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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서비스 내놓은 김지만 풀러스 대표] 쏘카에 안주할까 두려워 다시 도전 

창업에 마약 같은 중독성... 차량 공유 이어 카풀 서비스로 교통 혁신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서울 동교동 풀러스 사무실 입구에 선 김지만 대표. 회사 로고는 라이더(빨간색)와 드라이버(파란색)가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보라색)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 사진:최정동 기자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현상이 있다. 첫 작품에서 성공한 후 내놓은 두 번째 작품이 부진한 것을 말한다. 이 징크스의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연쇄 창업’에 나선 이가 있다. 2011년 자동차 공유업체 ‘쏘카’를 설립해 회사에 궤도에 오르자 지난 5월 또 다른 교통 분야 스타트업 ‘풀러스’를 차린 김지만(40) 대표다.

풀러스는 목적지가 비슷한 라이더(탑승자)와 드라이버(운전자)를 연결해 출퇴근 시간에 차량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동명의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제공한다. 5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판교 일대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해 회원 수가 4만 명을 돌파했다. 8월 29일에는 서울 송파·강남·서초구 등으로 서비스 지역이 확대됐다. 올해 서울시 전체, 내년 전국구 진출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추가해야 할 세부 기능도 많다. 김 대표는 스스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시작하기보다 우선 시작하고 하나씩 보완해나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교통 분야에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이끌겠다는 그를 8월 25일 서울 동교동 풀러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잘 나가던 쏘카 대표 자리를 버리고 새로운 회사를 창업했다.

“쏘카를 창업하면서 카풀 사업에 대한 구상을 함께 했다. 라이드 쉐어링(승차 공유)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알리는 것이 쉽지 않다. 자회사로 운영하거나 관련 업체를 인수하는 것보다 이 문제를 가장 잘 풀 수 있는 팀이 집중해 추진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쏘카 규모가 한창 커지던 때라 갑작스럽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 자리(쏘카 대표)가 편해져 떠나기 힘들 것 같았다. 지난해 SK로부터 590억원을 투자 받았을 때 이 정도면 궤도에 올라섰다고 생각해 두 번째 창업을 결심했다. 지금은 쏘카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지분만 보유하고 있다.”

두 번째 차린 회사도 승차 공유 업체다. 왜 교통에 집중하나.

“현대 도시생활에서 교통은 물이나 공기 같은 필수 요소다. 일상과 밀접한데도 30~40년째 규제는 그대로다. 그만큼 혁신할 여지가 많다는 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우버가 일상적으로 이용된다.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승차 공유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서비스 가치가 높고 우리 생활에서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진공상태다. 다음(현 카카오) 제주도 본사에서 근무할 때 여기저기 주차된 차량을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쏘카를 창업했다. 카풀 앱을 고안한 것은 서울시 차량의 80% 이상이 혼자 타는 차라는 것을 알고서다. 2013년에 풀러스와 비슷한 서비스인 ‘우버엑스’가 실정법을 잘 모른 채 한국에 들어왔다 ‘우버 트라우마’만 남기고 실패했지만 법규 안에서 모범적으로 운영하면 도전해볼 만하다고 본다.”

풀러스 서비스가 기존 규제와 상충하는 부분은 없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르면 자가용 운전자가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우면 불법이다. 하지만 출퇴근 때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명시돼 있다. 그래서 오전 5시~10시, 오후 5시~다음날 오전 2시까지 서비스를 운영한다.”

출퇴근 시간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나.

“그런 건 없다. 회원들이 원하면 24시간 체제로 운영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그런 요청이 없고 괜히 무리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어 당분간 이 시간대를 유지할 계획이다.”

역효과라는 것은 기존 택시 업계의 반발인가.

“사실 오해다. 택시와 수요층이 다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던 승객들이 돈을 조금 더 내고 풀러스를 이용하는 거다. 요금이 택시보다 30% 정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풀러스는 드라이버를 부르고 3~4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다 모르는 사람과 대면해야 해서 오히려 택시보다 불편한 점이 있다. 그럼에도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은 저렴한 요금 외에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요금은 모두 드라이버가 갖나? 그리고 다른 얻는 것이라는 게 뭔가.

“결제하면 나중에 전액 드라이버에게 송금된다. 기름값 정도 번다고 하더라. 앞으로는 요금의 20% 정도를 수수료로 받을 계획이다. 풀러스의 장점은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있다. 매일 몇 번씩 직접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이틀 연속 검안사 드라이버를 만나 안과 질환에 대해 자세히 배웠다. 환율 전문가, 게임 개발자 등 다양한 사람이 서비스 확산에 참여하고 있다. 혼자 가면 심심한데 수다도 떨고 재미있다는 거다. 판교를 시범 지역으로 정한 것도 그 지역에 새로운 문화를 즐기는 얼리어답터가 많아서다.”

그래도 모르는 사람과 좁은 공간에 있다 보면 사고가 날 수 있지 않나.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고.

“드라이버가 되려면 일대일 면접을 봐야 한다. 차량 역시 풀러스의 전문가가 안전성을 사전에 점검한다. 차량 등록증, 소유관계, 자동차보험 같은 기본 서류는 물론이고 프로필 사진도 필수다. 그래도 혹시 모를 폭력사고 등에 대비해 라이더가 원할 경우 관련 보험을 무료로 가입하게 해준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나.

“드라이버는 30대 남성이 많고 라이더는 여성이 좀 더 많다. 매일 이용하는 여성 고객도 있다. 여성 라이더는 여성 드라이버만 부를 수 있는 기능이 곧 추가된다. 서로 별점을 매기기 때문에 매너가 없거나 난폭·음주운전을 하는 이용객들은 자연히 걸러진다. 앞으로 홍채·음성인식 등을 도입하면 실제 운전자가 등록된 드라이버와 일치하는지 더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다. 합승 기능과 요금을 N분의 1로 나눠낼 수 있는 기능도 탑재할 계획이다.”

또 다른 카풀 앱 서비스도 나왔다. 시장이 커질 수 있을까.

“서비스 초기 하루 10건으로 시작해 세 달 만에 4만 명을 모았다. 10만 명이 되면 100만 명으로 늘리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아직 시장을 키우는 것보다 서비스의 가치를 알리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멀지 않은 미래에 무인차들이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풀러스에 저장된 데이터가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풀러스 커뮤니티를 이용한 신사업 구상을 하고 있나.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다만 지역 기반의 단단한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모임을 갖고 정보를 교류하는 장을 만들어주고 싶다.”

풀러스가 성공하면 또 다른 회사를 차릴 건가.

“어휴, 인간적으로 너무 힘들다. 창업이 마약 같은 중독성이 있긴 하다. 내가 제안한 서비스를 온 국민이 쓴다고 생각하면 에너지가 생긴다. 하지만 성공을 확신하고 창업하는 사람은 없다. 쏘카도 마찬가지였고. 문제를 한 땀, 한 땀 풀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이다.”

한번 성공했으니 자신감이 생겼겠다.

“말도 마라. 더 부담된다. 1집 성공하고 2집 냈는데 폭망(심하게 망했다는 뜻)하면 더 손가락질 당하지 않나. 쏘카 때는 멋 몰랐고 이번에는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시작하니 더 힘들다.”

쏘카 대표로 수백억원대 투자를 유치했는데.

“아직 투자 받을 때는 아니다. 올해까지는 좀 더 검증해야 한다.”

또 창업할 것 같다.

“지금은 풀러스에 집중하고 있지만 솔직히 관심은 있다.”

1351호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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