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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을 말한다] 동양의 지혜에서 공생의 길 모색 

서구 문명의 물질적 가치 추구 비판 … 문명 간의 대화 필수 

이기준 기자 lee.kijun@joins.com

"세계는 지금 전쟁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 7월 27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선언했다. 전날 프랑스 자크아멜(86) 신부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청년 2명에 의해 교회 안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데 대한 질문을 받고서다. “모든 종교는 평화를 원한다. 다른 것(세력 등)들이 전쟁을 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덧붙였다. 기독교 신부를 노린 테러가 종교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바야흐로 테러의 시대다. 21세기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의 2001년 9·11 테러부터 오늘날 이슬람국가(IS)의 연쇄 테러까지, 세계 각지에 얼룩진 폭력과 함께 시작됐다. 20세기와 같은 세계대전은 없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많은 사람이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억압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

평화와 공존의 세상 만들려면


▎동양철학을 말한다 / 지은이 이케다 다이사쿠 로케시 찬드라 / 출판사 중앙books / 값 1만2000원
18년 전의 대담을 보완해 엮은 신간 [동양철학을 말하다]가 지금 이 시점에도 호소력을 지니는 이유다. 1998년 세계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던 20세기를 마감하면서 21세기에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을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이 시기를 맞아 대담에 나선 이케다 다이사쿠(88) 국제창가학회(SGI) 회장과 로케시 찬드라(89) 인도문화국제 아카데미 이사장도 마찬가지다. 1998년 이들의 가졌던 문제의식은 2016년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다르지 않다. 폭력을 극복하고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종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케다 회장은 1947년 19세의 나이로 창가학회에 가입한 이래 평생을 불교 연구와 실천에 바친 불교운동가다. 모스크바대·볼로냐대·나이로비대 등 세계 각국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세계 각 도시로부터 받은 명예시민 칭호도 무수히 많다. UN평화상·간디평화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세계적인 석학이다. 2012년 저서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한국을 ‘스승의 나라’라고 칭송하며 일본은 문화를 전해준 한국에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설파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있어 용인시·의왕시·진주시·충청북도 등으로부터 명예시민·도민으로 위촉됐다. 찬드라는 불교에 관해 400권 이상의 저서를 집필한 불교 연구 분야의 저명한 학자다.

이케다가 명예회장으로 있는 창가(創價)학회는 1928년 세워진 세계 최대 규모의 불교단체다. 일본 승려 니치렌(日蓮·1222~82)이 주창한 불법(佛法)을 신앙의 근간으로 한다. 창가란 말 그대로 ‘가치를 창조한다’는 의미다. 이케다 회장은 만연한 폭력, 환경오염 등 현대 사회의 문제는 곧 물질적 가치라는 단일 가치관에 지배당한 20세기 지구문명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다양한 가치의 세계가 요청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다양한 가치의 창조야말로 인생의 목적인 동시에 모든 문화의 내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는 이런 가치 창조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두 대담자는 강조한다.

이케다 회장과 찬드라가 입을 모아 비판하는 ‘물질적 가치’는 곧 과학기술에 기반한 서구 문명을 일컫는다. 이는 르네 데카르트, 프랜시스 베이컨 등 근대 유럽 철학자들에서 발원한 인간 중심의 자연관을 향한 비판이기도 하다. 이런 철학자들은 자연은 모두 수학적으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인간의 정신만은 예외라고 믿었다. 심지어 데카르트는 살아 움직이는 동물조차도 인간과 같은 정신이 없으며 주어진 자극에 자동 반응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에게 자연은 극복하고 개조해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현대 사회의 병폐는 이 같은 서구 문명이 다른 문명을 파괴하고 식민지로 만들면서 다양성을 말살한 데서 발생했다고 두 대담자는 지적한다. 헤겔·랑케·마르크스 등 근대 유럽 철학자들은 인류와 사회가 한 방향으로 진보한다는 역사관을 내세우면서 서구 문명이 그 역사에서 앞서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질 문명에 취한 서구 사회가 자신들의 문명을 가장 우월하다고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서양 이외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던 사회기구와 가치관은 멸시당하고 세계 시스템의 하위로 내몰렸다”고 찬드라는 말한다.

이렇게 멸시당한 가치관 가운데 하나가 자연과의 조화와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동양의 문화, 특히 불교 문화다. 두 대담자는 그동안 서구 문물에 가려 빛을 잃었던 동양의 사상에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있다고 본다. 이 책의 제목이 ‘동양철학을 말하다’인 이유다. 인간과 자연, 자아와 타아(他我)를 철저히 구분하고 전자가 후자를 배척하는 배경을 제공한 서구 물질문명과 달리 동양 사상에선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현대 사회의 병폐를 해결하려면 21세기는 “동양이 서양의 지표를 추구한 시대에서 서양이 동양의 지표를 추구하는 시대로 변화해야 한다”고 두 대담자는 주장한다.

다양성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 다양성은 각 문화에 내재돼 있는 파괴적인 측면을 가리는 도구로 사용될 때가 있다. 이를 테면 일부 기독교 신자들은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근거로 종교를 내세우며, 이슬람 문화권에 만연한 여성 탄압은 종종 문화적 상대성이라는 말로 왜곡된다. 민주주의·인권 등 우리가 보편적이라고 느끼는 가치들도 일부 문화권에선 서구 문물에서 비롯된 남의 문물이라는 이유로 배척되기도 한다. 다양성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가 공감하고 함께 영위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도 필요한 이유다. 이케다 회장은 이를 “대원리로 일원화된 세계도 아니고 모자이크처럼 분단된 세계도 아닌, 다양성 속에서의 조화라는 제3의 길”이라고 설명한다.

다양성 못지 않게 보편적 가치도 중요

이케다 회장은 이 제3의 길을 가기 위해선 다양한 가치를 지닌 문명 간의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다양한 문명·종교·민족의 가치관에는 공통적으로 흐르는 ‘진리’가 있음을 강조하며 문명 간의 대화만이 창조적 문명을 만들어 내는 열쇠라고 주장한다. 그가 평생에 걸쳐 아놀드 토인비 등 수많은 세계적 석학과 대담을 갖고 50여 권의 대담집을 펴낸 이유다.

문명 간의 대화는 기원전부터 시작됐다. 기원전 3세기 무렵 불교 신자들은 상인들의 배를 타고 알렉산드리아로 건너가 그리스인·시리아인·유대인들과 교류했다. 기원전 2세기 중반 무렵 그리스의 왕 메난드로스와 불교 수행자 나가세 나가 나눈 철학 대화 기록도 남아 있다. 150년경 출생하여 활동한 초기 기독교 사상가 클레멘스의 저작물에는 서양 사상사에서 최초로 부처가 언급되기도 한다. 두 대담자는 이처럼 다양한 문헌과 사례를 들어 불교가 초기 유대교와 기독교의 사상 정립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설득력 있게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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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6호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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