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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의 선진적인 선수 퇴직금 제도] 페덱스컵은 우등상, 컷 통과 연금은 개근상 

 

남화영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부장
선수 복지 차원에서 연금 제도 운용 ... 국내 투어에는 연금 제도 자체가 없어

▎지난해 페덱스컵 챔피언에 오르면서 보너스 1000만 달러를 챙긴 로리 매킬로이.
20년의 골프 선수 생활 동안 2조원 가까이 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지금 당장 은퇴한다 해도 ‘퇴직금’으로 242억원을 받는다. 10년 전에 창설된 플레이오프 페덱스컵과 30년 전에 만들어진 컷 통과 연금 덕분이다. 미국 프로골프(PGA)투어는 이를 통해 선수를 위한 복지라는 명분과 실리 모두를 챙겼다.

경영전문지 [포브스]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스포츠 스타 소득 상위 리스트를 보면 타이거 우즈는 16억5000만 달러(1조9355억원)을 벌어, 1위인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17억 달러(1조 9941억원)에 간발의 차이로 2위였다. 아직 현역인 우즈는 더 젊은 데다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어 조던의 수익을 조만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우즈 외에도 골프 선수들의 소득은 다른 스포츠 스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놀드 파머가 3위, 은퇴한 잭 니클라우스가 4위였다. 현역인 필 미켈슨이 7억6000만 달러(8915억원)로 8위였다. 물론 이는 투어의 소수 톱 랭커에만 해당되는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PGA투어는 복지 정책인 두 개의 연금 제도를 만들어 선수들의 편안한 노후를 보장한다.

타이거 우즈, 연금만 242억원


▎2007년 당시 통산 60승을 거두며 페덱스 포인트 1위로 올라선 타이거 우즈가 우승 트로피를 치켜들고 기뻐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PGA투어의 연금 제도는 우등상과 개근상으로 비교할 수 있다. 우등상은 페덱스컵이고, 개근상은 컷 통과(cut made) 보너스다. 지난해 퇴임한 전 커미셔너 핌 핀쳄이 10년 전(2007년)에 만든 플레이오프 제도가 페덱스컵이다. 핀쳄은 4개 대회 플레이오프를 신설해 미래까지 돈을 안전하게 전달해 준다는 연금 제도를 정착시켰다.

지난해 PGA투어의 공식 상금왕은 장타자인 더스틴 존슨이었다. 하지만 로리 매킬로이는 플레이오프로 치러진 4개 대회에서 페덱스컵 챔피언이 되면서 100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았고, 상금 소득에서 존슨을 앞질렀다. 한 해 전에는 조던 스피스가 메이저 대회 2승에 이어 페덱스컵까지 우승하면서 압도적인 상금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페덱스컵을 치르면서 비제이 싱, 짐 퓨릭 등이 우승했으며 유일하게 두 번(2007, 2009년) 우승한 선수가 타이거 우즈다.

정규 투어를 끝내고 치르는 플레이오프 페덱스컵은 총 3500만 달러의 보너스 잔치다. 각각의 대회마다 정규 투어보다 높은 상금을 주고, 4개를 마친 뒤에는 포인트를 가장 많이 쌓은 챔피언에게 1000만 달러를 추가로 주며, 2위에게는 300만 달러, 3위 200만 달러, 4위 150만 달러, 5위 100만 달러로 보너스가 차등 지급된다.

PGA투어는 첫해인 2007년에 페덱스컵 초대 챔피언인 우즈에게 1000만 달러를 연금으로 적립했다. 2위 스티브 스트리커는 300만 달러, 3위 필 미켈슨은 200만 달러였다. 이 연금이 이자를 불려서 45세 이후에 수령하도록 설계했다. 선수로서는 보너스가 생기니 좋고, 투어도 목돈을 당장 주지 않아도 되니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긴 묘수였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우즈가 6번 이상 페덱스컵을 우승한다고 가정하면 나중에 받는 연금이 이자를 포함해 1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미국은 은퇴 연금의 상한선을 연 21만 달러(약 2억3000만원)로 두고 있다.

‘아차’ 싶었던 PGA투어는 이듬해 지급 방식을 개정했다. 챔피언에게 지급하는 1000만 달러 보너스 중 900만 달러는 먼저 주고 10%인 100만 달러를 연금으로 주기로 했다. 톱5 선수까지는 보너스의 10%만 연금으로 주고, 페덱스 포인트 상위 6~10위 선수들까지는 차등적으로 보너스의 20~40%를 연금으로 주지만, 톱10 이하는 그대로 은퇴 계좌로 넣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챔피언스투어는 연금 보장 투어


▎미국 PGA투어는 한 시즌에 15번 이상 본선에 오른 모든 선수에게 50세 이후 컷 통과 연금을 지급한다. / 사진:중앙포토
우즈는 역대 페덱스컵에 7번 출전해 총 2527만 달러를 쌓았다. 이중에 퇴직 연금으로 치환하면 우즈는 퇴직금 1800만 달러를 적립한 셈이다. 현재 투어의 상금액 증가세를 연 5% 수준으로 잡고 PGA투어의 은퇴 연금 가치를 살펴보면 우즈의 페덱스컵 연금 보너스 1800만 달러(200억원)는 수령 기점이 되는 45세(2020년)가 되면 2300만 달러(275억원)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PGA투어의 퇴직금 중에 개근상에 비유되는 컷 통과 보너스는 핀쳄 이전에 커미셔너였던 딘 비먼이 90년대에 만든 제도다. 비먼은 선수가 예선 1,2라운드를 통과하고 주말 3,4라운드에만 올라도 나중에 은퇴 연금을 받도록 했다. 대신 한 시즌에 15번 이상은 본선에 올라야 이 혜택을 주도록 했다. 선수들이 매 대회에 성실하게 출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을 연금에 묶어놓은 것이다.

선수들은 컷을 통과할 때마다 15번까지는 회당 4500달러(500만원), 16번째부터는 9000달러(890만원)를 상금과 별도로 퇴직 연금으로 적립한다. 이 연금은 대회마다 지급하는 게 아니고 은퇴할 때 지급하도록 했다. 페덱스컵 연금의 경우 현역이 아니면 45세부터 시작해 5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수령하는데 반해 컷 통과 보너스는 50세 이후에만 수령할 수 있다. 우즈는 이 금액 역시 220만 달러(26억323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그의 페덱스컵 연금을 합치면 총 2020만 달러(242억원)의 퇴직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우즈가 50세에 이 퇴직금을 받는다면 페덱스컵의 불어난 이자 수익을 포함하면 300억원을 초과하게 된다. 우즈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다. 페덱스컵과 컷 통과 보너스 시스템에 따르면 25살에 투어에 합류해 15년 동안 연 15회 본선 진출 횟수를 채우고, 매년 페덱스컵 40위에 올랐다면 페덱스 연금 330만 달러와 150만 달러에 달하는 컷 통과 보너스를 적립한다. 40세에 총 500만 달러(55억 5000만원)에 가까운 퇴직금을 쌓게 된다.

PGA투어는 다른 스포츠 종목에는 찾아보기 힘든 시니어 선수들을 위한 투어도 복지 차원에서 운영한다. 50세 이상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PGA챔피언스투어는 은퇴 연금을 보장받는 투어로 볼 수 있다. PGA투어를 뛴 선수들에게 우선적으로 출전권을 준다. 또한 PGA투어에서는 예선을 거쳐 절반 가까운 선수들을 추려내지만 챔피언스투어는 메이저 대회를 제외한 모든 대회에서 선수들은 예선 탈락 없이 상금을 지급한다. 해외에서 개최하는 몇몇 대회는 주최측이 선수들의 항공료 및 숙박비 등 체류 비용을 부담하기도 한다. 또한 정규 시즌이 지나면 PGA챔피언스투어는 찰스슈왑컵을 개최해 1등에 100만 달러(11억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2등은 50만 달러, 3등 30만 달러, 4등 20만 달러, 5등 10만 달러를 지급한다.

PGA투어의 연금 정책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도 차이가 크다. 29년간 LPGA투어를 뛴 베스 다니엘이 연금으로 모은 돈은 30만 달러(3억3000만원)에도 못 미쳤다. LPGA 선수는 투어에서 15년 이상 뛰어도 은퇴 연금은 10만2415달러(1억1352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LPGA의 은퇴연금 플랜이 매년 말 결산한 초과 수익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어떤 해는 수십만 달러가 모이지만 돈이 전혀 모이지 않는 해도 있었다.

PGA투어의 퇴직 연금 제도는 국내 골프 투어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 뛰어난 선수를 우대하는 동시에 대회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일반 선수에게도 복지 형태로 돌려주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남녀 투어에는 퇴직금이나 연금 등 복지에 해당하는 제도 자체가 없다. 투어를 이끄는 지도부는 선수나 여론으로부터 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복지가 없어서 신뢰가 없을 수도 있고, 신뢰 관계가 없어 복지를 꺼내기 힘든 구조일 수도 있다.

1369호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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