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사찰엔 노승이 나라엔 어르신이 

 

이강호 PMG 회장

최근 유홍준 교수와 함께 일본 교토에 역사 문화 탐방을 다녀왔다. 어느 오래된 사찰을 돌아보던 중 유 교수가 “사찰에는 노승과 노목이 있어야 품격이 올라 간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여러 가지 느낌을 갖고 그걸 음미하고 되새김 해보았다. ‘지금 우리 주변에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어르신이 있는가?’라고 자문도 해보았다.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의 품격을 지켜주던 큰 스님이 있었고, 추기경도 있었다. 그리고 예전의 동네 마을에는 호랑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있었고, 학교에는 무서운 별명을 가진 선생님이 있어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 혼을 내곤 했다. 그런 존경받는 어르신이 가족 중에도, 마을에도, 나라에도 있었다.

요즘 세상은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유럽은 난민 문제와 테러로 무척이나 불안하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은 예전과 달리 막말이 난무하는 양상이다. 차라리 미셀 오바마와 같은 찬조 연설자의 연설 내용이 더욱 감동적이다. 존경할 수 있고 품격 있는 리더가 부족한 것은 세계적인 흐름일까? 시야를 돌려 우리나라를 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입에 올리기조차 어려운 가족 파괴적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진다. 세월호 문제, 사드 배치 문제 등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이슈가 수두룩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품격 있는 리더십을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둘러싼 상황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남북 문제는 해결책이 마땅찮다. 경제적으로도 저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 국민들이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 나라의 어르신이 여기저기서 비전을 제시하고 방향을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 전 문자도와 책걸이 그림 전시회를 갔었다. 대부분의 문자도에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儀廉恥)라고 쓰여 있었다. 이런 마음 가짐을 담아 오래 전부터 문자도 병풍으로 꾸며 옆에 두고 평생 따라야 할 가치로 삼았다. 특히 우리 선조들은 예의염치를 중시해 이 중에 하나가 없으면 나라가 기울게 되고, 둘이 없으면 나라가 위태롭게 되며, 셋이 없으면 나라가 뒤집어지고, 모두 없으면 나라가 파멸을 면하지 못한다고 했다. 예의염치는 사회와 나라를 존재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 덕목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딴판이다. 예의염치가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른바 ‘헬리콥터 맘’이라고 불리는 부모는 대학생 자녀의 성적을 따지기 위해서 교수를 찾아가거나 전화한다. 군대에 입대한 아들의 생활에 관여하려고 민원을 내고, 자녀가 입사시험에 떨어지면 회사에 찾아가 이유를 따진다. 기업 총수의 구속 소식은 더 이상 새롭게 들리지 않는다. 사법부의 현직 판사와 고위직 검사가 구속되는 뉴스에도 덤덤하다.

많은 나라에 출장을 다닌 경험에 따르면 북유럽이나 스위스, 독일과 같은 선진국은 사회적 품격이 남달랐다. 상대와 주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탁월했다. 특히 이들 나라 리더의 언행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저력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 우리 선조들이 지켜온 예의염치을 더해 품격 있는 국격을 갖추자. 가정·사회·나라 각 분야에서 미래에 존경받는 많은 ‘어르신’이 내 주변부터 다시 챙길 때다.

1352호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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