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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메커니즘 공개한 '중국의 반격'] 당신이 몰랐던 중국 제대로 이해하기 

국내 조선 ‘빅3’, 중국에 질 수밖에 없는 게임 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잘 알고 있는데, 이상하게 잘 이해가 안 되는 알쏭달쏭한 나라’. 이웃나라 중국은 우리나라와 지척 거리에다 유교 기반 문화라는 공통점도 있다. 거대한 시장 중국이 열렸을 때 우리나라 기업은 무작정 돌진했다. 워낙 잘 알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에 대거 진출한 국내 기업의 상당수는 현재 중도 철수했다. 중국의 경제와 시장을 정확히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잘 안다고 자부했던 중국을 우리는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중앙일보에서 다년간 중국을 취재한 ‘중국통’이 이 질문에 대답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를 중심으로, 중앙일보 베이징 특파원들과 베이징 총국장, 중국 전문기자, 중국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기자까지 9명의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의 반격]이란 책을 출간했다. 이들은 진짜 중국은 어떤 곳인지 중국에 대한 다면적 시각을 제시한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기업은 우선 중국 경제를 구성하는 메커니즘부터 이해해야 한다. [중국의 반격]에 따르면, 중국 경제를 움직이는 메커니즘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국가가 직접 경제 주체로 시장에 뛰어드는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 속성, 둘째는 서방의 자유 자본주의(Liberal Capitalism) 속성이며, 셋째는 아시아 특유의 유교 자본주의(Confucious Capitalism) 속성이다.

심판이 골 넣는 게 허용되는 중국 경제


▎중국의 반격 / 저자 중앙일보 중국팀 지음 /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기획 / 출판사 틔움출판 / 값 1만5000원
첫째, 중국 정부는 직접적인 경제 주체의 하나로 경제에 뛰어든다. 축구경기로 비유하자면, 시장 경제 시스템은 기업(선수)과 정부(심판)로 대별할 수 있다. 실제 경기를 하는 주체는 기업이다. 정부는 선수(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호루라기를 부는 역할만 한다. 중국은 다르다. 중국 경제에선 심판이 룰을 규정하지만 직접 공을 차거나 맘에 드는 선수에게 패스도 한다. 아예 드리블하면서 골을 넣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조선업이다. 중국 국유기업은 중국 정부와 중국 국유은행을 등에 업고 해외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다. 정부 지원 덕에 저가로 수주해도 망할 일이 없고, 국유은행은 자금을 든든히 뒷받침한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국내 ‘빅3’ 조선사가 적자에 시달리는 이유다. 철강산업도 이처럼 중국 정부·은행·기업이 스크럼을 짜고 달려들어 시장을 장악한 분야다.

그런데 중국 경제에는 완전히 반대의 속성도 공존한다. 자유 자본주의다. 유통 시장을 보면 거의 100%에 가까운 자본주의 원리가 지배한다. 중국의 e커머스 전문업체 알리바바가 주도한 유통 시장은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등장하면 기존 시스템은 곧바로 퇴출된다. 경쟁의 논리가 통용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정보통신(IT) 분야도 마찬가지다. 경쟁에서 밀리는 즉시 시장에서 존립이 어려워진다.

우리나라 유통기업인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도 1990년 중반 중국 진출을 추진한 바 있다. 한때는 중국 시장 점령을 꿈꿨지만 지금은 슬슬 발을 빼고 있다. 경쟁이 심한 중국 자유 시장경제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돈 1위안(元)만 싸도 즉각 공급선을 교체하는 완전 경쟁 시장에서 원가 비율이 중국 경쟁사보다 다소 높은 이마트가 견디기 힘들었다는 게 [중국의 반격] 저자들의 생각이다.

이 정도 되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국영 분야는 국가 자본주의가 통용되고, 민간 분야는 시장 경제가 통용되는 국가구나.’ 오판이다. 중국 경제를 좌우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유교 자본주의다. 시장경제 성립 요건 중 하나는 계약이다. 시장경제에서는 계약에 따라 비즈니스가 진행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계약보다 관시(關係)가 중요하다. ‘관시 비즈니스’가 보통명사로 자리잡을 정도다. 시장의 논리만으로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추진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외관상 중국은 시장 자본주의적 속성이 있다. 한국보다도 더 경쟁적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계약보다 관시가 위력을 발휘한다. 경쟁보다는 ‘끼리끼리 문화’가 통용된다.

이상 언급한 세 가지 속성은 일반적으로 서로 배치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세 가지 속성이 삼위일체로 어우러져 중국 경제를 구성한다. 서로 배치되는 체제가 공존하기 때문에 너무 쉽게 ‘중국은 이런 국가야’라는 식으로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 이 중 한 가지 측면만 고려하면 중국 시장에서 헛다리를 짚을 수밖에 없다는 게 [중국의 반격]의 지적이다.

다면적 시각 없으면 헛다리 짚기 일쑤

가장 궁금한 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 경제의 미래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6.9%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제 ‘중국은 끝났다’는 극단적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한 중국 전문가들의 생각은 뭘까. 이들은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비기여율을 들이민다. 이 수치는 66.4%로 2014년 대비 15.4%포인트나 높아졌다. 또한 GDP 대비 서비스업 비중도 50.5%로 제조업을 추월했다. 중국 소비가 성장동력으로 떠오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과거 9억 명에 달하는 중국 인구가 노동력을 제공했다면, 이 거대한 인구는 앞으로 구매력을 제공하면서 중국 경제를 견인할 전망이다. 때문에 저자들은 “중국 경제성장률(6.9%)이 합리적이라고 자신하는 중국 공산당의 주장을 허풍으로만 볼 수 없다”고 평가한다.

중국 경제는 공급 과잉, 그림자금융, 부동산 버블 등 문제도 많다. 부채에 의존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회는 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중국을 정확히 알고 공략한다면 중국은 다시 한 번 우리나라 경제의 축복이 될 수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기회를 활용해 중국에서 기회를 찾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게 [중국의 반격] 저자들의 조언이다.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1336호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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