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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 김정하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甲문화 사라져 

산업화 시대 행정시스템이 공직사회 불신 키워... 김영란법 실효성 떨어져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공직사회에 대한 비판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잇따라 드러난 무능과 부패의 영향이다. 공무원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작업 경쟁력을 높이는 4차 산업혁명이 예고된 마당에 규제·권한·규정을 무기로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발전의 견인차가 아니라 걸림돌이 됐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능력과 권한의 불균형이 국가 또는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에서 확인된 적폐,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준 무기력,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서 나타난 무책임은 대중과 공직사회 사이의 간극을 더 벌려놨다.

국회를 통과해 9월 말 시행을 앞둔 이른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도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의 연장선이다. 이 법은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예방해 청렴한 공직사회를 구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동안 공직사회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부정청탁과 뇌물수수, 직무를 이용한 권한 남용 등 잘못된 문화가 일대 수술대에 오르는 것이다.


이처럼 공직자의 무능과 부정, 행정 시스템의 비효율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김정하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가 공직사회에 대한 쓴소리를 담은 [잃어버린 한국행정]을 출간했다. 그는 책에서 감사원 재직 시절 현장에서 보고 느낀 공무원의 부정과 행정 시스템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어 새로운 행정 체계와 공무원이 나아가야 할 길도 제안한다.

김 교수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 헌법 제7조가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한 민주행정을 펼치고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책임을 지는 행정을 펼칠 것을 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민주행정을 행정의 최고 이념으로 삼고 책임행정을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이 시대 행정인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공직사회를 평가한다면.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사태를 보면 공직사회의 문제가 경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사건이 반복되면서 국민의 불안도 커졌다. ‘철밥통’이니 ‘관피아’니 하는 얘기로 지탄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그런데 지금 공무원은 이걸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보는가?

“행정 시스템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60~1970년대 개발 시기에는 공무원이 경제 성장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를 바탕으로 민간을 독려하고 나름 한강의 기적도 이뤘다. 사적 분야보다는 공적 영역에 자원과 인력이 많았고 그만큼 간섭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 영역의 역량이 커졌다. 이제는 정부가 뭐 좀 하려 하면 그것이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곤 한다. 그런데도 일부 공무원은 여전히 ‘수퍼갑’이 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부정부패가 발생하고, 이를 목격한 국민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 공무원 업무에 대한 비판 강도가 높아지면서 타율행정 관행도 심각해지고 있다. 지침이 있어야만 움직이고 관련 규정이 없어할 수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문제가 생기면 소관 타령을 하거나 법 뒤에 숨는 경우도 있다.”

공무원에겐 ‘규제’라는 무기가 있어 갑 문화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우리 헌법은 경제질서에서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고 명시했다. 소득 재분배와 경제 왜곡 해소, 경제민주화 등 몇 가지 예외 조항에서만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산업화 시기에는 경제 발전이라는 절대적 열망이 있어 기본권을 일정 부분 양보한다는 공감대 아래 규제 영역을 확대해 받아들였다. 그러다 보니 거꾸로 규제가 기본인 환경이 정착되고 말았다. 대표적인 게 인·허가 제도다. 국민이 어떤 경제활동을 할 때 정부의 허락을 받으라는 얘기인데, 현실과 동떨어진 채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감사원 시절 적발한 많은 공직자 비리가 인·허가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꼭 필요한 시장실패 분야에만 정부가 들어가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규제행정에서 나오는 권위를 내려놓고 갑 문화를 청산하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공무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도 올바른 국정 운영의 방해요소 아닌가?

“공무원 개개인의 도덕성보다는 시스템이 더 문제라고 본다. 공무원이 비리의 온상처럼 비춰지지만 사실 순박한 공무원이 많다. 그런데도 문제가 생기는 건 국정 운영 시스템이 허술하거나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가령 생산보존계획관리 지역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자와 행정 담당자가 음성적인 방법으로 일을 처리한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관리지역의 구분을 현실적으로 세분화하고 나서는 같은 비리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느슨한 시스템을 보완하고 현실에 맞게 고쳐놓으면 공무원이 모럴해저드에 빠질 가능성은 작아진다.”

기술이 발전하는 것에 비해 공무원의 전문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기관이 실무와 너무 떨어져 있다. 결국 현장에 와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게 대부분 전임자의 인수인계로 이뤄진다. 구전되는 인수인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간신히 업무를 파악하고 전문성을 갖췄다 싶으면 순환보직으로 다른 부서에 가서 또 같은 일을 반복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아주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수준의 업무 매뉴얼이 필요하다. 담당 공무원이 휴가를 가더라도 매뉴얼만 보고 다른 사람이 해결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또 매뉴얼이 현장과 안 맞으면 바로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매뉴얼이 있으면 지금 논란이 되는 공무원 업무 평가도 쉬워질 것이다.”

공직자가 타깃인 김영란법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썩 올바른 방향은 아닌 듯하다. 타율적 통제 방식으로는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공직자의 타율행정을 부추길 수 있다. 현실에 맞는 정책을 세우려면 현장에 가야 하는데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누가 용의자가 되면서까지 현장에 가려 하겠는가. 자칫 탁상공론적인 정책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식의 통제보다는 행정시스템의 전산화·투명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선진적이다.”

공무원의 전관예우나 낙하산 인사도 비판의 대상인데.

“감사원 퇴직하면서 기업 사외이사 제의를 많이 받았다. ‘하실 건 따로 없고 한 달에 한 번 회의에 참석하기만 하면 충분히 예우해 드리겠다’고 하더라. 진짜 사외이사로서 역할을 하는 자리가 아니면 가지 않겠다고 했다. 공무원이 유관 단체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 전관예우로 가서 하는 일이 거수기 역할이라면 문제가 된다. 해당 공무원은 보수를 받은 만큼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기업도 그게 가능한 시스템과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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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4호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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