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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의 바둑경영] 묘수 찾기보다 실수를 줄여라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착각·룰 위반·실력 부족이 원인 … 실수 막는 게 성공 지름길

“사업을 하는 데 있어 확실한 게 한 가지 있다. 당신이나 우리 모두 실수를 한다는 것이다.” 영국 버진 그룹의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이 한 말이다. 비즈니스나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이 말처럼 부지불식간에 실수를 하는 수가 많다. 이런 실수가 경영에 악영향을 주어 어려움을 초래하기도 한다. 때로는 실수로 인해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법의 처벌을 받는다.

바둑에서도 누구나 실수를 한다. 최고 경지에 도달한 고수도 실수를 한다. 그리고 그 실수가 판세를 불리하게 만들며 패착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점을 간파해 ‘바둑이란 상대가 실수를 해야 이기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승리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자신이 잘 두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실수 덕분에 이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실수를 하지 않고 끝까지 운영을 한다면 그것이 잘 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고수는 묘수를 두려고 하기보다 실수를 피하려는 전략을 택한다. 크고 작은 실수를 막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일 것이다. 기업경영에서도 묘수를 찾기보다 실수를 줄이는 쪽이 경영을 잘 하는 비결이 될 수 있다.

어이없는 실수를 피하라

실수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피해야 할 것은 어이없는 실수다. 누구나 체험해 보았겠지만 평소에는 전혀 하지 않는 실수가 나올 때가 있다. 노련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엑셀을 밟는 것과 같은 실수다. 이런 실수는 통상적으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말처럼 그야말로 어이없는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

바둑 고수도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초보자도 볼 수 있는 단수나 축 같은 것을 착각하거나, 끊기는 곳을 이어진 것으로 오판을 한다. 서봉수 9단이나 고바야시 고이치 9단 같은 정상급 고수도 이런 실수를 한 예가 제법 있다.

[1도] 프로의 공식대국에서 나온 장면이다. 흑의 승리가 거의 확실한 가운데 바둑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인데, 백1에 두고 흑3으로 두자 백3에 두었다. 이것은 흑돌 세점을 잡자고 ‘단수(單手)’한 수로 바둑을 처음 접할 때 배우는 수법이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H7단은 받아주지 않고 흑4쪽을 두었다.

[2도] 그러자 상대방이 백1로 흑돌 세점을 따내 순간에 역전이 되고 말았다. 흑이 거저 10집 정도의 손해를 본 결과다.

[3도] 여기는 백1에 단수할 때 흑2로 이으면 백3에 이어야 할 곳이다. 그런 다음 흑4에 두는 것이 올바른 수순. 이렇게 두었으면 흑의 승리로 끝나는 바둑이었다. 그런 바둑을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패하고 말았으니 H7단은 뭐라고 변명했을까. 이처럼 어이없는 실수가 고수에게서도 나온다.

한편 고수의 이런 실수담은 바둑팬들을 재미있게 하기도 한다. 예전에 필자가 프로 기사들의 실수 등을 모아 [바둑 해프닝 극장]이란 책을 낸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독자가 많았다.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자신과 비슷한 실수를 하는 것에 동류의식을 느꼈기 때문일까. 하지만 삶의 현장에서 이런 실수가 나온다면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믿었던 전문가가 초보적 실수를 한다면 그 결과는 상당히 치명적일 것이다. 실제로 어이없는 실수를 한 뒤에는 자신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돌을 거두는 수가 많다.

바둑이야 실수를 하면 한 판 지고 마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기업경영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한다면 하루 아침에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이런 실수를 막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리면 된다. 어이없는 실수는 대개 부주의나 착각에서 나오기 때문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으면 피할 수 있다. 그것이 힘들다면 한 가지 노하우가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나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넌다’는 말처럼 확인을 하는 습관이다. 뻔해 보이는 수라도 일단 확인을 하고 두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바둑에서 감각적으로 두는 속기파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두는 장고파가 확실히 실수를 덜 한다. 그런 걸 보면 확인하는 습관은 분명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룰을 지키면 실수가 줄어든다

두 번째 실수는 규칙과 관련된 것이다. 사회에는 법과 규범 등 정해진 룰이 있다. 이것을 지키지 않는 것도 실수다. 요즘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사태도 이런 종류의 실수에서 나온 것이다. 이 실수는 마음만 먹으면 피하기가 가장 쉽다. 규정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런 실수를 여전히 많이 하고 있다.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겠지 하는 관념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규칙이 생명인 스포츠 게임을 통해 훈련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규칙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바둑에서는 반칙패가 된다. 흑과 백이 한 수씩 두도록 되어 있는데 두 번을 둔다면 실격이다. 또한 잡아내서는 안 될 돌을 들어내는 것도 중대한 실수가 된다. 이런 규칙의 적용은 프로의 세계에서 더욱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 바둑 팬 중에는 한 번 둔 수를 물러달라고 조르는 사람이 있는데 프로의 세계에서 무르는 것은 없다. 무르는 순간 실격패를 당한다.

그런데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왜 바둑과 달리 룰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일까. 아마도 룰을 지키면 손해라는 의식 때문일 것이다. 룰을 지키기보다 급행료 같은 것을 내고 빨리 가면 이득이라고 보는 것이다. 세상의 바둑판에서는 이상하게도 바둑처럼 룰을 지켜 공정하게 승리를 한다는 생각이 부족하다. 그렇게 해서 승리를 해야 가치 있는 성공이라는 의식이 약하다.

심지어는 고객을 속여서 이익을 보려는 사람도 있다. 가짜를 진짜로 속여 폭리를 취하려 한다. 이런 사람은 비즈니스 게임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스포츠게임에서 팬을 속인다면 실수 이전에 자격을 문제 삼는다. 고객을 속인 사실이 들통이 난 순간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 그만큼 룰 위반은 무서운 실수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규칙 위반, 즉 탈법의 실수는 마음만 먹으면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사회문화적으로 운동을 펼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입법기관 그리고 교육기관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기업가도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게임에서 룰을 지키겠다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실력 부족에서 나오는 실수

실수 중에는 지식이나 능력이 부족해 나오는 것도 있다. 서툰 디자이너가 미숙한 솜씨로 디자인을 한다면 기술적이거나 예술적인 면에서 실수가 나올 것이다. 레스토랑에서 처음으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그릇을 옮기다가 실수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 이런 실수는 실력이 부족해서 나오기 때문에 막기 어렵다. 실력으로 인한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에 실수라고 보기도 어려울 수 있다. 5급 실력인 바둑 아마추어가 5단이 둘 수 있는 수를 두지 못했다고 실수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아마추어가 전문가처럼 수행을 하지 못한다고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수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실력이 부족하다면 그 일을 맡아서는 안 될 것이다. 아니면 그 일을 수행할 만한 능력을 쌓아야 한다. 경영자는 실력에 맞게 인력을 배치하고 계속 능력을 쌓도록 해야 한다. 경영자 자신도 능력이 부족하면 공부를 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정수현 - 1973년 프로기사에 입단한 후 1997년 프로 9단에 올랐다. 제 1기 프로신왕전에서 우승했다. 한국프로기사회장, KBS일요바둑·바둑왕전의 해설자를 역임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둑 읽는 CEO』 『반상의 파노라마』 『 인생과 바둑』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

1374호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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