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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산업 경기 어디쯤 | 조선·해운·철강] 조선·철강 ‘봄이 오는 소리’ 해운은 여전히 ‘한겨울’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공급 과잉 해소에 조선업황 회복 기대감 … 해운, 안 좋은 경기에 각종 규제도 산적

세계 경제는 언제 터지질 모르는 시스템 리스크와 막대한 유동성이 만들어낸 변동성의 그늘에 숨 죽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글로벌 무역질서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고, 연 10%대 고성장을 일구던 중국 경제도 6%를 지키자는 ‘바오류’(保六)로 한발 물러섰다.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국내외 환경 변화는 각 산업별 경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에 주요 산업의 흐름을 수급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앞으로 중요하게 작용할 변수는 무엇인지 점검해봤다.


▎사진:중앙포토
조선산업 | 최악 수주 가뭄 딛고 회복 조짐


가장 시선이 몰리는 곳은 한국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악화로 최악의 수주 가뭄을 겪은 조선업의 회생 여부가 관심사다. 조선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고 경쟁력 있는 회사들에 수주가 몰리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저가 수주 경쟁이 수시로 발생하며, 공급과잉-구조조정의 순환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역대 최악의 불황 속에 시달린 조선업은 올해도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 분투를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글로벌 선박 공급량에 비해 해양 물류 수요가 부진해서다.

폭넓은 항로를 운항하고 거래가 활발한 6600~6800TEU 급 컨테이너선의 가격을 살펴보면, 지난해 5월 6325만 달러(약 714억원)로 떨어진 이후 6000만 달러대 초반에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2000년부터 이 규모의 컨테이너선 가격을 살펴보면 최저점은 6000만 달러 대에서 형성됐다. 폐선 등 수급 여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마지노선은 항상 이 선에서 결정된다. 최고점을 찍었던 2008년 6~8월(1억800만 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전세계 400여 개 조선소 가운데 40%가 넘는 167개 조선소가 신규 수주를 못 했다. 2017년 현재 수주 잔고가 1척인 조선소도 101곳에 달한다. 지금 추세로는 선박 가격이 소폭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가 반등하려면 선박의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 2006년 글로벌 해양 운송 규모는 80억722만t에서 2015년 109억3256만t으로 36.5% 증가한 데 비해 같은 기간 글로벌 선박량은 6억7532만t에서 11억7513만t으로 74%나 뛰었다. 해운업 호황을 내다본 해운사들이 신규 항로 선점을 위해 선박 확보에 선제로 나선 결과 공급 과잉이 벌어졌다. 그러나 선박 물량의 과도한 증가는 운임료 하락과 선박 가격 하락을 초래했다. 글로벌 조선·해운업 불황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2018년 조선업 경기 회복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저가 수주 경쟁을 촉발했던 중국 업체들이 75%나 문을 닫았고, 80년대 건조한 노후 선박의 폐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벌크선의 경우 올해 글로벌 인도량 4000만DWT, 해체량은 2500만DWT로 추정되는데, 2018년에는 인도량 1600만DWT, 해체량 1800만DWT로 해체량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조선·해운 시장조사업체인 클락슨도 장기 전망 보고서에서 조선업 경기가 2016년 바닥을 찍었고, 2017년부터 발주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락슨의 관측 발주량은 2017년 790척, 2018년 1322척, 2019년 1667척, 2020년 1869척이다. 국내 3대 조선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도 올 들어 총 6건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선박의 단가가 오를 가능성도 크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 9월 선박에 평형수를 거르는 처리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선박 평형수 관리협약’을 발효한다. 선박들이 전 세계를 떠돌며 평형수를 넣고 뺀 결과 플랑크톤 등 각종 미생물이 여러 해역에 뒤섞이는 해양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장치 설치 및 관리 등 평형수 처리설비의 가격은 대당 수십억원에 달해 조선사들은 선박 가격을 이전보다 높게 받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변수로 꼽힌다. 다만 이들 국가도 기존 무역협정의 틀을 벗어날 뿐,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글로벌 무역을 완전 철폐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라 큰 폭의 물동량 감소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다.

해운산업 | 아직 바닥을 치지도 않았다


조선업과 경기 사이클을 공유하는 해운은 아직까지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내리막을 그리고 있다. 조선업에 비해 구조조정이 더디고 물동량 증가세 역시 정체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올해 해운물동량은 전년 대비 2.3%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글로벌 해운업의 사이클은 보통 10년 주기설로 설명된다. 통상 10년에 한 번씩 발생하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 산업의 부침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실제 플라자합의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대폭 감소한 1986~87년 2년간 글로벌 물동량 증가세가 정체됐고,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한 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도 불황에 시달렸다. 최근에도 2015년 세계적인 성장률 둔화 속에 업황이 크게 나빠졌다.

업황에 따라 해운동맹의 이합집산도 벌어지는데 지금이 딱 그렇다. 해운동맹이란 세계 주요 해운사들이 같은 수준의 운송 조건으로 협정을 맺고 선박과 노선을 공유하는 동맹 체제다. 스카이팀·스타얼라이언스 등 항공 동맹과 같은 개념이다. 업계에 경쟁이 격해지고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시점에 가격 등 계약조건 재협상이 벌어져 해운동맹이 재편된다는 것이 통설이다.

현재 글로벌 1, 2위 업체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이 2M동맹을 구축했고, 프랑스와 중국계 해운사들이 뭉쳐 오션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독일·일본·대만 해운사는 디 얼라이언스를 만들었다.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사들은 글로벌 해운 동맹에 끼지 못하고, 동남아시아 시장을 주로 운항하는 ‘현대상선+K2’ 동맹을 출범했다. 이들 동맹은 앞으로 운임 인하 등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해운업은 일종의 시스템 사업이라, 화물이 없더라도 컨테이너 등 정기선은 항상 운항해야 한다. 전 세계 각지로 향하는 항로를 유지해야 화주들로부터 일감을 타낼 수 있다. 같은 노선을 운항하는 해운동맹 간에 치킨 게임이 불가피하다. 한진해운 파산이 해운업 구조조정이 끝이 아닌 시작이란 뜻이다.

조선업에 호재인 IMO 선박 평형수 관리협약은 해운업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용선료 인상, 선박 운영 비용 상승 등으로 이어져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새로운 규제로 용선료는 물론 운임이 상승하면서 해운사에 큰 부담”이라며“실제 2015년 규제를 미리 도입한 미국의 경우 선박 공급이 줄면서 일부 항로의 용선료가 올랐다”고 전했다.

더구나 IMO가 선박의 황산화물(SOx) 발생량을 3.5%에서 0.5%로 낮추도록 규제하기로 한 점도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이 규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디젤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가스오일의 일종인 MGO나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해야 한다. 앞으로 선박들은 미세먼지를 잡는 스크러버라는 장치를 설치하든가 엔진을 교체해야 한다. MGO는 선박이 주로 사용하는 벙커C유보다 50~70% 비싸며 SOx 저감 장치는 적지 않은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해운업 관계자들은 제2의 선박 해체 사이클이 도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폐선과 신규 선박 확보는 용선료 인상 등 해운회사의 비용 인상 요인이다.

철강산업 | 美 인프라 투자, 中 감산으로 상향 사이클


▎중국업체들의 감산과 경기회복 기대감에 철강 산업이 상승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현대제철 직원이 H형강 생산품을 살펴보고 있다.
철강 산업은 경기 회복 기대감에 상향 사이클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업황이 부진하지만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대형 호재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철강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멕시코 장벽과 키스톤XL·다코타액세스 송유관 건설사업 같은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철강 수요 기대감이 커지며 벌써 국제상품거래소에서는 철광석은 물론 구리·아연 등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철강 경기는 일반적으로 전체 경제를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 향후 경기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면 싼값에 철강을 미리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가격이 뛴다. 글로벌 경기 동향에 따라 통상 10년마다 한 번씩 감산이 벌어지며 이후 1~2년간은 생산량이 대폭 늘어난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 글로벌 조강 생산량은 4번 감소했다. 1998년 -2.7%, 2008년 -0.3%, 2009년 -7.7%, 2015년 -2.9% 등이다. 각각 아시아금융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세계적인 경기부진이 맞물린 시점이었다. 생산량이 줄어든 뒤 2000년 7.4%, 2010년 15.7% 등 생산량이 급증했다.


과잉생산에 따른 부담감에 치킨게임을 주도해온 중국 업체들이 감산에 나선 것도 긍정적이다. 2010년을 전후에 시작한 중국 업체들의 증산 경쟁은 동부제철·동국제강 등 국내 업체들을 경영난으로 내몬 주된 요인이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도 증산을 버티기 어려운 환경에 몰리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허베이성에 1562만t, 산시성 2000만t, 장쑤성 585만t 등 생산량을 대폭 줄일 계획이다. 또 3일부터 열리는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대기의 질 개선을 위해 추가 감산 계획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서 수급 불균형의 우려가 상당히 누 그러졌다. 중 국 정부가 비규격제품(Substandard)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구조조정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주식시장은 일찌감치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행동에 나섰다. 철강 산업에 대한 낙관론이 형성되면서 지난달부터 각국 증시에서 포스코와 JFE홀딩스·신일본제철주금·US스틸 등 철강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오르고 있다. 환율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투자심리가 꺼지지 않는 한 철강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게 주식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다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수들은 있다. US스틸이 올 들어 세르비아·슬로바키아 공장 매각에 착수하는 한편 독일 티센크룹도 미국·브라질 제철소를 정리하기로 했다.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전체적인 감산은 업황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고급 제품 분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 일본·중국 업체들도 합병을 통해 회사 규모를 키우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어 중저가 시장에서의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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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5호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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