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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피 밑돈 기업들] 암운 드리운 조선·해운사 바닥권 경쟁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업황 나빠져 실적·주가 직격탄... 구조조정 서둘러 반전 꾀해야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4번 도크가 텅 비어 있다. / 사진:중앙포토
‘업황의 바닥을 지나고 있는 국면이다. 최악의 업황에서 선방한 실적이다.’ 팬오션의 전신인 STX팬오션이 2012년 4분기 영업이익 600만 달러로 8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하면서 2013년 2월 나온 증권서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날 STX팬오션의 목표주가는 4600원에서 5300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2013년 1분기 STX팬오션은 다시 적자를 기록하고 3월 인수의향서를 받는 처지가 됐다. 공개 매각도 실패해 4월 증권사들은 투자 의견 ‘보류’를 제시했다. 주가는 4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거래소는 그 해 6월 STX팬오션 주식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STX팬오션은 산업은행에 긴급 유동성 자금 2000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결정했다.

하림이 인수한 팬오션, 트럼프노믹스 기대


회생절차를 거치면서 고비용 용선 계약을 정리한 팬오션 인수전에는 하림그룹과 대한해운, 도이치은행 등이 참여했다. 7월 팬오션은 하림그룹의 유상증자 3억4000만주를 통해 두 달만에 주식 거래가 재개됐다. 증권가에서는 당시 팬오션 거래 재개를 두고 “회생절차를 거쳤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큰 벌크선사다. 원가 경쟁력까지 갖추게 돼 ‘왕의 귀환’이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 주가는 3750원이지만 목표주가는 4500원대였다. 2015년 3분기 팬오션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48.6% 증가라는 실적을 냈다. 하지만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출자 전환 과정에서 주식을 산 금융권 주주 매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2016년 1월부터 국제 벌크선 운임료가 하락한 것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팬오션 주가는 올해도 5000원 이상 넘지 못한 가운데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94.7% 떨어져 가장 크게 하락한 기업(코스피 시가총액 3000억원 이상 기업 283개 대상)이 됐다.

다만 현재 주가는 지난 2월 저점(2770원) 대비 40% 이상 오른 상태인데다, 내년 트럼프와 중국 이슈를 감안하면 전망이 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구 온난화보다 경제 성장을 강조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석탄산업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밝혔다”며 “중국 수요 증가까지 감안하면 세계 유통 물량이 늘어 팬오션 수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센터장도 “각국의 재정 정책 확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팬오션 다음으로 주가가 많이 떨어진 기업으로는 현대상선(-93.2%)·대우조선해양(-85.6%) 등 구조조정이 한창인 곳이다. 2013년 8월 현대상선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되자 증권가에서는 ‘2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좋다. 연료비 하락과 물동량 증가로 채산성은 개선될 것이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목표주가는 1만3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그 해 9월 현대상선이 2800억 규모의 만기 도래분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연말에는 계속되는 운임 하락으로 2000억 원이 넘는 영업 손실이 예상돼 목표 주가는 1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2014년 현대상선은 32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전용선 사업부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 했지만 계속되는 해운산업 불황으로 영업 손실을 막지 못했다. 유가 하락 덕에 2015년 1분기 영업이익(42억)이 17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지만 2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그러다 그 해 10월 자구계획안 중 규모가 컸던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되면서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의 주가는 급락했다. 결국 한국거래소는 올해 3월 현대상선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면서 코스피200 구성종목에서 제외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고 있는 한진해운에 이어 현대상선마저 사라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년도 해운 시황이 좋아지면 점진적으로 살아나겠지만 최근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인수도 삼라마이더스(SM) 그룹에 밀린 것을 보면 아직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도 박 대통령 취임 당시 3만1100원이던 주가가 최근 4480원(11월 11일 기준)으로 떨어져 85.6% 하락했다. 2013년 3월 증권가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은 선박건조 업체에서 해양플랜트 업체로 전환에 성공해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3만900원인 주가에서 목표주가를 22% 올린 증권사도 나왔다. 4월 주가는 2만5000원대로 빠지고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53% 줄었지만 여전히 ‘지금이 매수 기회’ ‘색안경을 벗으면 성장이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증권가에서 계속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것은 불공정한 회계감사와도 연관이 있다. 지난해 3월 대우조선해양의 수주량은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결국 그 해 2분기에는 8년 반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7월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이 최대 3조원대 부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율협약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대우조선해양은 아직도 구조조정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올해 10월 코스피200 지수에서 빠졌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대우조선해양 같은 좀비기업에 대한 과잉 지원이 경제 체질 악화를 불러왔다”며 “구조조정은 정부가 인기가 있어도 추진하기 어려운데 최근 최순실 사태 등 악재까지 겹쳐 성공하기 어렵게 됐다”고 우려했다. 변성진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선 업계가 2사 체제가 맞는 건지, 3사 체제가 맞는 건지 정부 입장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며 “정부발 구조조정이 어렵다면 사내 인원 감축과 자산 매각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급한데 최순실 사태로 경제 리더십 실종

이 밖에 지난 3년 9개월 간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위 10개사 중에는 동부제철(-92.8%)·삼성엔지니어링(-89.8%)·삼성중공업(-73%) 등 구조조정 중이거나 이를 기다리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정부 형태가 불확실하더라도 경제 컨트럴타워만은 먼저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기업 규모를 줄인 상태에서 경기가 회복된다면 증폭 효과는 더욱 커진다”며 “경제 컨트럴타워라도 잘 꾸려 올스톱된 구조조정을 시급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KDI 교수는 “다음 정부에서 구조조정 기업을 살릴 국가 개조 프로그램을 경제 컨트롤타워가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1361호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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