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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중국을 뒤흔드는 개미 한 마리 

 

김재현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
알리바바 자회사로 핀테크 핵심 기업... 금융·O2O 등으로 영역 넓히면 기업가치 급증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를 모체로 마이크로파이낸스회사를 설립했으며, 나중에 앤트 파이낸셜로 사명을 바꿨다.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모습. / 사진:중앙포토
개미 한 마리가 중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 개미는 골드먼삭스보다도 몸값이 비싸다. 살짝 궁금해지지 않는가? 이 개미의 이름은 앤트 파이낸셜(Ant Financial), 주인은 아시아 기업 중 시가총액 1위인 알리바바이다.

최근 중국은 핀테크가 대세다. 온갖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한국의 핀테크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 핀테크 핵심기업 중 하나가 바로 앤트 파이낸셜이다. 앤트 파이낸셜이 골드먼삭스보다 비싸다고 운을 띄운 건 블룸버그다. 지난 9월 20일 블룸버그는 CLSA홍콩의 통신·인터넷부문 리서치 헤드인 엘리노어 륭을 인용해 앤트 파이낸셜의 가치가 75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골드먼삭스의 시가총액인 약 700억 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엘리노어 륭은 지난 4월 앤트 파이낸셜이 45억 달러를 조달할 무렵 기업가치가 600억 달러로 평가됐으며 지금은 750억 달러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3자 지급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의 가치가 500억 달러, 소액대출이 80억 달러, 자산관리가 70억 달러, 투자지분과 보유현금 지분이 1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보험·신용평가 사업까지 순조롭게 성장할 경우, 앤트파이낸셜의 시가총액이 2년 안에 10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엘리노어 륭은 전망했다.

기업가치 750억 달러로 골드먼삭스보다 많아

앤트 파이낸셜은 6개월 동안 디디추싱(차량공유서비스), 얌차이나(KFC·피자헛을 운영하는 얌브랜드의 중국법인) 등 공유경제, 외식 O2O(온·오프라인 연계), 영화 부문에 걸쳐 10개 기업에 투자했다. 특히 최근 인수합병 행보가 가속화됐다. 중국 언론 통계에 따르면, 앤트 파이낸셜은 설립 후 총 30건의 인수합병을 진행했으며 투자금액만도 224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 등 금융영역에 집중됐던 인수합병 대상이 외식·미디어·영화 등으로 확대됐다. 현재 비상장기업인 앤트 파이낸셜은 BAT(중국 3대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급의 영향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분히 달성가능한 목표다. 2015년 7월 앤트 파이낸셜이 120억 위안을 조달할 때만 해도 기업가치는 450억 달러로 평가받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 4월, 45억 달러를 조달할 때는 기업가치가 600억 달러로 30% 이상 올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9월 CLSA는 앤트 파이낸셜 가치를 750억 달러로 추정했다. 중국 대표 검색 업체인 바이두의 시가총액(약 640억 달러)을 이미 넘어선 셈이다.

앤트 파이낸셜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규모로 성장했을까? 2004년 설립된 알리페이가 앤트 파이낸셜의 시작이다. 2013년 3월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를 모체로 마이크로파이낸스 회사를 설립했으며 나중에는 앤트 파이낸셜로 사명을 변경한다. 알리페이의 주요 사업은 제3자 지급결제 서비스였다. 전자 상거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의 페이팔(Paypal)과 유사한 에스크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즉, 고객이 알리페이로 결제하면 배송기간 동안 알리페이가 구매대금을 가지고 있다가 고객이 물건수령 후 대금을 지불해도 된다고 확인하고 나서야 판매자에게 구매대금이 지급되는 시스템이다.

이런 거래시스템 때문에 막대한 자금이 알리페이에 계속해서 머물게 됐고 알리페이는 이 기회를 살려 금융업에 뛰어든다. 2013년 10월, 앤트 파이낸셜은 약 12억 위안을 투자해서 티엔 홍자산운용의 지분 51%를 취득하며 지배주주로 올라섰다. 이보다 앞서 2013년 6월에는 티엔홍자산운용과 협력해 ‘위어바오’를 출시한다. ‘위어바오’는 일종의 머니마켓펀드(MMF)로, 알리페이 계정에 남아 있는 돈을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운용하는 펀드이다. 당시 수익률이 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5~6%에 달했기 때문에 자금이 급증했고 ‘위어바오’는 순식간에 중국 최대 머니마켓펀드로 부상했다. 올해 9월 기준, 중국 머니마켓펀드 중 ‘위어바오’의 운용자산은 8163억 위안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의 운용자산은 1529억 위안에 불과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부터 앤트 파이낸셜은 투자 행보를 가속화한다. 2014년 2건, 2015년 14건, 2016년에는 9월까지 12건의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투자 대상 역시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소비금융 등 금융뿐만 아니라 외식·미디어 같은 비금융 영역까지 포괄한다. 앤트 파이낸셜은 인터넷금융서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투자와 자생적인 발전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며 5대 사업 부문을 서서히 형성해 나갔다. 5대 사업 부문은 제3자 지불결제, 재테크, 대출, 종합금융과 금융인프라 제공이다.

인도 시발점으로 해외 진출도 활발

해외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제3자 결제서비스로 부상한 알리페이는 특히 인도시장 공략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2015년 앤트 파이낸셜은 인도 최대 온라인 결제 업체인 페이티엠(Paytm)에 9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40%를 취득했다. 인도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며 외국인 주주는 제3자 결제서비스 업체의 지분을 최대 49%까지 보유할 수 있다. 은행의 경우 외국인 주주는 지분을 74%까지 보유할 수 있다.

앤트 파이낸셜은 페이티엠에서도 투자와 더불어 전면적인 업무협력을 진행했다. 자금 지원뿐 아니라 운영에도 깊게 관여한 것이다. 앤트 파이낸셜은 20명 이상의 업무지원단을 파견해 알리페이 운영체제를 페이티엠에 이식하고 있다. 결과도 긍정적이다. 앤트 파이낸셜의 투자 후, 페이티엠의 사용자수는 약 1억 명 가량 급증하며 1억4000만 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제3자 지급 결제와 핸드폰 요금 충전에 집중된 단조로운 사업구조에서 탈피하며 영화 예매, 콜택시 서비스 등 O2O 서비스로 확장했다.

이제 앤트 파이낸셜은 인도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시장에서도 페이티엠과 같은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국도 유력한 투자 대상 중 하나다. 2015년 11월 앤트 파이낸셜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에 투자했으며 지분 약 4%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동 지하상가 벽면은 온통 알리페이의 중국어 광고로 도배돼 있다. 연 600만 명의 중국 관광객과 더불어 알리페이의 영향력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앤트 파이낸셜은 기존 질서의 전복자 역할을 해왔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현재의 금융산업 구조로는 향후 중국이 필요로 하는 금융시스템을 제공할 수 없다며 여러 차례 기존 금융 시스템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앤트 파이낸셜도 외부로부터의 도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중국 제3자 결제서비스 시장에서 알리페이는 68.4%의 시장점유율로 1위, 텐센트의 위챗 페이는 20.6%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알리페이의 시장점유율은 51.8%로 급락한 반면 위챗페이의 점유율은 38.3%로 확대됐다. 중국판 카카오인 위챗을 앞세운 위챗페이의 시장 침투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더구나 2월부터 애플페이도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샤오미·화웨이도 지불결제 서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또한 앤트 파이낸셜의 수익구조는 알리페이에 편중돼 있다. 앤트 파이낸셜이 시장에서 75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제3자 지불결제 서비스뿐 아니라 다른 금융영역에서도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앤트 파이낸셜이 이런 도전을 극복해야 진정 골드먼삭스 시가총액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현 -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이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상하이교통대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1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에서 중국 경제·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355호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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