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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중국 3차 국유기업 개혁 성공할까 

 

김재현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
철강업 구조조정으로 신호탄 … 철강 업체 인수합병 성공 사례 드물어

▎사진:중앙포토
중국 철강 업체의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올해 초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중국 열연강판 가격이 급반등하자, 포스코 주가도 급등했다. 중국 철강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포스코가 반사이익을 얻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철강 업체들이 약 8억t의 철강을 생산하면서 세계 철강 업계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철강 가격 폭락에 시달렸다. 중국 철강 업체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약 50%에 달했다. 철강 가격 폭락으로 인한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건 중국 철강 업체들이다. 대다수 철강 업체가 적자를 기록했고 중국 정부는 철강업 구조조정을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1억~1억5000만t을 감산할 계획이다. 중국 철강업 구조조정의 시발탄이 바로 바오산철강과 우한철강의 합병이다.

세계 2위 철강 업체의 탄생

9월 22일 오후 중국 국무원은 중국 최대 철강 업체로 거듭나게 될 바오산철강과 우한철강의 합병안이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6월 27일 기업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 발생했다는 사유로 두 회사의 주식 거래가 정지된 지 약 3개월 만에 나온 소식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바오우철강’은 총자산 7000억 위안, 연간 생산능력 6000만t으로 세계 최대 철강 업체인 아르셀로 미탈에 이어 세계 2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번 합병의 주역인 바오산철강은 중국을 대표하는 철강 업체다. 1978년 바오산철강은 일본 철강설비와 관리기술을 도입해서 설립됐으며 중국 철강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바오산철강의 연간 생산능력은 4000만t, 연 매출액은 2400억 위안에 달하며 직원 수는 12만4000명에 이른다. 중국 철강 업체들이 힘든 한 해를 보냈던 지난해에도 바오산철강은 10억 위안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철강 가격이 반등하자 상반기에만 34억 위안의 순이익을 실현했다.

합병안이 발표되기 며칠 전, 중국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는 철강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2025년까지 10개 내외의 대형 철강 업체가 철강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도록 철강산업을 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특히 연산능력 8000만t급의 기업을 3~4개, 4000만t급의 철강 업체를 6~8개 육성할 계획이다.

철강업 구조조정은 3단계로 나눠서 추진될 예정이다. 우선 2018년까지는 공급 과잉 해소에 중점을 두고 철강 업체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2018~2020년에는 인수합병 제도를 보완, 개선하고 2020~2025년에는 철강업체 간의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첫 번째 대규모 인수합병인 바오산철강과 우한철강의 합병이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포스코의 조강 생산량은 4197만t으로 세계 4위를 기록했지만, 중국이 초대형 철강 업체를 여럿 육성하면 순위가 훨씬 뒤로 밀려난다. 물론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이루어졌을 경우다. 2011년 10월에도 중국은 철강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번 계획과 판박이다. 그동안 변한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2009년 기준 44%에 불과한 상위 10개사 집중도를 2015년 60%로 끌어올리려 했지만, 오히려 36%로 하락했다.

중국 대형 철강 업체의 구조조정은 여태 성공한 케이스가 드물다. 바오산철강과 우한철강의 합병 역시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 우선 우한철강의 재무상태가 너무 악화돼 있다. 지난해 우한철강은 순손실 75억 위안을 기록했는데, 부채규모도 700억 위안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약 250%에 육박한다. 이 외에도 국유기업의 소유권관계, 지분구조, 조직, 인센티브제도 등 넘어서야 할 난관이 하나 둘이 아니다.

실제로 바오산철강은 여러 차례 인수합병을 진행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1980년대 난통철강을 인수했지만, 2015년 결국 손을 떼고 기업청산 절차에 진입했다. 가깝게는 2007년과 2011년 각각 빠이철강과 샤오강을 인수했지만, 2013년 철강업 경기가 악화되면서 두 회사 모두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관리종목에 편입됐다. 2015년에도 빠이철강은 25억 위안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바오산철강은 빠이철강에게 23억 위안을 무이자 조건으로 대여했다. 샤오강도 마찬가지다. 2015년 순 손실은 26억 위안에 달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총부채는 344억 위안, 만기 1년 이내 차입 부채도 115억 위안에 달한다. 바오산철강에게는 큰 부담이다.

국유 철강기업의 인수합병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언론에 따르면, 세 가지가 관건이다. 우선, 피인수 기업의 과도한 인력과 생산능력이 가장 큰 문제다. 국유기업이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은 항상 최후의 수단이다. 또한 기업문화의 신속한 융합 역시 어렵다. 마지막은 피인수 기업의 조직구조 유지 의지다. 이래서는 인수기업과의 시스템적인 융합이나 제품 믹스전략 추진이 곤란하다. 결국 국유기업은 민간기업과 달리 인수 후에도 인수기업이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없다. 또한 중국 국유기업 구조조정은 파산이나 청산보다는 인수합병이 우선이다. 이번 인수합병에서도 바오산철강이 대형 국유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적자 기업을 돌봐야 할 의무를 짊어지게 된다. 만약 피인수 기업의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하면 사회 불안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차 생산성 제고, 2차 부실 중소업체 청산

바오산철강과 우한철강의 합병은 중국 국유기업 개혁의 큰 흐름에서 봐야 한다. 2015년 8월 중국 국무원이 ‘국유기업 개혁에 관한 지도의견’을 발표한 후 국유기업 인수합병이 국유기업 개혁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전에도 중국은 2차례에 걸쳐서 대규모 국유기업 개혁을 실시한 적이 있다. 첫 번째는 1980년대 개혁개방 초기에 진행된 국유기업 개혁이다. 이때부터 국유기업들은 사회주의적인 고정관념을 탈피, 수익성과 생산성 제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두 번째는 1990년대 말부터 진행된 구조조정이다. 수익성 없는 중소 국유기업들을 과감하게 청산해 정부의 부담을 덜었다. 당시 총리였던 주룽지는 수천만 명의 실업자 발생을 감수하면서 과감한 개혁을 추진했다.

이번이 세 번째로 진행되는 대규모 국유기업 개혁이다. 이번 국유기업 개혁에서 핵심은 철강업이다. 중국 철강 업체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50%에 달할 정도로 공급 과잉이 발생했고 부실 업체 역시 속출했기 때문이다. 2012년 중국 철강업 경기가 하락하면서 철강 업계 매출액영업이익률이 2013년과 2014년 1% 미만, 2015년에는 심지어 -2%로 추락했다. 결국 지난해 중대형 철강 업체 절반이 손실을 기록하면서 철강 업체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중국에서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영기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커지고 기간산업에서 국유기업의 독점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주도하느냐가 아니고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다. 본격적인 철강업 구조조정의 스타트를 끊은 바오우철강의 합병 성공 여부가 그래서 중요하다.

김재현 -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이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상하이교통대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1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에서 중국 경제·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354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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