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는 비둘기파, 친구 송몽규는 매파비둘기파의 반대편에 매파가 있다. 강경론자거나 무력동원을 지지하는 주전파(主戰派)다. 1798년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처음 사용했다. 국내 정치와 대외정책에서는 보수 강경파를 의미한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이민 반대 등을 내세우는 미국의 트럼프 신행정부는 전형적인 매파 정부다. 중동과 북한을 악의 축으로 정의하고 힘으로 해결하려 했던 부시 행정부도 매파정부다.경제학에서도 매파와 비둘기파가 있다. 재정건전성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재정 매파’로 부른다. 글로벌 분석기관인 스테이트 스트릿은 최근 ‘긴축의 소멸’이라는 자료를 내고 “재정 매파들이 둥지를 떠나버렸다고 봤던 기존의 가정들이 올해는 반복해서 시험을 받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공약한 재정 정책이 완전히 실행된다면 미국 연방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다음 임기에 100%를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현 부채비율은 GDP 대비 77%다. 트럼프는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돈을 퍼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공약했다. 감세에 이은 재정 지출로 재정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하면 재정 매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통화정책을 놓고도 비둘기와 매가 싸운다. 기준은 물가다.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하고 성장을 도모하겠다면 비둘기파다. 반면 금리를 올려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면 매파다. 즉 물가를 잡겠다면 매, 물가를 잡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비둘기, 이렇게 이해하면 쉽다. 돈을 잡겠다면 매, 돈을 풀겠다면 비둘기, 이렇게 생각해도 된다.중앙은행은 매파 성향이다. 본업이 물가안정이기 때문이다. 반면 경제정책당국은 비둘기파가 많다. 높은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경제당국의 역할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안정을 중시해 매파로 종종 분류된다. 앞선 이성태 총재도 역시 매파였다. 반면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저금리를 선호해 ‘비둘기파’로 본다. 물론 이 총재나 옐런 의장은 손사래를 친다.이들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상황에서 판단한다”며 자신을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경제지표를 보고 통화정책 판단을 판단)라고 강조한다. 통화정책 결정권자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에 편향됐다는 얘기를 듣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다.정지용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서문에서 “윤동주는 의지가 약하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서정시에 우수한 것이겠고, 그러나 뼈가 강하였던 것이리라, 그렇기에 일적(日賊)에게 살을 내던지고 뼈를 차지한 것이 아니었던가?”라고 말했다. 윤동주는 비둘기였다. 하지만 비둘기는 결코 매보다 약하지 않았다. 윤동주가 남긴 시는 최고의 저항시로 남아 한국인과 영원히 함께하게 됐다. 윤동주의 시는 안중근·윤봉길 의사의 의거만큼 빛난다. 윤동주는 ‘동(冬)섣달에도 꽃과 같은, 얼음 아래 다시 한 마리 잉어와 같은 조선 청년 시인’이었다.
쉽게 씌여진 시- 고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6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한 줄 시를 적어 볼까,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대학 노우트를 끼고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나는 무얼 바라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6첩방은 남의 나라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최후의 나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1942년 6월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