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이준규 한국 에어비앤비 대표

서점 신간 코너에서 한 권의 책이 눈에 띄었다. 제목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어색해 보이는 제목이라 책을 집어 들게 됐다. 저자는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의 과학 전문 기자 울리히 슈나벨이었다. 그는 주위를 차분히 관찰하다 한 가지 결론을 얻었다. 사람들이 시간에 쫓기며 허덕이다 지쳐 번아웃 상태에 빠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달력의 비어있는 한 칸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별다른 목적도 없이 바쁨을 강요받는 이 시대 모든 이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가치’를 소개한다.

새삼 생각해보면, 휴가철 우리가 계획하는 여행도 마찬가지다. 유명하다는 맛집을 찾아 무엇을 먹을지, 어느 쇼핑몰을 가서 무엇을 살지, 또 어디로 갈 지…. 여행지에서도 끊임없이 ‘할 일’을 찾느라 여행에서 ‘쉼’의 의미는 사라진 지 오래다. 장소를 옮겨 다니며 사진 찍는 게 일이다. 왜 우리는 느긋하게 바닷가 안락의자에 몸을 걸치고 맥주 한잔하며 저물어 가는 석양을 즐기지 못하는 것일까?

올 여름 휴가철에는 진정한 휴식의 의미를 찾아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농촌의 일상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 마을 민박집 툇마루에 아내와 나란히 앉아 갈잎나무가 우거진 산자락을 바라보자. 콧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흙내음이 가득한 숲 속으로 들어가 돗자리를 펴고 아이들과 벌러덩 누워 촘촘한 나뭇잎 사이로 조각난 하늘을 맞춰보자. 아주 평범한 일상적 여행이다. 여기서 어른들은 휴식과 힐링을, 아이들은 일상에서 벗어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시골 여행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다.

농촌여행은 민박에서 묵을 때 그 매력이 더 빛을 발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에어비앤비도 농림축산식품부·대한상공회의소와 농촌관광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하고 우수 농가민박 155곳을 등록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한 농촌여행은 힐링을 찾아 떠나는 국내 여행자들에게 점차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또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정이 넘치는 시골 마을이 ‘강남스타일’ 속 한국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 농촌여행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도심의 다른 숙소에 비해 농촌민박에는 특히 현지인 호스트가 있다. 호텔 리조트엔 없는 정이 담긴 따뜻한 대접이 기다린다.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직접 재배한 나물로 가득한 밥상을 받아보자. 밤에는 호스트가 손수 끓여준 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농촌의 일상을 권한다. 깨닫지 못한 사이 도시 생활에서 지친 마음이 치유되는 진정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도 잠시 꺼두자. 평소 시간이 부족해 마음을 나눌 수 없었던 가족과 어느 때보다 가까워질 것이다. 농촌 여행이 주는 덤이다. 휴식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내 시간의 주인이 되는 느낌이 드는 순간을 뜻한다. 유난히 무더운 올 여름에는 시골마을 민박집을 찾자. 푸른 산, 산들바람, 앞뜰 시냇물과 하나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사치를 즐겨보자. 내가 어디 있는지, 무엇을 먹는지 사진찍어 남에게 알릴 생각도 잠시만 버리자.

1347호 (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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