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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잠시 숨 고르는 중국 영화시장 

 

김재현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
2018년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 급조한 작품 늘면서 올 들어선 주춤

▎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20세여 다시 한번]은 중국에서 3억6700만 위안(약 624억원)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 영화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영화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입장료 수입도 2005년 20억 위안에서 2015년 441억 위안으로 20배 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준 높은 중국 영화가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 규모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올해는 국경절 연휴 등 영화시장 대목에도 극장가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는 등 중국 영화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중국 영화시장을 한번 파헤쳐보자.

중국 영화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이다. 영화시장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중국 기업들이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늘리면서 스크린 수가 매년 30~40% 증가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중국 영화의 양적인 성장이 시작됐고, 중국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600편이 넘는 중국 영화가 제작됐고 박스오피스 매출 비중이 60%를 넘어서는 등 중국 영화가 주인공 역할을 했다.

지난해 중국 영화시장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영화 관객 수는 12억6000만 명으로 중국 인구 14억 명의 1인 영화관람 횟수는 0.9회이다. 우리 나라는 4.2회에 달한다. 중국의 성장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화 티켓 평균 가격은 35위안(약 6000원), 여기에 관람객 수를 곱하니까 박스오피스 매출 규모는 441억 위안이 나온다. 우리나라 돈으로 7조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 영화시장 규모 7조5000억원

중국에서는 어떤 영화가 인기가 많을까? 장르별로 살펴보자면, 역시 액션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코미디·로맨스·애니메이션·SF 순이다. 외국 영화 중에서는 액션물과 SF물이 가장 많았다.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 제작하는 할리우드 영화의 장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국 영화 중에서는 코미디물이 가장 많았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코미디물은 역시 중국 영화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고, 할리우드식 코미디는 잘 먹히지 않았다.

올해 그야말로 대박이 난 영화도 코미디물이다. 춘절 연휴에 개봉된 주성치 감독의 [미인어(美人魚)]는 중국 박스오피스 사상 최대 기록인 34억 위안을 기록했다. 티켓 가격인 35위안으로 나누면 약 1억 명이 봤다는 결과가 나온다. [미인어]가 중국 최초의 ‘1억 영화’인 셈이다. 이 영화는 주성치 특유의 코미디 코드로 환경보호와 꿈, 사랑을 강조하고 있는데, 쉬운 내용과 재밌는 전개가 중국 관객에게 먹히면서 중국 전역에서 히트를 쳤다. 흥미로운 것은 [미인어]의 CG작업을 맡은 기업이 한국 기업이라는 것이다. 매크로그래프는 이 영화에서 뛰어난 시각특수효과(VFX)를 선보이며 영화 흥행에 기여했다. 국내 기업들의 중국 영화시장 합작투자도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다수의 한·중 합작영화가 개봉됐고 박스오피스 성적도 괜찮았다.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20세여 다시 한번]은 중국에서 3억 6700만 위안(약 624억원)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기록했다.

재밌는 것은 영화 제작뿐 아니라 배우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영향력이 크다. 특히 남자 배우에서 그렇다. 남자 배우 영향력 순위를 보면, 크리스가 1위, 루한이 2위이다. 둘 다 그룹 엑소(EXO) 출신이다. 루한은 [20세여 다시 한번]에도 출연했다. 크리스와 루한은 팬클럽 회원 수도 많고 이들의 충성도도 높기 때문에 영화 흥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4위는 송중기가 차지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단번에 4위에 올랐다. 여자 배우 중에서는 소녀시대 윤아만 11위에 진입했다. 윤아는 중국 사극 [무신조자룡]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제 할리우드도 중국 영화시장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 영화시장이 급성장했다. 최신 블록버스터가 개봉할 때마다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중국은 빼놓을 수 없는 행선지이다. [미션 임파셔블 로그내이션]이 개봉할 때는 톰 크루즈가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대담을 나눴다. 이 영화는 알리바바 픽처스가 최초로 할리우드에 투자한 영화이기도 하다. 일부 할리우드 영화는 중국 흥행 실적이 미국을 초과하기도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인기를 끈 [분노의 질주7]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는데, 중국 박스오피스 매출이 미국보다 4000만 달러 많았다고 한다. [그래비티]에서는 여주인공이 중국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하는 등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중국이 자주 묘사된다.

정부까지 나서서 과다한 배우 개런티 규제

중국 영화시장이 지나치게 빨리 성장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영화 제작이 급증하면서 함량 미달의 영화가 늘었다. 최근에는 기본적인 서사구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영화까지 영화관에서 상영되면서 중국 관객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데 극본에서 출연배우 구성, 촬영과 편집까지 최소한 몇 년이 필요하다. 그런데 올해 여름방학에 개봉한 영화 중에는 연초에 기획을 시작해서 반 년 만에 제작을 끝낸 영화도 많다. 관객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는 중국 영화가 부족했던 게 올해 중국 영화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이유 중 하나이다.

지나치게 높은 배우 개런티도 영화 제작자에게는 큰 부담이다. 중국 영화 수가 급증하면서 연기력과 인기를 갖춘 배우를 섭외하기가 힘들어졌다. 결과는 배우 개런티의 급등이다. 배우 개런티가 영화 제작비의 60~70%에 달하는 영화가 부지기수이다. 10년 전만 해도 10%에도 못 미쳤다. 그러다 보니 중국 기획사들은 한국 배우들에게 눈을 돌리게 됐다. 중국 배우의 개런티가 급등하다 보니, 한국 배우 개런티가 훨씬 싸졌다. 중국에서 지명도를 확보한 배우는 흥행 보증에도 유리해서 중국에서 적극 러브콜을 보내게 된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방영 후 김수현·송중기에 대한 중국의 러브콜이 급증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지금은 러브콜이 실시간으로 온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가 한국 인기 드라마를 실시간 혹은 다음날 방영하기 때문이다. 예전 [대장금]이 한국에서 방영된 후 중국에서 전파를 타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다시 중국 배우 개런티 문제로 돌아가서, 영화 제작비 1억 5000만 위안 중 배우 개런티만 1억 위안을 차지하니 영화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인기 있는 배우는 개런티에 걸맞은 흥행보증수표 역할을 한다. 크리스가 주연한 청춘물은 열성 팬들이 30만 위안(약 5000만원)에 영화 상영관을 통째로 예매하기도 했다. 영화 상영 후 2주 동안 이렇게 중국 전역 150개 도시에서 상영관을 통째로 예매한 횟수만 200회가 넘는다. 대단한 팬 파워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과다한 배우 개런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우 개런티 총액이 영화 제작비의 30%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지켜질 지는 미지수이다.

올해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이르면 2017년 늦어도 2018년에는 미국을 넘어서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우리에게도 기회와 도전이 동시에 늘어날 것 같다.

김재현 -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이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상하이교통대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1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에서 중국 경제·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356호 (201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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