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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 봅시다 | 기술적 분석으로 미래 주가를 예측할 수 있을까] 아직도 주식 차트 연구하세요? 

 

백우진 한화증권 편집위원 woojinb@hanwhawm.com
미래 주가는 과거 주가와 독립적으로 등락... 내재가치 바탕 매매가 투자의 정석
가상 주식의 초기 주가를 50이라고 하자. 이 주식의 가격은 동전을 던져 나온 결과에 따라 등락한다. 앞면이 나오면 주가가 0.5포인트 올라 50.5가 되고, 뒷면이면 0.5포인트 떨어져 49.5가 되는 것이다. 이 가상 주식의 주가는 무작위로 오르내린다. 버튼 맬키엘 미국 프린스턴 대학 경제학 교수는 이런 규칙에 따라 그린 가상 주식의 그래프를 어느 차티스트에게 보여줬다. 그 차티스트는 그래프를 보자마자 “당장 이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랜덤워크 이론]을 쓴 맬키엘 교수는 이 일화를 들어 차티스트와 차티스트의 기술적 분석을 조롱했다.

기술적 분석은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 위해 주가와 거래량의 과거 흐름을 분석하는 작업을 뜻한다. 과거 자료를 정리한 도표(차트)를 보고 기술적 분석을 하는 차티스트는 과거에 나타난 주가의 패턴이 일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앞으로 다시 나타난다고 믿는다.

그로테스크한 형태의 차트에 현혹되지 말라

기술적 분석의 ‘기술’은 여러 갈래로 개발됐다. 그중 하나가 볼린저밴드다. 볼린저밴드는 주가가 상한선과 하한선을 경계로 한 밴드에서 등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가정하고 주가의 ‘20일 이동평균선’을 중심으로 상한선과 하한선을 구해 밴드를 구성한다. 엘리엇 파동 이론은 주가가 상승 5파와 하락 3파로 움직이며 이 8개의 파동이 하나의 사이클을 형성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패턴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 캔들차트를 활용하는 기술적 분석도 있는데, 캔들차트란 일정 기간의 주가 추이를 막대기 모양으로 나타낸 것으로, 초(캔들)를 세워놓은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다.

개인 주식투자자 중 기술적 분석을 활용해 매매하는 이들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기술적 분석 못하면 절대 주식투자 하지 마라] [주식차트 성공비법] [차트분석 무작정 따라하기] [신 차트의 맥] 같은 책이 잇따라 나오고 기술적 분석 투자기법 강의가 계속 열리는 것으로 미루어, 개인 주식투자자 상당수가 이 방법을 따르는 것으로 짐작된다.

기술적 분석에 대한 단편적인 비판은 이미 충분히 나왔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차트를 뒤집어놓고 봤을 때 (차트가 바로 놓였을 때와) 다른 답이 나오지 않는 걸 보고 (기술적 분석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고 전해진다. 유럽 증권계의 ‘위대한 유산’이라는 칭호를 받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서 “그로테스크한 형태의 차트에 현혹되는 것은 돈을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멜키엘 교수가 차티스트의 예측력을 비웃는 데 쓴 기법은 정공법이 아니다. 그의 판별법은 마치 영상의학과 의사의 역량을 평가한다며 가짜 X선 사진을 보여주고 “환자의 질병을 알아맞혀 보라”고 주문하는 것과 비슷하다. 제대로 된 검증 방법은 실제 주가 그래프를 차티스트에게 보여준 후 그의 예측력을 유의미한 횟수에 걸쳐 따져보는 것이다.

필자 역시 기술적 분석이 오류라고 생각하며 이 글에서는 기술적 분석을 논리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논리 전개에 앞서 다음 몇 가지 물음을 제시한다.

-태풍 차바가 10월 초 남부 내륙지방을 강타했다. 10월에 태풍이 상륙하기는 태풍을 관측한 지난 112년 중 10차례에 불과했다. 다음 10월 태풍이 언제 한반도에 올지 예측할 수 있을까?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하고 이에 발맞춘 통신기술의 발달로 모바일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태계가 오늘날과 같이 변모하리라고 누가 상상했나?

-세계에서 손꼽히는 빈곤·독재 국가였던 한국이 자동차·반도체·스마트폰·가전·철강·조선·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에서 세계적인 플레이어로 도약하고 민주주의로 이행하리라고 누가 전망했나?


이들 물음에 대한 대답은 다음에 서술하는 일련의 주장을 확인해주는 사례 중 일부다. 경제에서 많은 변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기존 변수 외에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불거질 수 있으며 그 변수의 영향이 얼마나 크고 오래 갈지 결코 예단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해당 변수의 힘은 자체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래는 만들어나가는 사람의 몫이다. 이 부분 또한 예측할 수 없는데, 그건 과연 누가 미래를 어떻게 개척할지 또한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다수가 비슷하게 해석하는 차트는 참고할 만

이들 주장은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많은 변수가 어떻게 될지 미리 알기란 불가능하다. 게다가 주식시장에는 예측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이 있다. 투자자의 심리와 상호작용이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모든 변수가 똑같더라도 투자자들이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는지에 따라 주가의 흐름이 달라진다. 주가의 움직임은 투자심리에 되먹임되고 이는 다시 주가 등락으로 순환된다. 이 과정은 비이성적인 과열과 버블 형성으로 치닫기도 하고 주가의 과도한 폭락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버블이 형성될지, 언제 터질지, 버블 붕괴 후 지나친 하락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는 경제 주체와 관련 당국의 대응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주가의 등락은 결코 같은 양상으로 반복되지 않는다. 기술적 분석은 일시적으로는 통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맞을 수 없다.

다만 많은 투자자들이 비슷한 판단을 내리는 차트 모양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가 ‘미인대회’에 비유해 설명한 것처럼 주가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많은 투자자들이 어떻다고 판단하면 그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코스톨라니가 기술적 분석 결과 중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 ‘이중상승’이나 ‘이중하락’이 그런 경우다. 코스톨라니는 이중상승을 “마지막 최고 시세가 다음 시세에 의해 초과되는 경우”라며 “이중상승이 몇 번 반복되면 주가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주가가 이전 최저점을 넘어서 떨어지면 이는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중상승과 이중하락이 그런 신호가 된다면 그건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 결과일 수 있다.

기술적 분석에 의존할 수 없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주가를 보는 대신 주식의 내재가치를 분석해 투자해야 한다. 주식의 내재가치는 주가를 가리키는 시장가치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기업의 수익성이나 순자산가치를 바탕으로 산정한다. 물론 앞서 미래 예측과 관련해 설명한 것처럼, 기업의 향후 수익을 전망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또한 내재가치가 높더라도 상당 기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좋은 곳에 이르는 길은 쉽지 않다. 성공에 이르는 투자의 길은 좁고 험하다. 그 길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하는 데서 시작한다.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많이 떨어졌거나 향후 내재가치가 현재 주가에 비해 크게 성장할 주식을 선택해 매매하는 것이 투자의 정도(正道)다.

1356호 (201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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