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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가&혁신가 | 홍병진 데이터뱅크시스템즈 대표] 종합병원 대기시간 절반으로 줄였죠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스마트폰으로 접수부터 진료비 결제까지... 실손보험 자동청구 서비스도 준비 중

▎홍병진 데이터뱅크시스템즈 대표. / 사진: 김상선 기자
개인사업을 하는 백원식(44)씨는 지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3~6개월마다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을 간다. 주차를 하고 아버지와 함께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오늘은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한숨을 내쉰다. 백씨의 동선을 따라가보자. 1층 접수대에서 순번표를 뽑은 후 20~30분을 기다려야 접수를 한다. 접수 후에는 진료실로 이동한다. 지금이야 자주 병원에 가기 때문에 진료실 위치를 금방 찾지만, 예전에는 진료실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진료 시간을 예약했지만, 진료실 앞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가 많다. 또 기다려야 한다. 길어야 5분 정도 되는 의사의 진찰을 받은 후에는 다시 병원비를 결제하고 처방전을 받기 위해 수납하는 곳에 가야 한다. 대기표를 뽑고 짧으면 10분, 길면 30분 정도를 또 기다린 후에야 병원을 나설 수 있다. 백씨는 “그나마 별다른 검사가 없으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면 끝나지만, 혈액검사나 촬영을 하면 2시간 이상이 걸린다”며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서 아버지가 많이 힘들어 한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15개 종합병원에 엠케어 시스템 구축 예정

백씨뿐만 아니라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이들은 대부분 긴 대기 시간 탓에 불편을 느낀다. 간편결제 시스템이 대중화됐지만, 여전히 병원에서는 수납창구에서만 결제를 할 수 있다. 대형 병원의 시설은 첨단을 걷고 있지만, 환자들의 불편함은 여전하다. 한국에는 100개 이상의 병실을 갖춘 종합병원이 290여개,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상급종합병원이 43곳이 있다. 300여 개가 넘는 종합병원은 여전히 환자가 불편한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종합병원의 불편한 시스템을 해결해준 서비스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데이타뱅크시스템즈 홍병진(51) 대표가 지난해 12월 부산대학교병원을 시작으로 경북대학교병원(7월)·한양대학교병원(9월)에 구축한 ‘엠케어’다.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재진 환자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접수부터 진료비 결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다. 홍 대표는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대구 파티마병원, 대구 가톨릭대학교병원 같은 종합병원에도 엠케어를 구축 중”이라며 “올해 말이면 15개의 종합병원에서 엠케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엠케어 시스템이 구축된 병원을 이용할 경우 엠케어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으면 된다. 엠케어는 비콘(블루투스 기반의 무선통신 장치)을 통한 위치기반 서비스다. 엠케어 앱을 통해 본인 인증을 하면 진료카드를 지참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앱이 모바일 진료카드를 대신한다. 엠케어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가지고 병원에 도착하면 접수대기 번호표를 바로 발급받을 수 있다. 접수를 하면 스마트폰 화면에 진료를 받아야 할 곳의 위치와 길을 안내해준다. 진료 대기 순서도 스마트폰으로 확인 가능하다. 굳이 진료실 앞에서 오래 대기할 필요 없이 커피숍이나 병원 외부에서 기다릴 수 있다. 진료를 받은 후에는 굳이 수납창구를 찾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바로 병원비를 결제할 수 있다. 다만 약 처방전은 아직까지 직접 출력해야 한다. 홍 대표는 “엠케어 서비스를 시뮬레이션 해보니까 대기시간이 반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스마트폰으로 전자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보내고, 결제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올해 말까지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자처방전을 받아서 약국에 보내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되면 대기시간은 더 줄어든다.

엠케어의 핵심은 위치기반 서비스와 간편결제 서비스다. 병원이 가지고 있는 환자의 식별 정보와 결합이 되어야만 엠케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병원은 환자의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꺼렸다. 2014년부터 이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지난해 말에야 부산대학교 병원에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다. 홍 대표는 “병원의 협조를 얻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며 “부산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이 환자의 편리를 위해 처음으로 환자 정보를 오픈한 것”이라고 말했다. “엠케어에는 환자의 정보가 전혀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엠케어를 알리기 위해 병원장이나 의사 등 병원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행사에는 모두 참석했다. 행사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엠케어를 알리는 게 일이었다. 예상외로 엠케어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홍 대표는 “의사나 병원이 보수적이라고 하는데, 실제 만나보니까 새로운 서비스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우리 서비스에 관한 발표회 자리에 종합병원 병원장이 직접 참석해서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종합병원은 병원 이용객이 스마트폰으로 병원비를 결제하는 것에 거부감이 크다. 수수료 때문이다. 홍 대표는 “종합병원은 카드 수수료 외에 0.7~1.2% 정도 되는 모바일 수수료를 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며 “우리는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0.2% 내에서 합리적으로 책정해서 종합병원의 거부감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병원 아닌 환자 입장에서 서비스 개발

홍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실손보험 자동청구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국내에 3200만 명 정도. 이 중 1500만 명의 가입자들은 소액보험료를 청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 보험료의 청구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11월 3일 ‘보험금 청구절차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불필요한 통장사본이나 진단서를 내지 않아도 되게 한 것. 그동안 실손보험을 청구하려면 진료비영수증, 신분증, 진단서 등이 필요하고 이를 우편이나 팩스로 보내야만 했다. 홍 대표는 “실제 청구에 필요한 자료는 병원 의료정보시스템에 존재한다”며 “엠케어를 통해 바로 보험사에 실손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올해 말까지 실손보험 자동 청구 서비스를 엠케어에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수료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라는 질문에 그는 “건당 990원 정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2년 설립된 데이터뱅크시스템즈는 오라클 기술 지원과 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하는 벤처기업이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홍 대표는 SKC&C와 한국오라클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대구에서 창업했다. 한국오라클에서 일할 때 고객 유지보수와 컨설팅 서비스를 아웃소싱한다는 회사 방침에 창업에 뛰어든 것. 오라클 고객 유지보수 외에도 서버 시스템과 대학교 스마트 솔루션 구축, SNS 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을 올렸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성균관대·경북대 등 10여개 대학에서 스마트폰용 학생 서비스인 스마트 캠퍼스 사업을 벌였다. 홍 대표는 “당시 스마트 캠퍼스 사업은 학생이 아닌 학교의 요구로 만들었고, 학생들의 외면으로 흐지부지 됐다”면서 “의료 시장이 커진다는 생각으로 엠케어를 준비했고, 이때는 병원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서비스를 만들자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만일 병원 전산실의 목소리만 들으면 엠케어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데이터뱅크시스템즈의 매출액은 166억원. 3명으로 시작한 회사 직원은 어느 새 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 76%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엠케어 서비스를 론칭한 후 데이터 뱅크시스템즈를 주목하는 곳이 많아졌다. 지난 8월에는 30억 원의 투자를 받았고, 11월 중으로 유명 벤처캐피털로부터 50억 원의 추가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홍 대표는 “데이터뱅크 시스템즈를 대학생들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1359호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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