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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의 현대차그룹 돌파구는] 제네시스 수출 성공이 현대차 재질주 ‘키’ 

 

권용주 오토타임즈 편집장
국내 시장에선 나름 선전 … 친환경차·자율주행차 경쟁력 강화도 절실

▎현대차 ‘제네시스 G80’. 올해 10월까지 제네시스는 국내에서 5만5000대 팔렸다. 관건은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현대·기아차 성적표도 심상치 않다. 현대차의 1~10월 누적 판매는 52만9849대로 전년 대비 6.5% 줄었다. 기아차는 그나마 선방했다. 43만 6494대로 2.9% 늘었다. 하지만 최대 격전지인 승용차 부분에선 수입차에 밀렸다. 두 회사의 올해 1~10월 승용차 누적 판매는 77만대로 지난해 80만대와 비교해 무려 3만대나 감소했다. 그래서 승용 점유율도 63.1%에서 61.2%로 2%포인트 가까이 빠졌다. 현대·기아차에서 내수 시장을 ‘위기의 격전지’로 부르는 배경이다.

현대·기아차 올 1~10월 수출 마이너스 성장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현대차는 아이오닉이란 친환경차 브랜드로 하이브리드와 일렉트릭 모델을 선보인 데 이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도 내놓을 예정이다.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20~30대에서 3000만원대 수입차 소비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4000만원대 이상 중대형 고급차에선 독일 세단의 입지가 날로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일본·프랑스 업체들은 개성이 강한 모델을 출시하며 틈새시장을 노린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낮아질 수 있다. 문제는 뾰족한 해답을 못 찾고 있는 점이다.

마땅한 카드가 없다. 그랜저 IG로 회복을 노리지만 이 경우 쏘나타 판매가 위축될 수 없다. 다시 말해 그랜저가 경쟁사 점유율을 빼앗는 게 아니라 현대·기아차의 다른 차종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른바 ‘카니발리제이션’이 심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르노삼성·쉐보레·쌍용차가 선전할수록 현대·기아차는 수입차와 경쟁 구도를 만들지만 이미 수입차로 돌아선 소비자 마음을 빼앗기에는 다소 벅차 보인다.

안방을 빼앗겨도 살 길은 있다. 다른 시장을 개척해 키우면 된다. 그렇다면 해외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올해 어땠을까. 현대차의 올해 1~10월 수출은 336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줄었다. 기아차도 196만대로 3.3% 떨어졌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유를 살펴보자. 국내에서 생산·수출하는 물량이 가파르게 떨어졌다. 현대차는 국내 생산·수출이 78만대로 17% 하락했고, 기아차도 79만대에 머물며 전년 대비 18.9%나 떨어졌다. 이를 해외 생산에서 만회하기는 했지만 낙폭이 커서 마이너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 시장에서 걸림돌이 늘어날 조짐이 보인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가 관세장벽의 재설치를 검토하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줄어드는 국내 생산을 해외에서 만회해야 하는 마당에 해외 생산·수출에 장벽이 생기면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직면한 상황이다. 믿었던 중국 시장도 불안해지고 있다. SUV의 광풍이 불어닥친 중국은 최근 저렴한 토종 브랜드의 SUV가 넘쳐나고 있다. 합작사 또한 뒤질세라 SUV를 선보이지만 신규 구매자의 60%가 자동차를 생애 최초 구매하는 상황이어서 ‘가격’이 최우선 구매 이유가 됐다. 1200만원짜리 토종 브랜드 SUV와 2000만원이 넘는 현대·기아차 SUV는 비교조차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자동차를 꼽으며 다양한 미래 전망이 오가는 중이다. 특히 미래 생존 먹거리를 두고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전기차 분야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조언이 쏟아진다. 1회 충전으로 200㎞ 주행이 전부인 아이오닉 EV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혹평도 적지 않다. 자율주행 분야도 이대로 가다간 뒤질 수 있다며 정부 주도의 산업촉진위원회가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여러 요소를 감안할 때 현대·기아차의 미래를 내다보는 전망은 엇갈린다. 먼저 비관적인 전망은 ‘협업의 부재’다. 오랜 동안 ‘가치 사슬(Value Chain)’을 구축해온 현대·기아차는 다른 업종과의 협업에 다소 부정적 시각을 견지해왔다.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면 직접 인수 등을 시도했지만 이후 행보는 더뎠다. 예를 들어 연결성 강화를 위한 하드웨어 기업을 인수 또는 파트너로 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인수 이후 협업 활용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그 사이 새로운 IT 기업이 등장해 경쟁사와 손을 잡는다. 실제 지난 9월 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서 만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마땅한 해외 파트너가 없는 게 고민이라는 속내를 털어 놓기도 했다. 경쟁사들이 쓸 만한 IT 기업과는 이미 손잡은 상황이어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어렵고, 이는 곧 비관적인 전망의 배경이 됐다.

긍정적 전망도 있다. 친환경을 비롯해 기존 내연기관 시장의 변화 속도에 이미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EV를 비롯해 PHEV, HEV, FCEV 등의 새로운 추진체를 모두 갖춘데다, 자율주행을 위한 소프트웨어 확보를 위해 실리콘밸리를 적극 공략하고 있어서다. 최근 미국 LA에서 열린 오토쇼에서 현대차는 실리콘밸리 기업을 대상으로 오픈콜을 선언했다. 미래 이동수단과 라이프 스타일 혁신을 연구하는 ‘프로젝트 아이오닉’에 다양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접목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형 기업보다 새롭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발굴, 미래 지능형 자동차의 기반을 닦겠다는 시도다.

제네시스 성공해야 미래 준비할 여유 생겨


사실 미래 자동차 회사는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최근 새로운 이동 수단을 선보이는 기업은 IT 분야를 주력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기존 ‘네 바퀴’ 사업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서다. 그래서 이들은 자동차 경쟁자가 아니라 ‘모빌리티(Mobility)’ 경쟁자로 분류한다. 기본적으로 모빌리티 안에는 사람을 이동시켜주는 모든 수단이 포함돼 있다. 바퀴 수를 가리지 않고, 동력원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저 이동이 가능하면 그게 바로 모빌리티다.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빌리티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사회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 3D 프린터로 원하는 모양을 만들고, 필요한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구입해 직접 조립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먼 미래를 고민할 때는 가까운 미래가 밝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내연기관 제품 개발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제네시스의 성공은 매우 중요하다. 실패하면 곧 먼 미래의 투자 기반도 사라지게 된다. 올해 10월까지 제네시스는 국내에 5만5000대가 판매됐다. 관건은 제네시스의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다. 현대차 마케팅팀이 사활을 걸고 매달려 있는 이유다. 해외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숨 돌리고 미래를 준비할 기회가 생긴다.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 받아야 자연스럽게 제네시스도 첨단 지능형 이동수단으로 변신할 수 있다.

1362호 (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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