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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컴퓨팅 전성시대] ‘구름’ 잡는 기업, 돈보따리 잡는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클라우드 이용 급증 … 공공 시장 빗장도 풀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클라우드 컴퓨팅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올해 공공 클라우드 서비스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2040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7664억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시장도 해마다 20% 넘게 성장하고 있다. 비용 절감과 보안 상의 이유 등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국내외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도 클라우드 육성법을 마련해 시장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이 국내외 클라우드 시장에서 벌이는 각축전을 들여다봤다.

#1. SM엔터테인먼트의 인기 아이돌 그룹 EXO는 지난해 팬클럽 페이지 EXO-L을 새로 꾸몄다. 세계에서 90만 명 이상의 팬이 동시에 서버에 접속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데이터 환경을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로 이전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트래픽 폭주가 예상되는 시간대의 서버를 100개 더 늘렸다. 기존 인프라 시스템에서 새 프로젝트에 필요한 서버를 조달 받으려면 적어도 1주일은 걸렸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버는 15분이면 새로운 서버를 더할 수 있다. 실시간 대응이 가능해진 셈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김영준 개발팀장은 “K-POP 스타가 신곡을 발표하면 웹사이트 트래픽이 평소의 1000 배에서 1만 배로 급증한다”며 “요즘엔 실시간으로 수요에 맞춰 대응하며 효율적으로 사이트를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2. 넷플릭스는 최근 한국에서 서비스를 강화 중인 동영상 콘텐트 제공 업체다. 글로벌 사업을 확장 중인 이 회사의 마지막 데이터센터는 지난 1월 문을 닫았다. 지금은 100% 클라우드 서버를 사용 중이다. 넷플릭스에선 정보 관리 인프라를 자산이 아니라 비용으로 본다. 필요할 때,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는 얘기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클라우드를 사용하면서 효율적 과금체계와 총소유비용(TCO)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며 “인터넷이 통하는 장소면 세계 어느 곳이든 몇 분 안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클라우드 시장 해마다 20% 넘게 성장

클라우드 컴퓨팅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더 편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위해 기업들이 클라우드로 이동 중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서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인터넷을 통해 서버·데이터베이스(DB)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연결과 동시에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사용한 시간당·용량당 과금체계를 갖는다. 전기나 수도 같은 유틸리티 서비스와 같은 방식이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고속성장 중이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올해 공공 클라우드 서비스 세계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17% 증가해 204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용 절감과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한국 클라우드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4년 5239억원이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7664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2018년엔 시장 규모가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잇다. 시장이 성장하자 클라우드 관련 사업자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해마다 20% 넘는 높은 성장률을 보여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투자를 늘리는 배경엔 정부의 클라우드 육성 정책도 있다.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이유다.

선두 굳히기 나선 아마존웹서비스

한국 클라우드 시장에선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 웹서비스(AWS)’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IBM·구글이 2위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AWS는 선두 굳히기에 나섰다. 지난 1월 서울에 리전을 설치했다. 리전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로, 2~3개의 데이터센터를 묶어 구성한다. 5월엔 ‘엣지 로케이션(Edge Location)’을 추가했다. 엣지 로케이션은 AWS의 서비스 가운데 하나인 콘텐트 전송 서비스(CDN)를 위한 플랫폼이다. 아마존은 국내에 2013년과 2015년에 엣지 로케이션을 구축한 바 있다. AWS는 지난해 722개에 달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오히려 사용료를 낮췄다.

MS는 2017년 상반기에 서울과 부산에 리전을 열고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한다. 리전의 추가 건설을 염두에 두고 부산광역시와 토지 매입을 위한 계약도 했다. MS는 국내에 새로운 리전을 설치해 국내 애저 사용자들에게 엔터프라이즈급의 성능과 안전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S는 AWS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32개 리전을 보유하고 있다. 올 하반기엔 중소기업만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 패키지 상품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MS는 ‘솔루션 인 어 박스(Solution in a box)’라는 마케팅도 시작했다. 오피스365, 고객관계관리(CRM) 등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묶어 제공해 중소기업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한국MS 관계자는 “솔루션 인 어 박스는 한국MS만이 진행하는 계획”이라며 “웨딩 업체 등 아직까지 클라우드를 낯설어 하는 곳이 주요 목표 고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고객을 상대해온 한국오라클도 틈새시장에 눈을 돌렸다. 중소기업 시장을 목표로 ‘디지털 세일즈’ 조직을 신설하고 190명을 채용했다. 이 팀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 영업을 맡게 된다. 한국오라클 본사와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며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등 디지털 툴(tool)도 업무에 적극 활용하게 된다. 오라클은 7월 들어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어플라이언스(ODA)도 출시했다.

공동 전선 펼치는 IBM과 SK C&C

IBM은 인공지능 분야의 강자다. IBM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플랫폼 서비스의 근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왓슨의 강력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클라우드를 단순한 저장공간이 아니라 혁신의 시발점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IBM은 또 기업 간 거래(B2B)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오랜 경험과 역량이 IBM클라우드에 녹아들어 있다고 강조한다. 오랜 기간 엔터프라이즈 IT 서비스를 제공해온 만큼 클라우드에서도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 공력을 위한 조직 정비도 마무리했다. 최근 한국IBM은 기존 대면 영업 위주의 S&D 조직 외 사장 직속으로 비대면 위주 영업을 하는 디지털 세일즈 그룹을 확대 개편했다. 한국IBM 관계자는 “디지털 세일즈 조직은 스타트업, 중소기업들이 주요 영업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한국IBM은 하반기 디지털 세일즈 강화의 일환으로 마켓플레이스를 열어 클라우드 기반의 코그너티브, 모바일, 분석, 보안 서비스를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클라우드법 시행으로 공공 클라우드 시장 확대

IBM의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 전략은 SK㈜ C&C와의 협력이다. IBM클라우드 서비스를 한국IBM뿐만 아니라 SK㈜ C&C를 통해서도 제공하는 것이다. SK C&C가 올해 하반기에 여는 경기도 판교의 데이터센터도 함께 사용할 계획이다. IBM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AWS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을 여는 클라우드를 위한 데이터센터를 준비했다”며 “IBM은 그만큼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현석 SK㈜ C&C 클라우드 제트(Cloud Z) 사업부 상무는 “기존 IT 환경에서 클라우드로 옮겨가는 과정에 컨설팅, 아키텍처 설계 등의 지원을 해야 한다”며 “이는 시스템통합(SI) 사업자로서 전통적인 영역에 대한 이해가 높은 SK㈜ C&C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SK㈜ C&C는 IBM과 협력하는 한편, 중국 알리바바와도 손을 잡았다.

현재 한국 클라우드 시장의 화두는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다. 정부와 공기업, 자방자치단체라는 거대 시장이 막 열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클라우드법)’를 시행했다. 이후 제1차 법정 기본계획인 ‘K-ICT 클라우드 컴퓨팅 활성화 계획’을 통해 국가·사회 ICT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클라우드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공공 부문이 선제적으로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민간 부문으로 확산시키며 클라우드 산업 성장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또 클라우드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금융·의료·교육 분야의 규정을 올해 안에 정비할 예정이다. 금융 분야의 경우 민감한 정보를 제외한 업무는 물리적 망분리의 예외로 허용하거나 의료 분야에서 전자의무기록을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원격교육을 위해 물리적 서비스를 구비하도록 한 요건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 규정은 전산설비를 갖출 수 있을 경우에만 원격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서 원격교육의 확대를 저해하는 규정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2018년까지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을 40%로 올릴 계획이다.

그동안 글로벌 기업의 침투를 지켜만 보던 국내 기업들은 공공 시장을 노리고 있다. KT는 2010년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하고 2011년에는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KT가 가장 강조하는 점은 네트워크, IDC, 클라우드 솔루션까지 모두 갖춘 사업자라는 것이다. 모든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아키택처를 제공할 수 있다. 9월에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만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목동에 건설한다. KT 관계자는 “공공기관 클라우드 시장과 관련해서는 KT가 경쟁 업체들과 비교해 가장 빨리 준비를 마치고 투자를 진행해왔다”며 “상황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외국계 등 기타 업체들이 준비를 잘 해 공공시장으로 들어온다 하더라도 KT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KT, 개인용 이어 기업용 서비스 … 국내 업체 중 가장 빠른 행보

LG CNS는 지난 5월 한국정보화진흥원(NIA)과 ‘씨앗’ 활성화 협약을 했다. NIA와 함께 협력 업체에게 빅데이터, 전자문서중앙화, 웹방화벽,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ERP) 등 모두 16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3월부터 공공 부문 관계자를 위한 무료 체험 서비스(최대 3개월)도 진행 중이다. 권변준 LG CNS 클라우드사업팀 부장은 “LG CNS는 공공 부문에서 꼭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적시에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특히 우수한 서비스를 보유한 중소협력업체와 제휴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1345호 (20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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