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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탁 기자의 바이오 이노베이터 (2) | 이성균 디게이트 대표] 게임처럼 즐기는 재활 프로그램 개발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국내 최초 관절동작 분석 기기... 노인 건강관리부터 골프 스윙 교정까지 다양

성공은 실패를 두려워 않는 도전에서 비롯되게 마련이다.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이 주목받는다. 바이오 강국을 꿈꾸며 숱한 실패를 딛고 도전을 이어온 혁신기업과 CEO를 소개한다.


▎이성균 디게이트 대표.
서울시 노인센터 위치가 표시된 지도와 골프 스윙 연속동작 사진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가산 디지털 단지에 자리한 디게이트 사무실에 들어서자 눈에 들어온 사진들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디게이트가 앞으로 사업을 확장할 장소와 분야다. 이성균(53) 디게이트 대표는 “노인 건강관리부터 골프 스윙 교정까지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며 “지역 보건소와 노인복지 센터, 일반가정이 우리의 주요 고객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디게이트는 스마트 재활시스템 개발 기업이다. 이미지 센서를 통해 본인의 움직임을 화면으로 확인하며 운동하는 장비를 만든다. 지난해 시제품을 선보였고, 지난 7월 보험수가 적용을 받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디게이트가 개발한 유인케어는 뇌졸중이나 근골격계 환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재활에 도움을 주는 재활 시스템이다. 센서 등의 부착없이 재활이 필요한 환자의 관절 가동범위 (ROM), 근력, 근지구력 등을 원터치로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재활운동에 대한 교육·훈련뿐만 아니라 개인 맞춤형 게임을 통해 지루하고 반복적인 재활 훈련을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도와준다. 이 대표는 “유인케어는 You are in care(당신은 우리의 케어 안에 있습니다)’라는 의미”라며 “환자 상태에 맞춘 스마트 코칭으로 재활을 쉽고 재미있게 이끌어준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올 상반기 매출은 2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선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8월에만 35억원을 투자받았다. 인터베스트와 IBK캐피탈이 각각 15억원 과 10억원을 투자했다. 다온인베스트먼트와 화수분인베스트먼트도 각각 5억원을 집행했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의 기술력과 사업화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점이 이 회사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7월 보험수가 적용 받으며 주목받아

2000년 설립된 디게이트는 게임 개발 업체였다. 지난 10년 간 센서를 통해 움직임을 감지하는 체험형 게임을 주로 개발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 X-Box나 닌텐도의 체험형 게임기 위와 유사한 원리의 게임들이었다. 게임기에 내장된 적외선 센서가 신체 움직임을 감지해 동작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체험형 게임 회사에서 스마트 헬스로 분야를 바꾼 계기는 2010년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다. 국내 주요 의대 교수들이 주도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재활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었다. 게임을 개발했던 경험을 살려 지원했는데 대형 의대 연구팀을 제치고 사업자에 선정됐다. 이 대표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당장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실용성 덕에 점수를 잘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품 개발까지는 순조로웠다. 팔을 올렸다 내리는 단순한 게임부터 팔을 움직여 화면 속 각종 몬스터를 잡는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게임하며 재활하는 기기를 내놨는데,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의학적 기반이 부족했고 유사 제품도 널려 있었다. 당시 디게이트는 김명국 대표가 이끌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데 무리를 느꼈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이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디게이트 대주주로 그동안 경영 자문 역할을 해왔다. 고심하던 이 대표는 지원을 늘리다 결국 2014년 경영에 참여한다.

이 대표는 많은 경험을 쌓아온 벤처 기업인이다. 한양대 재료 공학과를 나온 그는 삼성SDS에서 10년 간 일했다. 이후 동료 3명과 함께 유인커뮤니케이션이란 회사를 차렸다. 인터넷 메신저 개발 회사였다. 이 대표가 개발한 메신저에 포털기업 다음이 관심을 보였다. 창업한 지 불과 3년 만에 300억원으로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서른 여덟에 큰 성공을 거둔 이 대표는 자신이 넘쳤다. 곧 가상광고 시장을 겨냥한 3D 광고 개발 회사를 차렸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방송 3사에 프로그램을 공급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하지만 가상 광고 시장 규모가 워낙 작았다. 성장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었지만 예상이 어긋나며 결국 사업을 접었다.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 그는 대학으로 발길을 옮겼다. 한양대 기술지주회사 대표로 활동하며 청년창업과 대학기술사업에 기여했다. 대학에서 벤처인을 가르쳤지만 마음은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벤처 기업을 설립해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때 디게이트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세상에 조금 더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디게이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 1등하는 수백억대 기업을 만들어 봤지만 여전히 아쉬웠어요. 수천억원 가치의 기업을 키워보고 싶습니다.”

현장에 다시 돌아온 이 대표는 서두르지 않았다. 모든 프로젝트를 원점에 두고 성공 가능성을 꼼꼼히 살폈다. 업계 동향을 분석하며 전략을 세웠다. 디게이트의 장점은 10년 간 쌓은 경험과 기술력이다. 이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분야가 의료기기라고 판단했다. 체험이나 증강현실 게임엔 이미 강자들이 있다. 체조나 요가 프로그램은 진입장벽이 낮다.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다. 의료 기기는 다르다. 의료진과 함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의학적인 검증을 받아야 물건을 팔 수 있는 까다로운 분야라 도전했다”며 “관절동작분석 솔루션은 한국에선 누구도 시작하지 않은 블루오션이라서 도전했다”고 말했다.

관절동작분석 의료기기 한국 최초 개발

유인케어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재활훈련, 재활게임, 그리고 이 대표가 주목한 관절동작 분석이다. 병원에서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동작 분석을 한다. 의사 앞에서 팔을 움직이며 간단한 진료를 받거나, 상태가 나쁜 경우엔 종합병원에 있는 동작 분석실에 가야 한다. 30분에서 2시간 정도 시간이 들고 비용이 만만치 않다. 유인케어는 동작 분석실 기능의 90%를 진단할 수 있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여기에 5분이면 분석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모교인 한양대 의대 교수를 찾아 다니며 제품을 함께 개발했다. 관절분야 전문의 20여명의 도움을 받아 2015년 국내 최초의 관절동작분석 기기 개발에 성공한다.

개발 다음 단계는 보험 적용이다. 아무리 기계가 좋아도 보험 적용이 안 되면 병원에서 사용을 꺼린다. 제품을 한번 더 확인 받는 의미도 있다. 재활훈련과 재활게임기 제조사들은 여럿이지만 보험 수가를 적용받는 의료기기는 없었다. 이 대표의 전략이 들어 맞기 위해선 보험수가 적용이 필수였다. 관절 전문의들과 함께 자료를 만들어 낸 지 1년 만인 올해 7월 보험 수가 적용을 받았다. 지난 두 달 만에 제품 20대가 팔렸다. 벤처캐피털 투자도 급물살을 탔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디게이트의 유인케어는 기존 외국계 장비와 달리 경제성이 뛰어나고 2평 남짓의 좁은 공간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종합병원·요양병원은 물론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등에서도 환자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주요 고객은 병원이다. 이 대표는 원격 재활, 건강 관리 서비스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기록·분석해주는 맞춤형 의료기기라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게임 강도와 횟수를 세팅해주는 덕에 훨씬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디게이트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판매처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어 유럽과 일본의 관련 기업과 제휴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나설 방침이다.

1358호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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