의 반전을 꿈꾼다. 어느 날 갑자기 머리가 똑똑해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천재 사기꾼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서 통쾌해한다. 사기꾼은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다. 조선의 사기꾼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 소유권을 무려 황소 40마리 값에 팔았다.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은 의료기기 불법 다단계 영업으로 무려 4조원의 투자금을 챙겼다.

속이는 자가 있으면 속는 자가 있다. 우리는 일확천금을 꿈꾼다. 복권을 사거나 주식 투자로 팔자를 고치려 한다. 사기꾼은 못 가진 자들에게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한다. 우리는 한탕주의를 노린다. 도박에 손대거나 부동산 투기로 운수를 바꿔보려 한다. 사기꾼은 가진 자들에게는 “노력 없이 돈을 늘릴 수 있다”고 제안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불법이 더욱 성행한다. 투자 사기, 부동산 사기, 주가 조작, 의료 사기 등이 난무한다. 속이는 자나 속는 자나 바닥에 욕망이라는 것이 꿈틀거린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 밥 세끼와 따뜻한 잠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무언가를 끝없이 요구한다. 자본주의는 그런 욕망을 부추긴다.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모든 욕망은 돈을 통해 충족된다. 돈으로 신분이 좌우되고, 돈이 있는 만큼 꿈꾼다. 돈은 자부심의 원천이고, 돈이 스스로를 자유롭게 한다. “돈은 있는 죄도 없애고, 없는 죄도 만든다.” 돈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다. 소금물을 먹으면 갈증이 더 심해진다. 사랑도 우정도 돈 앞에 맥없이 무너진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

대한민국은 사기꾼 천국이다. 작년 사기사건은 24만 건, 피해액은 8조원에 이른다. 검거율은 70%, 피해금액 중 회수된 돈은 1%도 안 된다. 이웃 일본의 무려 10배다. 이렇게 사기가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정(情)으로 돈거래를 한다. 계약이나 법적 절차를 무시한다. 아는 사람, 친한 사람, 믿는 사람에게 속는다. ②남의 일에 관심이 많다. 남의 말을 잘 듣고 쉽게 수긍한다. 사기꾼도 말을 잘 안 들으면 못 속인다. ③남이 없는 사회다. 나보다 우리를 중시한다. 길 가다 문제 있는 사람을 보면 지적하거나 잘 돕는다.

항상 속이는 사람이 있다. 어리석다. 남의 뺨을 때려 죽을 때 그늘에서 떨고, 오리를 가도록 강요하여 인생의 적자를 남긴다. 자주 속는 사람이 있다. 어리숙하다. 남에게 속일 기회를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절대 속지 않는 사람이 있다. 어리다. 스스로 인생을 헛되이 살아왔음을 알아야 한다. 가끔 속아주는 사람이 있다. 어질다. 한 뺨을 맞을 때 다른 뺨을 돌려대고, 오리를 가자고 할 때 십리를 함께 하여 인생의 흑자를 남긴다.

자, 그에게 돌아가자. 그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 째, 못난 나를 받아들이자. 지나치게 나를 믿었다. 자기 확신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과신하고, 내 방식대로 처리하다 망했다. 그렇다 해도, 그런 나를 받아들이자. 지나치게 남을 믿었다. 문간에 발 들여놓기 전략에 걸린 것이다. 1년 간 꼬박꼬박 소액 배당금을 받다가 판단력이 흐려졌다. 그렇다 해도, 그런 나를 사랑하자. 지나치게 잘 되리라 기대했다. 낙천성의 오류에 빠진 것이다. 무조건 내 하는 일이 잘 되고, 막연히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마음의 평화를 선택하자.

지난해 사기 피해액 8조원

둘째, 떼인 돈은 잊어버리자. 어차피 끝난 일, 그만 화내자. 마음만 망가진다. 집이 불타 재산 5억원이 사라졌다고 상상해 보자. 차분함이 들어설 것이다. 어차피 끝난 일, 그만 억울해 하자. 몸만 망가진다. 죽을병에 걸려 5억원을 다 써 나았다고 상상해 보자. 고마움이 생길 것이다. 어차피 끝난 일, 그만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자. 혼이 망가진다. 무명(無名)으로 5억원을 자선냄비에 쾌척했다고 상상해 보자. 따뜻함이 몰려올 것이다.

셋째, 새롭게 시작해 보자. 아이의 순수함으로, 다시 시작하자. 처음으로 돈이라는 것을 들고, 물건을 사러 상점에 갔을 때를 떠올려 보자. 설렘으로 마음이 요동칠 것이다. 청년의 열정으로, 다시 시작하자. 첫 직장에서 한 달을 일하고, 처음으로 월급 받았을 때를 떠올려 보자. 기쁨으로 몸이 전율할 것이다. 신혼의 소박함으로, 다시 시작하자. 처음으로 작은 내 집을 구해, 두 발 뻗고 편안히 자게 되었을 때를 떠올려 보자. 뿌듯함으로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338호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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