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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보스포럼(3) | 다보스가 내놓은 포퓰리즘 해법] ‘열린 도시’가 포퓰리즘의 해독제 

 

다보스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글로벌 도시 특성은 긍정적·포용성·다원성 … 이주민 많은 곳이 범죄율 낮아

▎사진:중앙포토
현재 전 세계를 관통하는 정치·경제 현상 중 하나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과 국가주의의 득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브렉시트) 등으로 확인됐다. 대중의 인기만을 좇는 포퓰리즘과 국가주의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레이놀드 달리오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와 로버트 머가 이그라페인스티튜트 이사, 티모시 가턴 애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등이 다보스에 둘러앉아 해법을 모색했다.

티모시 가턴 애시 교수는 ‘도시’에서 그 답을 찾았다. 도시 자체가 포퓰리즘을 치유하는 ‘해독제’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도시는 상향식(bottom-up)으로 정치·경제·환경 활동을 재구성한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 긍정적·포용적·다원적이라는 3가지 특징이 있다. 애시 교수는 “다양한 종교·언어·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가까이 생활하면, 포퓰리즘이 유포한 ‘타자’라는 고정 관념은 매일 경험에 의해 반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주장은 포퓰리즘의 뿌리를 살펴보면서 시작된다. 역사적으로 국가주의에 기반한 포퓰리즘은 주로 경제 변동성이 클 때 인기였다. 최근 포퓰리즘도 뿌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됐다. 이때 발생한 경제적 재앙이 정치적 반발로 이어진 것이다. 글로벌화가 제공한 혜택의 이면에는 일자리 감소와 불평등 확산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깔려 있다. 여기에 노출된 사람들은 임금 하락이나 실업이 사회 엘리트층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분노한다. 경제·사회적 변화가 점점 빨라지면서 개인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는 축소하고 있다. 일부 대중이 카리스마 있는 독재자가 내놓은 단순한 해답을 따르고자 하는 유혹이 생기는 배경이다.

경기침체로 득세하는 포퓰리즘·국가주의


인구 구조를 살펴보면 영국·미국·프랑스·이탈리아·독일·폴란드에서 포퓰리즘이 부상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포퓰리즘은 토박이 인구가 감소하는 준도시와 농촌을 중심으로 확산한다. 반면 국제적 도시에서는 포퓰리즘이 감소한다. 실제로 중소도시 유권자 다수는 트럼프 정부와 브렉시트를 지지했고, 대도시 유권자는 정반대로 투표했다고 로버트 머가 이사는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했다.

갑작스럽게 인구가 유입되는 배경을 살펴보면 통상 이민과 같은 정부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민자들의 도시가 형성된 이후, 규모에 걸맞게 학교·병원 등 지역 서비스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자원을 투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머가 이사는 “이 같은 현실은 사람들이 이민을 인식하는 방식에 왜곡을 일으키고 포퓰리즘의 불씨를 자극한다”고 말한다. 무슬림 인구를 과대평가하는 현상이 대표적 사례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미국 인구의 17%가 무슬림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 무슬림 인구 비율은 고작 1% 안팎이다. 영국인은 자국에 거주하는 무슬림이 전체 인구의 21%라고 믿지만, 실제 비율은 약 5%다. 머가 이사는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은 자국 무슬림 인구가 실제보다 3~5배 많다고 과다추정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잰 워너 뮐러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교수는 “포퓰리즘의 핵심은 다원주의에 대한 깊은 거부감”이라며 “기득권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시작된 포퓰리즘의 칼날이 이주민에게 향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들이 진짜 배척하고자 한 것은 사회 기득권층이지만, 다양성을 반대하는 행위로 왜곡됐고, 결국 이민자들을 몰아내자는 주장에 동조하게 됐다는 뜻이다.

이념 아닌 개방과 폐쇄로 분열된 세상

그렇다면 어떻게 포퓰리즘에 맞서 싸울 수 있을까. ‘다원도시’가 해법이 될 수 있다. 도시는 국가주의의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보 달더 글로벌어페어스 시카고카운슬 회장은 “우리는 더 이상 ‘좌우’나 ‘보수·진보’로 분열된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 우리는 ‘개방과 폐쇄’로 분열된 세상에 살고있다”며 “세계화된 도시는 개방성의 선봉에서 국경·시장·사회·마음의 개방을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는 민주주의 정치 발전 과정에서 시련의 장이다. 도시는 언제나 갈등과 마찰을 경험한다. 현대의 거의 모든 진보적 사회운동이 시작된 곳도 도시다. 벤자민 바버 세계시장의회 설립자는 “도시는 다문화와 관용, 그리고 개방사회의 보안관”이라고 비유했다.

포퓰리스트는 이주자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이주민들이 많은 도시가 범죄율도 높다고 생각한다. 이주민 서비스가 부족한 초기 도시의 범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다원화·세계화된 도시는 상황이 다르다. 이런 도시에서 이주민들이 원주민보다 범죄에 가담할 확률은 낮다. 외려 외지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는 범죄율이 더 낮다. 예컨대 영국은 이주민이 1%포인트씩 증가할 때 도시 범죄가 0.4%포인트씩 줄어든다. 도시는 국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네트워크도 구축 중이다. “이미 도시는 국제적 위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게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모인 인사들의 생각이다. 예컨대 최근 출범한 ‘세계시장협약’은 공약으로 ‘도시 영향력 확대’를 내세웠다. 119개국 7100개 도시가 6억 명의 도시 주민들을 대표해 만든 세계시장협약은 저탄소 사회 구축에 자원을 투자하고 타 도시의 동참을 유도할 계획이다.

다보스포럼은 앞으로 도시가 ‘보호구역(sanctuary)’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다 주도적인 자세로 포퓰리즘 이데올로기와 맞서 싸우고, 이주·통합에 대한 공개 토론을 펼치고, 다원주의의 혜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역할을 도시가 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도시는 이주 문제에 더 주도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유럽 도시 네트워크인 ‘유로시티’를 구성한 130개 도시는 유럽 난민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위험할 수 있지만, 독일 콜로뉴나 스웨덴 스톡홀름과 같은 도시는 이민자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개토론을 추진한 바 있다. 다원화 도시의 핵심은 다양한 단체의 상호 대화와 교류다. 접촉이 늘어나면 포퓰리즘을 촉진하는 주범인 ‘편견’을 줄일 수 있고, 관용적이고 탄력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 나아가 다보스포럼은 “국가가 아닌 도시가 미래 사회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미 도시에 살고 있으며, 아시아 주요 도시에는 매월 500만 명의 이주자가 유입 중이다. 이런 도시가 확산하면 창조성과 갈등을 중재하는 장이 벌어지고, 결국 포퓰리즘 이데올로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다보스포럼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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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2호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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