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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통화 기반 다지는 비트코인·블록체인] 법정화폐 대체재 가상화폐가 뜬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송금 편하고 시세도 오름세... 고객 서비스 ‘플랫폼’ 활용... 금융권, 블록체인 연구 한창

지난해 말 429달러에서 11월 28일 현재 733달러로 몸값이 뛴, 올 들어 가격 상승률이 70%에 달하는 상품이 있다. 디지털통화 또는 가상화폐라고 불리는 ‘비트코인(bitcoin)’이다. 세계에서 유통 중인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17억 달러(약 13조6700억원)에 달한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억 달러를 돌파한 게 불과 4년 전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2009년 처음 등장한 비트코인은 발행처도, 관리자도 없이 누구나 채굴할 수 있다는 혁신적이고 낯선 작동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상점이 늘어나고, 비트코인을 쉽게 매매할 수 있는 거래소도 여럿 등장했다. 환전 없이 쉽고 빠르게 해외로 송금하기 위해서, 또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베팅하기 위해서 비트코인을 찾는 수요도 급증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 중 절반 가량은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위, 디지털통화에 법적 지위 부여 논의


그럼 디지털통화의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을 보유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마이너(miner), 즉 광부가 돼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것.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이용해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 비트코인을 대가로 얻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다. 다만 일반 PC로는 어렵고 전용 채굴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현실적인 방법은 세계 각국에 있는 비트코인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중 한 곳인 코빗(KORBIT)을 통해 비트코인을 사봤다. e-메일 인증을 거쳐 회원가입을 하고 자신의 은행계좌를 환급계좌 등록하면 비트코인 거래를 위한 전용 가상계좌를 발급 받는다. 회원 가입부터 가상계좌 충전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11월 30일 현재 코빗 거래소에서 1비트코인의 가격은 87만 4000원. 주식과 달리 비트코인은 소수점 8자리까지 나눠지기 때문에 1보다 작은 단위로 얼마든지 구매 가능하다. 5만원어치의 비트코인에 대한 매수 주문을 넣으니 곧바로 매매가 체결돼 0.05709382비트코인이 내 계좌로 들어왔다. 거래를 위해서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5만원어치 비트코인 매입의 수수료는 0.00011442비트코인(=100원)이었다.

이 비트코인을 물건 사는 데 쓰고 싶다면 코인맵(coinmap.org)에서 이용 가능한 상점을 검색하면 된다. 코인맵에 따르면 현재 세계 8296개의 상점에서 비트코인으로 계산할 수 있다. 또는 해외에 있는 누군가에게 비트코인을 이용해 빠르고 저렴하게 송금할 수도 있다. 아니면 2013년처럼 다시 비트코인 가격이 단위당 1000달러 선을 넘기를 기대하며 시세차익을 노려볼 만도 하다.

비트코인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디지털통화는 세계적으로 700여종에 달한다. 이용의 편의성과 신용카드 대비 저렴한 수수료, 빠른 처리속도 등의 장점을 가진 디지털통화가 빠르게 대중화되면 법정화폐의 대체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핀테크 업계에선 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진 디지털통화가 대중에게 파고들기엔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가격이 널뛰다 보니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안정성이 떨어진다. 발행·관리 주체가 없어서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도 모호하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치가 고정돼 있는 상품권과 달리 디지털통화의 가격은 오로지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되다 보니 가치가 일정하지 않고 변동성이 크다”면서 “미국·독일 등 다른 나라가 디지털통화를 화폐가 아닌 상품으로 규정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11월에 디지털통화 제도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현재 법의 테두리 바깥에 있는 디지털통화에 법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통화 자체보다 최근 더 주목 받는건 디지털통화의 작동방식인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다. 2009년부터 7년 간 비트코인이 해킹이나 도난 같은 문제없이 거래되면서 블록체인의 안정성은 확인됐다. 디지털통화의 확산에 비관적인 전문가들도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기록한 대장을 중앙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참여자가 각각의 컴퓨터에 이를 보관한다. 새로운 거래가 생기면 이를 반영해 대장을 갱신하는 작업도 공동으로 수행한다. 예컨대 A가 B에게 비트코인을 일정액 송금하면 그 거래를 기록한 대장이 인터넷에 공개되고 이를 전체 네트워크가 공유한다. 그 기록이 쌓이면 거래기록을 포함하는 작은 데이터 덩어리(블록)가 되고 네트워크가 검증해서 확정하면서 최근의 블록을 과거의 블록과 이어간다. 만약 비트코인을 훔칠 목적으로 A가 자신에게 돈을 줬다고 거짓말로 기록을 써도 상호확인 과정에서 모순이 생기기 때문에 발각된다. 중앙집중형 시스템에선 견고한 보안체계를 만드는 데 비용과 노력을 쏟아야 하지만 블록체인에선 이러한 투자 없이 조작이나 해킹을 막을 수 있다. 정보기술(IT) 보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금융 업계가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산탄데르의 분석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을 역외거래나 증권거래 등에 적용하면 2022년까지 매년 약 150억~200억 달러 규모의 IT 인프라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글로벌 대형 은행은 이미 블록체인 연구에 뛰어들었다. 골드먼삭스·바클레이즈·JP모건·UBS 등이 미국 핀테크 업체 R3 CEV와 제휴해서 꾸린 ‘R3 CEV 컨소시엄’이 대표적이다. 이 컨소시엄은 블록체인을 금융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한 플랫폼을 공동 개발 중이다. 최근엔 국내 금융권도 16개 은행과 20여개 증권사가 업권별로 각각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키로 하고 본격적인 공동연구에 돌입했다. 금융거래 외에도 자산거래, 소유권 확인, 스마트 계약 등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엔 한국조폐공사가 블록체인을 활용한 ‘모바일 신분증’을 개발해 내년에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통화 직접 발행하는 방안 연구

영국·캐나다·스웨덴 중앙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통화를 직접 발행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최근 시실리아 스킹슬리 부총재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를 통해 “2년 안에 디지털통화인 ‘이크로나’의 발행 여부를 결정하길 희망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은행판 디지털통화’는 중앙은행이라는 발행기관이 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같은 기존의 디지털통화와는 다른 개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중앙은행판 개인용 온라인 계좌’에 가깝다. 현재는 각 은행이 중앙은행과의 지급결제를 위해 중앙은행에 계좌를 두고 있다. 이체하고 있다. 스웨덴 릭스방크는 은행뿐 아니라 일반 개인도 중앙은행에 계좌를 직접 만들어서 온라인으로 이체를 하거나 물품 대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예전엔 이러한 방안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모든 국민의 수많은 거래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면 이러한 방대한 거래정보 처리도 가능할 거라는 게 ‘중앙은행판 디지털통화’ 논의의 출발점이다. 다만 아직은 연구 초기 단계에 있어서 실제 시행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김동섭 한국은행 결제연구팀 과장은 “중앙은행이 일반 개인용 온라인 계좌를 운영하려면 그 계좌에 이자를 줘야 할지, 지급결제 수수료를 얼마를 받아야 할지 등 결정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민간은행 예금과 직접적인 경쟁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검토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1363호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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