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평범한 직원의 어깨를 두드려주자 

 

김백수 한국넷앱 대표이사

‘과연 나는 회사에서 존중받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나 출산·육아휴직 지원과 같은 정책적인 것은 차치하고라도, 퇴근이나 휴가 때 상사 눈치를 보는 사소한 것에도 ‘불만족’을 답할 직원이 절반은 넘을 것이다. 최근 한 취업포털이 직장인 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문화 관련 설문조사에서 ‘만족한다’는 답변은 14%에 불과했다. 기업문화가 바뀌지 않는 첫 번째 이유로 ‘경영자 문제’(40%)가 꼽혔다. ‘나는 평소에 직원과 소통도 잘하고 기업문화에도 관심이 많아’라고 생각하는 나와 같은 사람을 머쓱하게 하는 조사 결과다.

제프리 페퍼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휴먼 이퀘이션] [숨겨진 힘, 사람] [지혜경영] 등의 저서에서 ‘조직이 지속적 경쟁우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인간존중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에이온휴잇이나 포춘과 같은 매체에서 기업문화를 분석해 우수 기업을 발표하는 것도 기업 경영활동에서 사람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당위적 명제에 동의한다면, 이제 주변의 직원들을 떠올려보자. 어떤 직원들이 먼저 생각나는가? 자신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리는 등 화려하고 열정적으로 보이는 직원이 우선 생각날 것이다. 마땅히 이들을 격려함이 옳다. 그런데 보수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의 일을 조용히, 헌신적으로 해내는 숨은 인재가 더 많다.

조지프 바다라코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조용한 리더]에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일하는’ 조용한 리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는 경향이 높고, 업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해당 업무에 기여하게 만드는 등 주도면밀하게 일을 처리하며, 주어진 일을 끝까지 완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아리엘 대학교의 하다샤 리트만-오바디아는 지난해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인내심이 강한 직원일수록 업무 성과가 높고, 비생산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작다고 밝혔다.

조용하고, 인내심 강한 직원들의 기운을 북돋고 업무 몰입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보통 인센티브 등을 통해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성과제나 금전적 보상은 기대보다 효과가 적거나 심지어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사람은 단순히 돈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가 속한 넷앱은 20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벤처기업을 시작할 때부터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직급 간 불필요한 격식은 없애고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문화를 조성했다. 화요일은 ‘과일 데이’, 금요일은 ‘베이글 데이’로 정해 직원들이 각자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소통하는 시간도 있다. 이처럼 동료애·소속감·주인의식 등 가치를 제공하거나 영감(靈龕)을 불어넣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직원들이 존중 받고 있다고 느끼거나 동기부여가 돼 자연스럽게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힘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평적 리더십을 보일 수도 있고, 관심을 자주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묵묵히 일하는 직원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으로도 소속감을 높일 수도 있다. 이들이 회사도, 세상도 바꿀 수 있다.

1363호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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