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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당신의 직장은 정글인가 놀이터인가?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강박·불안은 욕구의 다른 이름 … 자신이 어떻게 생각냐에 따라 직장 생활 갈려

▎사진:아이클릭
얼마 전 40대 초반의 직장인을 코칭한 적이 있다. 그는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월급은 쥐꼬리보다 적은데 일은 태산같이 많다고 했다. 동료와의 관계도 좋지 않아서 하루를 사는 게 지옥이라고 했다. 그렇게 힘든데 왜 직장생활을 하는지 물었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감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에게 물었다. “앞으로 5년 동안 이런 생활이 계속 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는 화를 냈다. “저보고 앞으로 5년이나 더 이런 생활을 계속하라는 겁니까?”

15시간씩 일하는 A부장, 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직장생활을 한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에게 물었다. “직장 생활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인가?” 그들은 “그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따져보자. 자기는 하기 싫은 데 억지로 등 떠밀려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인가. 만약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착각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좇아 행동한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이 등을 떠밀어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이익을 좇아서 하는 것이다. 일을 하는 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받고 경제 활동을 통해 가족에게 행복을 제공한다. 이게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는 목적이다. 그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고 사회에 공헌하고 기여하기도 한다.

자기가 원하는 수준보다 적은 대가를 받는다고 해서 원래의 목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제공하기로 생각했던 시간보다 훨씬 많은 노동을 제공한다고 해서 또한 자신의 목적이 사라지지 않는다. 사정은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자신의 행복을 좇아 직장생활을 할 뿐이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무엇이 우릴 그렇게 힘들게 하는가. 그건 바로 두려움 때문이다. 혹시 잘릴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고 은퇴 후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두렵다. 그래서 더 불안해진다.

A부장은 워커홀릭이다. 아침 7시경에 출근해서 10시쯤에 퇴근한다. 직장에서 무려 15시간을 보낸다. 집에 도착하면 밤 11시다. 대충 정리하고 12시에 잠들면 다음날 5시에 일어난다. 술이라도 한 잔 하는 날은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출근한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이런 일상을 반복한다. A부장은 자신이 ‘시지프스의 형벌’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퇴근 후에 친구를 만나는 건 사치다. 여가 생활을 즐기고 자기 개발을 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A부장은 직장 생활에선 행복이 있을 수 없다고 확신한다. A부장은 정글 같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은 뒤로 미뤄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다. A부장이 이렇게 생각하는 건 두려움 때문이다.

두려움이란 욕구의 다른 표현이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얼마 전에 프레젠테이션 때문에 불안해 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왜 그렇게 불안해 하는지 물었다. “잘하고 싶은데 잘하지 못할까봐 두렵습니다.” 그렇다. ‘불안’은 ‘욕구’의 다른 이름이다. 잘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잘하고 싶은 욕구가 없다면 애초에 불안하지도 않는다.

성과 때문에 강박에 사로잡힌 D부장을 코칭한 적이 있다. D부장은 노심초사하면서 일했다. D부장에게 물었다. “불안과 강박을 느끼는 이유가 뭡니까?” 그는 말했다. “잘하고 싶은 욕구 때문입니다.” 또 물었다. “불안과 강박의 근원에 있는 욕구를 동시에 보면 어떻게 될까요?”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저는 자신을 속이고 있습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서 가족과는 전혀 시간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또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서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전혀 가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스스로 속이는 겁니다. 자신에 대한 배반입니다.”

직장이 최고의 놀이터 되려면

D부장의 성찰에 대해 매우 놀랐다. 또 물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D부장이 대답했다. “성과와 승진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루를 즐겁고 보람 있게 일하다 보면 성과와 승진은 결과로 나타날 겁니다.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면서 일한다면 그게 모여서 곧 성과가 될 테니까요.”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자신을 스스로 가치 없게 만드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 내면의 방해꾼이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발목을 잡습니다. 제가 자신을 믿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믿으면 진실이 되고 제가 믿지 않으면 거짓이 됩니다. 저를 불안하게 하고 힘들게 만드는 건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저의 생각입니다.”

그렇다. 우리는 자신이 믿는 것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믿으면 진실이고 자기가 믿지 않으면 거짓이다. 직장 생활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믿으면 그게 진실이 되고, 반대로 직장 생활도 얼마든지 보람 있고 의미 있고 행복할 수 있다고 믿으면 그게 바로 자신의 진실이 된다. 직장 생활이 삭막하다거나 행복하다는 것은 모두 자신만의 진실이다.

A기업의 S임원에게 들은 얘기다. “직장 생활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집니다. 자신이 정글이라고 생각하면 직장은 정글이고, 자기가 행복한 곳으로 생각하면 행복한 직장이 됩니다. 전부 자기 생각에 달렸습니다.” 그의 말은 이랬다. “리더는 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스스로 묻습니다. ‘나는 직원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직원들을 돕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직원들과 관계가 좋아지고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게 저의 믿음입니다.”

오래전에 ‘직장은 인간이 찾아낸 최고의 놀이터’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 글을 읽고 난 후에 내 삶은 변했다. 그전까지 일은 나에게 의무였다. 무조건 잘해야 하는 대상에 불과했다. 열정적으로 일했지만 그래도 일은 일이었다. 즐거움은 덜했다. 그러나 이 글을 읽은 후에 변했다. 죽기 살기로 일하는 것에서 벗어나 놀면서 일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직장은 놀이터가 됐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놀이라고 생각하니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됐고 성과는 덤으로 따라왔다.

우리는 직장 생활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보람을 느낀다. 게다가 동료와 관계를 통해 즐거움을 주고받는다. 서로 위하고 돕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직장은 죽기 살기로 일해야 하는 정글이 아니다. 나와 너, 우리가 함께 노는 것처럼 일하는 즐거운 놀이터가 될 수 있다. 당신은 어떤가. 지금 정글에 있는가, 놀이터에 있는가.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1369호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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