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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경영 속도 내는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 크라운·해태제과의 ‘왕관’ 쓴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경영권 강화... 윤 대표→두라푸드→크라운해태홀딩스 구도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와 그가 주도해 맛과 패키지를 리뉴얼한 ‘크라운산도’와 ‘쿠크다스’.
지난해 말 크라운제과는 자사 장수 브랜드인 ‘크라운 산도’와 ‘쿠크다스’ 리뉴얼 제품을 차례로 출시했다. 1956년 탄생한 산도는 그동안 제품 디자인 일부를 바꾼 적은 있지만, 맛과 패키지에 큰 변화를 준 건 60년 만에 처음이었다. 크라운제과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은 쿠크다스 역시 1986년 이후 30년 만에 새로운 맛과 패키지로 재탄생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간판 브랜드인 ‘쵸코하임’과 ‘화이트하임’을 리뉴얼해 지난 7월 내놓은 ‘뉴하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연 매출 900억원을 달성하며 인기 제품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매출 1000억원을 올린다는 목표로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에 나섰다. 특히 오스트리아에서 독일에 이르는 ‘로맨틱 가도’를 배경으로 했다는 과자 패키지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윤영달 회장 이어 아트경영 대 이을 듯

수십 년 간 한결 같은 모습으로 소비자를 만났던 장수 과자의 변신 뒤엔 윤석빈(45) 크라운제과 대표가 있었다. 윤 대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리뉴얼 제품 출시를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인 패키지 디자인은 윤 대표의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후문이다. 윤영달(71)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장남이자 선대회장인 고 윤태현 창업주의 손자인 윤 대표는 식품 업계의 대표적인 3세 경영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다른 재계 2~3세들이 대개 경영학을 전공하는데 반해 윤 대표는 2007년 크라운제과 이사로 입사하기 전까지 미술학도의 길을 걸었다. 명문 미대로 알려진 미국 프랫대학교와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서 디자인을 전공해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그런 그가 선대회장부터 내려온 제품 패키지 디자인에 변화를 준 것은 본격적인 3세 경영인 체제 전환을 앞둔 첫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입사 후 3년 만인 2010년 1월, 상무로 승진한 그는 6개월여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윤 대표는 2005년 해태제과 인수 후 불어난 부채를 해결하는 데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244%였던 부채비율은 윤 대표가 사장으로 취임한 2010년부터 꾸준히 낮아져 지난해 79%로 떨어졌다. 그 사이 매출은 연평균 4% 성장했고, 영업이익률은 8~10%대를 유지하고 있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윤 대표가 아직 외부에 노출되진 않았지만 크라운제과의 재무건전성 제고에 크게 기여하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직원과의 스킨십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사내에서 만나는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개선해야 할 점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고 말했다. 아버지 윤영달 회장의 남다른 국악 사랑처럼 윤 대표 역시 예술·문화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서 크라운제과의 ‘아트경영’ 철학은 대를 이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영달 회장이 여전히 건재하지만 윤 대표에 대한 승계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크라운제과가 회사를 분할해 지주사 체재로 전환하면서부터다. 크라운제과는 10월 21일 주주총회를 열고 식품사업 부문을 분할해 ‘크라운제과’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또한 존속하는 투자사업 부문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그 상호를 ‘크라운해태홀딩스’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분할비율은 크라운해태홀딩스와 크라운제과가 0.66003 대 0.33997이다. 존속회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가 해태제과식품 등 자회사 관리를 맡는 지주회사가 되고, 신설회사인 크라운제과가 기존 제과사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가 된다. 최종 승인은 내년 1월 25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이뤄진다. 분할 기일은 내년 3월 1일이다. 크라운제과 측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수직 계열화를 이뤄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분할을 두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전초작업으로 풀이한다. 크라운제과는 10월 24일 크라운제과 주식 105만주(지분율 7.12%)를 시간외 매매로 두라푸드와 윤 대표에게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두라푸드에는 60만주(4.07%)를 주당 3만2200원에 매각했고, 윤 대표에게는 45만주(3.05%)를 증여했다. 이를 통해 두라푸드는 크라운제과 지분을 24.1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윤 회장은 지분율 20.26%로 2대 주주로, 크라운제과 지분이 전혀 없던 윤 대표는 3.05%를 확보해 3대 주주에 올랐다. 두라푸드는 영양갱 등을 만들어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에 납품하는 회사다. 윤 대표는 두라푸드 지분 59.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재 크 라운제과 지분 분 포는 오너일가 우 호 지분이 49.13%로 단단하지만, 만약 지주사 전환 대신 윤 회장이 윤 대표에게 직접 상속을 결정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윤 회장이 전체 보유 주식을 증여하고, 증여세를 현물주식으로 납부할 경우 절반은 증여세로 납부해야 해 지분율 감소가 불가피하다(세율 50% 적용). 이 경우 윤 회장과 두라푸드 등을 합해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30%대로 떨어진다. 그러나 지주사로 전환하면 사업회사와의 주식 교환을 통해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주식 교환에 따른 지주사 신주 발행으로 지분율이 희석되더라도 직접 상속보다는 더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윤 대표 지분율이 절대적인 두라푸드를 통해 윤영달 회장에서 윤석빈 대표로 원만한 지분 승계 과정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윤석빈 대표가 차기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해 초 출시한 스페인 전통간식 ‘츄러스’가 1년만에 누적매출 200억원을 기록하며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그 외 이렇다 할 만한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크라운제과는 ‘마이쮸 젤로’ ‘죠리퐁 밀크화이트’ ‘새큼한 C콘칩’ ‘라이스 쿠키’ ‘크리스피 와플’ 등 5가지 신제품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그러나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와 달리 자회사 해태제과식품은 ‘허니버터칩’ 열풍으로 지난해 롯데제과에 이어 국내 매출 2위 자리에 올랐다. 해태제과 매출이 2014년 6900억원에서 지난해 7983억원으로 증가하며 오리온을 3위로 밀어낸 것이다.

크라운제과 주춤, 해태제과식품 상승세

해태제과식품은 올 1분기 183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 동기 대비 2% 성장했다. 이와 달리 크라운제과는 같은 기간 매출이 113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현재 자회사 해태제과식품이 모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크라운·해태제과식품의 연결기준 총 매출은 1조2000억 원을 돌파해 2012년 이후의 부진을 담박에 씻었다. 모기업인 크라운제과의 연결 매출 증가분 1199억원 가운데 해태제과식품이 무려 90.4%에 해당하는 1084억원을 기여했다. 이 때문에 윤 대표의 처남 신정훈(46) 해태제과 대표와 경영능력을 비교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신 대표가 윤 대표보다 먼저 경영에 참여한 만큼 두 사람의 경영능력을 비교하기엔 아직 이르다”면서 “윤 대표가 취임 이후 꾸준히 내실경영에 힘쓴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1358호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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