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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 한국농어촌공사 신임 사장] “농어업 환경 변화에 맞춰 사업 고도화” 

 

세종 =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쌀 생산 중심 넘어 농지 범용화, 밭 기반 정비... 간척지 활용, 어촌 해외 사업 추진도

▎정승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11월 3일 인터뷰에서 “농업 환경 변화에 맞춰 공사의 사업 구조를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 사진:농어촌공사
10월 28일 취임한 정승(58)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정승(政丞)’과 발음이 같은 이름만큼이나 화려한 관료 이력을 갖고 있다. 제23회 행정고시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제2차관에까지 올랐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장,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이번 농어촌공사 사장까지 공공기관장만 ‘4관왕’이다.

식약처장에서 물러난 정 사장은 정치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4월 광주광역시 서구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결과는 낙선. 1년 여가 지나 정 사장은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공직에 복귀했다. 취임 일주일째인 11월 3일 정 사장을 만났다. 정 사장은 ‘낙하산’이란 지적에 대해 “임기 동안 열심히 일하면 이런 오해와 지적은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사장에 취임한 소감은.

“농어촌공사는 농식품부와 가장 밀접한 기관으로 농정을 함께 수행해온 기관이다. 농식품부에서 공직 생활을 하는 동안 농지은행 사업의 초기 정착, 농업 생산기반 시설관리 업무와 가뭄대책 수립 등을 맡아서 했다.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이를 이어나갈 수 있게 돼 매우 영광이다. 동시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

농식품부 관료 출신으로 정계에 도전했던 경험이 있다. 낙하산이란 비판이 있다.

“공직을 처음 시작한 게 행정고시에 합격한 1979년이다. 36년 동안 농어업·농어촌 관련 분야에서 일했다. 농식품부에 근무하면서 농업생산기반시설 종합 관리, 가뭄 대책을 수립했다.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일도 했다. 대규모 간척농지 활용 방안도 수립하고 추진했다. 농지은행 제도 기반을 구축하는 업무도 맡아 했다. 농어촌 정비법 개정, 도농 교류 촉진 사업 같은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기도 했다. 농어업 분야는 79년 공직을 시작한 이후 가장 오랜 시간,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분야다. 가장 잘 알고 잘 하는 분야라 생각한다. 임기 동안 열정을 다해서 일하면 외부의 오해나 지적은 자연히 불식될 것으로 본다.”

어떤 일에 주력할 생각인가.

“농어촌공사는 1908년 설립됐다.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쌀 자급 달성을 비롯해 국민의 먹을거리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새만금을 비롯한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국토를 확장해온 기관이다. 농지은행, 지역개발, 노동 교류 등 농어업인의 소득 증대와 농어촌 생활환경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기후 변화, 시장 개방, 농어촌 고령화와 공동화 등 농어촌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농어촌공사의 사업 구조와 역할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농어촌 관광·체험 수요와 귀농·귀촌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쌀 소비 감소와 밭 기반 정비 수요 증대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한 사업 고도화와 구조 개편에 가장 중점을 두겠다.”

농어업 환경의 변화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농업 생산기반 관련 사업은 나날이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농어업 지역 개발, 농어민 복지 확대, 수출 농어업에 대한 요구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기존 주력 사업과 신성장동력 사업을 양 축으로 육성하고 추진하는 ‘양손잡이 경영’으로 재도약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어떤 내용인가.

“농어촌공사의 경험과 기술력은 살리되 산업의 변화에 맞게 기존 사업의 혁신을 추진하겠다. 성숙기에 접어든 농지은행 사업을 지속하고 성장시키려면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또 쌀 생산 중심의 생산기반 관리에서 벗어나 작목별 맞춤형 영농이 가능한 농지 범용화, 밭 기반 정비 등 정책 대안을 수립하려고 한다.”

방대한 작업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기존 사업의 성장 수준과 수명 주기를 다시 진단하겠다. 최적의 사업 포트폴리오(투자·배분)가 무엇인지 도출해 사업 방향을 재설정하겠다. 기후 변화나 인구 사회학적 변화, 영농 환경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맞게 주력 사업을 고도화 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간척지 활용, 어촌·해외 사업 추진, 도심지 저수지 재활용 등을 통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만들려고 한다. ‘자립 경영’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새만금·영산강·화옹을 비롯한 대규모 간척지를 활용한 수출농업단지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시범 단계에 있는 어촌·수산 분야 신규 사업의 정착에 중점을 두고 해양수산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겠다. 축소되거나 변경된 도심지 농업기반 시설에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자본을 유치해 주택단지·도시농업공원 등을 만드는 등 수익모델도 창출할 계획이다. 지열·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중점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

지진으로 노후 저수지와 시설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가뭄과 태풍, 홍수 같은 기후변화 문제도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가 매년 반복되고 또 심해지고 있다. 상시적인 예방이 중요하다. 상습 피해지역과 노후 수리시설을 미리 정비하고 현대화하겠다. 특히 기준 수리시설은 30년 빈도 강우(30년 만에 일어나는 최고 수준의 홍수에 대비) 기준 설계를 적용했는데 맞지 않다. 현실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수리시설 내진 보강을 강화하는 건 농어촌공사 주력 사업으로 자리잡게 하겠다. 시급한 지구부터 시작해 1년 안에 내진 보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과학적으로 물 관리를 해나가는 시스템도 확충하겠다.”

사업의 변화뿐 아니라 조직의 변화도 중요하다.

“내부 조직문화도 바꿔야 한다. 정부가 아닌 고객 중심으로 서비스를 바꿔나가겠다. 그리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어촌공사는 잦은 부정·부패 사건으로 곤혹을 치러왔다. 뇌물, 인건비 횡령, 채용 비리 등이 끊이지 않았다.

“근본적 진단을 하고 제도 개선을 하겠다. 부패 요인이 잠재된 업무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뜯어고치겠다. 지역 단위로 책임 경영을 시행하고 정보통신기술 기반으로 합리적으로 업무를 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 농어촌공사를 이끌어갈 중간 간부의 역할도 강화하는 등 조직문화를 바꾸겠다.”

최순실 사태 등 나라가 어지럽다. 농심(農心)도 마찬가지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업무를 이어나갈 계획인지.

“농어촌공사는 설립 후 108년 동안 숱한 어려움과 난관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 농어촌공사의 사업과 역할은 농어업과 농어촌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다. CEO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직접 발로 현장을 뛰고 소통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

정승 - 1958년 전남 완도군에서 태어났다. 전남대 경제학과,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대학원(행정학 석사), 강원대 대학원(농경제학 박사)을 졸업했다. 79년 제23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발을 디뎠다. 농림부 농촌정책국장,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본부장,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원장,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으로 일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세종대 바이오산업자원공학 석좌교수로도 일했다.

1359호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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