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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급 못 따라가는 충전소 인프라] 충전소 찾아 삼만리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전기차 1대에 충전기 1개꼴 … 문제는 입지 주택가·도심에 설치하고 충전기 규격 통일해야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달주차장 5층 전기차 충전소 모습. 모두 21기의 충전기 앞이 텅 비어 있다. 아이파크몰 등 쇼핑매장과 연계한 ‘몰링형 충전소’로 주목 받았지만 주말 외엔 실제 충전하는 전기차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1. 지난 3월 15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달주차장 5층에 있는 ‘몰링형(Malling) 전기차 전용 충전소’. 급속충전기 10기, 완속충전기 11기 등 총 21기가 설치되어 있지만 실제 충전하는 차량을 보기는 힘들었다. 전날 저녁시간에 방문했을 때도 일부 충전 라인에 휘발유 차량이 주차해 있을 뿐 1시간 동안 지켜봤지만 전기차 충전 모습은 볼 수 없었다. 2월 9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 등이 준공식을 열며 ‘도심 생활형 전기차 충전소 1호’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자리 잡지 못한 모양새다. 몰링형 충전소는 전기차 소유주들이 충전·쇼핑·영화 관람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개념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2.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홍모씨는 지난 2015년 전기차를 구입했지만 지금까지도 전용 충전기 없이 충전소를 찾아 헤맨다. 구입 당시 정부 지원으로 가정용 완속충전기(7㎾h급) 설치를 시도했지만 아파트 입주민 회의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홍씨는 “아파트 주차 면이 여유가 있는데도 충전기를 설치하면 화재 위험이 있다고 입주민 회의에서 반대했다”며 “현재 일반 전기코드를 꼽아서 충전하고 별도 대장을 만들어 전기 요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각 지자체는 500가구 이상의 신축 공동주택에 의무적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조례를 통과시키고 있다.

정부가 2020년 ‘전기차 25만 대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지만 국내 전기차 충전기 보급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환경공단, 한국전력공사 등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전국에 급·완속 전기차 충전소는 1202곳이다. 충전기 수로 보면 급속 충전기 750기, 완속 충전기 9258기로 총 1만 기가 넘는 충전기가 보급됐다.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 1만2000대와 비교하면 거의 전기차 한 대에 충전기 1대꼴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이미 운행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구축됐다고 할 수 있다.

부지 확보 어려워 주택·회사 먼 곳에 설치


그러나 전기차 운전자들은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왜 그럴까. 간극의 원인은 바로 ‘입지’다. 현재 전기차 충전소는 한국전력의 전국 지사 등 공공기관,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등 국·시유지, 대학교와 일부 마트에 설치돼 있다. 아파트 등 주택, 사무실이 몰려 있는 도심 내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출퇴근 시 충전하는 실제 충전 수요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신규 충전소의 입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와 민간 충전사업자는 올해 말까지 급속 충전기 2610기, 완속 충전기 2만273기를 확대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충전기 확충에 따라 현재 1202개인 충전소 수도 연말까지 2000여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는 이마트·홈플러스·하나로마트 등 전국 모든 할인마트 약 230곳과 주요 역 10곳에 도심 생활형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한다. 2018년까지는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194곳)에 충전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부지 확보의 어려움 탓에 협조가 가능한 대형 쇼핑몰 위주로 설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중에 쇼핑몰이나 극장을 찾는 수요가 적어 현대아이파크가 관리·운영하는 용산역 쇼핑몰 충전소의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민간사업 관계자는 “전기차 오너들의 가장 큰 불만이 바로 충전소 입지”라며 “LPG 차량 도입 초기와 같이 중요한 것은 충전소 수가 아니라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위치"라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과 KT링커스가 추진하는 ‘도로변 공중전화부스 전기차 급속충전소’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급격한 이용률 하락으로 철거 위기에 놓인 공중전화부스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지만 현재 10곳 설치에 그치고 있다. 올해 추가 설치가 논의되는 장소도 5곳에 불과하다. 이유는 충전시 전기차를 주차할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KT링커스 관계자는 “충전기 구축은 최종적으로 지자체의 허가를 받는다. 마땅한 위치를 찾아도 주변 상가에서 장기 주차를 반대하는 경우가 있어 최종 허가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엔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고 주택·사무실과 인접한 일반 주유소가 전기차 충전소 설치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KT와 한국주유소협회는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상반기부터 소속된 주유소에 고정형 급속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키로 했다. 주유소협회에는 전국 주유소 1만2000여 곳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이 기존 주유 요금보다 싸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기존 주유소 업주들의 신청이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브랜드별로 제각각인 충전기기의 규격을 통일하는 것도 과제다. 기아차의 쏘울과 레이, 닛산 리프 등은 DC 차데모 방식, 현대차의 아이오닉과 쉐보레 스파크, BMW i3는 DC콤보 방식, SM3 Z.E는 AC3상 방식으로 충전기기의 규격이 다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세 가지 급속충전 방식을 ‘콤보1'이라는 형식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충전 방식이 통일돼야 자동차 제조사의 생산 효율이 높아지고 충전기 제조사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7월부터 고속도로 통행료 최대 50% 감면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관계자들이 지난 12월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 설치된 친환경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전기차 충전을 시연하고 있다. 종로구는 서울 자치구 중 최초로 민관 협력으로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충전소 외의 인프라 구축은 어느 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난해 31곳에서 올해 101곳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 보조금 평균 단가 역시 지난해 430만원에서 545만원으로 뛰었다. 사실상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기차 구매비용을 2000만원(정부 보조금 1400만원 포함)가량 줄일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차 값이 4000만원인 아이오닉을 서울시와 환경부 보조금을 받고 살 경우 환경부 보조금 1400만원과 서울시 보조금 550만원을 제하면 2050만원에 살 수 있다. 지난 1월 말 시작한 전기차 보조금 신청 결과 72곳의 지자체 중 절반가량이 조기 마감됐다. 접수 대수도 한 달 만에 1200대를 넘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3분기부터는 전기·수소차의 고속도로 통행료가 최대 50% 감면된다. 다만 2020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통행료 감면제도를 시행할 경우 올해는 4억원, 2020년에는 약 120억원의 통행료 수입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기차에 대해 전국 유료도로 통행료 한시 할인, 전국 공영주차장 요금 50% 이상 할인, 전용번호판 도입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 검토에 들어간 ‘전기차의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한시 운행’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전기차협회장)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를 대폭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버스전용차로에서의 통행 허용, 전용도로 마련, 전용 주차시설 마련 등 강력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보험료가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비싸다는 인식은 해소해야할 문제다. 일반적으로 전기자동차 보험료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20% 가량 비싸다. 이는 실제 차량 가격 때문이다. 기아차 쏘울EV를 구입할 때 소비자가 내는 비용은 2000만원 수준이지만, 실제 차 가격은 4140만원으로 휘발유차 가격(1725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김효순 현대해상 상품기획팀 차장은 “보험료 산정시 자차담보 차량가액은 자동차제조사 판매가를 기준으로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동급차량과 비교해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전기차가 일반 내연차에 비해 고장·사고 발생이 적다는 통계에 따라 보험사들이 점차 보험료를 낮추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스기사] 전기車 금융 상품은? - 전용 보험 속속 출시, 연료비 50% 할인 카드도 등장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보험·카드·은행·캐피털사 등 금융권도 전기 자동차 관련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보험업계다. 전기차 운전자도 일반 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무료 견인, 비상연료충전 등 배터리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전기차 전용 보험이 등장했다. ‘감전 상해 방지’ 등 독특한 특약도 눈에 띈다.

일반 자동차보험 대비 보험료 할인 폭이 가장 큰 곳은 동부화재다. 지난 1월 전기차 전용 보험을 출시한 동부화재는 일반 자동차보험보다 보험료를 10% 가량 낮췄다. ‘전기자동차 SOS 서비스 특별약관’으로 최대 60㎞ 한도 내에서 6회까지 긴급 견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비 오는 날 등 물기가 많은 곳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경우 감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전기차 충전 중 감전 상해 위험’도 보장한다. 사고로 배터리를 교체할 경우 1000만원가량의 비용도 보상한다.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전기차 보험을 선보인 현대해상은 보험료 3% 할인, 배터리 방전 시 긴급 충전 지원, 무료 견인 거리 40㎞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해상은 전기차 운전자 전용 콜센터 조직도 구축해 고객의 요청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무료 견인 서비스에선 KB손해보험이 가장 혜택이 많다. 최대 50㎞까지 견인 서비스를 10번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보험료는 일반 자동차보험보다 평균 3.6% 낮췄다. 삼성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은 아직 전기차 전용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반 자동차보험으로도 전기차 보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기차 보급 추이와 전용상품의 시장성을 더 분석해보겠다는 전략이다.

충전요금 할인혜택도 있다. BC카드는 친환경 제품 구매, 대중교통 이용 등 친환경 소비를 하면 할인·포인트 적립 혜택을 주는 ‘그린카드’에 전기차 급속 충전 요금 할인 혜택을 추가했다. 오는 2018년 1월 초까지 기존 요금에서 최대 50%를 깎아준다. 할인 한도는 월 5만원이다. 환경부의 인하 방침에 할인혜택을 반영하면 100㎞를 1379원에 달릴 수 있다. 휘발유는 1만1448원, 경유는 7320원이다.(2월말 기준)

전기차를 리스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게 현대캐피탈의 전기차 전용 리스 상품이다. 신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고 중고차 거래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초기 구매 부담은 낮추고 만기 후 중고차 가격을 보장한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쏘울EV을 리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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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7호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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