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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시진핑도 극찬한 명품 녹차 ‘안지바이차 

상서로운 기운 가진 백색의 어린 잎차 … 안지현, 안지바이차로 커피에 도전장 

서영수

▎안지바이차 산지인 안지현의 다원(왼쪽). 안지바이차의 우아한 자태(가운데). 안지바이차를 만드는 봄이 되면 안지현의 가로수에는 도시로 떠났던 고향 사람들의 귀향을 반기는 기다란 홍등이 달린다.
안지바이차(安吉白茶)는 “어린 찻잎 하나가 안지현 시롱(溪龍)향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행복을 가져다 주는 귀한 차”라고 저장성(浙江省) 당서기 시절의 시진핑이 예찬한 복덩이 차(茶)다. ‘안지바이차’를 한글로 읽으면 ‘안길백차’다. 차 이름이 백차로 되어 있어 상당수의 사람들은 백차로 오인하지만 안지바이차는 녹차의 한 종류다.

안지바이차가 백차라는 이름의 녹차인 사연에는 당당한 이유가 있다. 이른 봄 한 달 간만 백색을 띠는 백엽(白葉) 1호의 어린 찻잎만을 사용해 녹차 제조공법으로 완성되는 안지바이차는 공법에 따라 차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니라 백엽 1호라는 백차나무를 강조하기 위해 이름 붙인 것이다. 또한 안지바이차는 모든 녹차가 제조 과정에서 겪는 유념이라는 ‘찻잎 비벼주기’ 과정이 없어 찻잎에 열을 가하는 살청만 없다면 백차의 제조 공정과 일치하는 측면도 있다.

안지바이차는 1800년 전 한나라 영제(靈帝) 때 ‘편하고 좋은 고장’이라는 뜻으로 ‘안지(安吉)’라는 지명을 하사받았을 때부터 기록에 나온다. 중국 최초의 시집으로 공자가 제자들에게 가르칠 때 교재로 사용한 시경 무의편(無衣篇)을 보면 ‘황건적이 청정지역을 황폐화시켜 차를 만들 수 없어 황실에서 차를 마실 수 없다’는 구절이 나온다. 차의 신으로 추앙받는 당나라 뤼위가 저술한 차의 경전 차경(茶經)에도 백차가 나오는 백차산(白茶山)에 대한 위치가 기록돼 있다.

안지바이차를 발견한 뤼위가 차를 마셔보고 감탄해 기뻐하며 “세상에 태어난 보람이 있다. 이 차를 만나 더 이상 여한이 없다”고 세 번이나 크게 외치고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됐다고 한다. 뤼위가 가져온 차를 마신 옥황상제는 뤼위에게 명을 내려 백차나무를 모두 하늘정원으로 가져오게 했다. 이 때 뤼위는 인간 세상을 위해 백차나무 씨 한 톨을 몰래 산 속에 숨겨놓았다는 전설 이후 수백 년 동안 안지바이차는 모든 기록에서 사라졌다.

백차 아닌 녹차의 한 종류


▎백화현상이 일어난 백차나무. 백차나무의 조상 백차조(오른쪽).
안지바이차는 송나라 인종(仁宗, 1041~1048년) 때 ‘상서로운 기운을 가진 백색의 어린 잎차가 백성 앞에 나타났다’며 역사에 다시 등장했다. 황제 이전에 예술가이며 차 전문가인 송나라 휘종(徽宗, 1100∼1125년)이 직접 저술한 차 전문 서적 대관차론(大觀茶論)에는 ‘다른 차나무 잎과 달리 하얀 찻잎을 가진 야생 차나무가 험준한 계곡 사이에서 겨우 한두 그루만 자생한다’고 희소성을 강조했다. 휘종은 “다른 지방의 백차는 제조 과정에서 하얀색을 만들어내지만 안지바이차는 가공하기 전의 어린 잎 자체가 백옥처럼 흰색”이라며 안지바이차의 특성을 정확하게 묘사했다.

안지바이차가 오랜 숨바꼭질 끝에 1930년 야생 차나무 수십 그루와 함께 세상에 다시 나왔지만 중국 근대사의 혼란 속에 조용히 사라져 잊혀졌다. 1982년 해발 800m의 산속에서 수령 100년이 넘은 야생 백차 나무 한 그루가 발견됐다. 이 나무가 모든 안지바이차의 어머니가 되는 백차조(白茶祖)다. 그 해 4월 4일부터 안지현 산림원의 기술요원, 리우이민과 청야구가 앞장서서 백차나무 가지를 잘라 삽목을 시작했다. 무성생식에 성공한 백차나무 차밭에서 수확한 찻잎으로 만든 안지바이차는 1989년 제2회 저장성 투차(鬪茶)대회에서 99점이라는 최고 점수를 받았다. 다음 해에는 99.3점으로 또 다시 우승했다. 1991년 일류명차 상을 획득하며 안지바이차의 명성을 각인시켰다. 1996년 다원은 6만6000㎡로 넓혀졌다. 그중 1만m²에서 500Kg의 찻잎을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그 당시 1Kg에 100만원이라는 고가에 거래됐다. 중국 차나무 품종 가운데 아미노산 함량이 가장 높은 백엽 1호는 1998년 저장성 우수품종으로 등록됐다.

안지바이차를 유명하게 만든 백차나무는 안지현을 뒤덮은 대나무 숲과 연관이 깊다. 산림 녹화율이 71%가 넘는 안지현은 대나무가 전체 수목의 60%를 차지한다. 대나무를 인연으로 2004년 4월 21일 안지현은 대한민국 전라남도 담양군과 안지현 청사에서 우호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안지현 시롱향을 중심으로 재배되는 백엽 1호는 일종의 돌연변이다. 3~4월의 안지현은 비가 자주 내려 대나무 성장에 유리하다. 하지만 대나무 숲속에서 자라는 키가 작은 백차나무는 일조량이 모자라서 광합성 부족으로 엽록소 함량이 낮아져 백화 현상이 발생해 어린 찻잎이 미백색을 띠게 된다.

안지현 차산업에 20만 명 종사

안지바이차의 백화현상은 섭씨 10도~23도 사이에서만 유지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청명(淸明) 전에 발아한 하얀 어린잎은 곡우가 지나면서 녹색으로 변이를 시작해 입하(立夏)가 지나면 다른 차나무처럼 완전한 녹색으로 변한다. 따라서 찻잎을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은 3월 하순부터 4월 중순까지 4주 미만이다. 짧은 채취기간 동안 아주 어린잎만 선별해 채취해야 하는 조건 때문에 숙련된 사람이 하루에 채취하는 최대량도 2㎏을 넘지 못한다.

안지바이차를 만드는 봄이 되면 안지현의 가로수들은 기다란 홍등으로 치장하고 도시로 떠났던 고향 사람들의 귀향을 반긴다. 차를 만드는 기간 동안 몰려든 계절농과 넘치는 돈으로 안지현은 파시처럼 붐빈다. 안지현은 일시적인 역(逆) 귀농현상이 지속적인 귀향으로 정착되기를 바라지만 자녀교육과 도시가 주는 유혹은 강력해 봄이 지나면 이들은 농민공(農民工)이 되기 위해 다시 고향을 떠나간다.

안지바이차는 시롱향을 필두로 5개의 핵심 지구에서 생산된다. 120㎢에 달하는 차 재배지를 위해 종사하는 가구 수는 1만5000호가 넘어간다. 차를 가공하는 회사는 350개 정도다. 인구 50만 명이 채 안되는 안지현에서 차산업에 연계된 인원은 20만 명에 이른다. 안지현의 대표 산업이었던 대나무 관련 산업 인구가 4만5000명인 것을 보면 후발주자인 안지바이차가 안지현의 ‘뉴 페이스’라는 현지인의 말이 실감 났다.

안지바이차는 생산된 지 불과 30년 밖에 안 되지만 수천 년 동안 안지현의 경제를 지탱해온 대나무산업을 제치고 신성장동력이 됐다. 2009년 11월 초부터 안지현은 녹색식품 대표로 안지바이차를 앞세워 커피에 공개 도전장을 내고 음료 시장점유율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자고 공언해 대륙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 때의 해프닝이 아닌 차의 질적 개선과 다양한 제품 개발에 관과 민이 함께 뛰는 안지현은 차 문화와 관광산업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최근에 선보이며 부를 창출하고 있다. 안지바이차의 커피에 대한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영수- 1956년생으로 1984년에 데뷔한 대한민국 최연소 감독 출신. 미국 시나리오 작가조합 정회원.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해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차 문화에 조예가 깊다. 중국 CCTV의 특집 다큐멘터리 [하늘이 내린 선물 보이차]에 출연했다.

1343호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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