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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보스포럼(1) | 문희철 산업부 기자의 세계경제포럼(WEF) 취재 후기]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 시험대에 서다 

 

다보스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차보스(China+Dovos)포럼 같았던 다보스포럼...현장에선 중국 리더십에 고개 갸웃

올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중국의 부상’을 보여줬다. 글로벌 정·재계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인 곳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조연설을 한데 이어,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2028년까지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일부 한국 기업은 실속을 챙겼다. 현대자동차는 다보스포럼 수소위원회에서 활약했고, 자율주행차 표준을 수립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산업이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방위로 뛰었다. 올해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한국 기업은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또 중국이 최초로 주도한 다보스포럼이 남긴 결과물은 무엇일까. 올해 다보스포럼을 결산했다.


1957년 정유년(丁酉年) 이전까지 조선 수군은 해전에서 패배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정유년 7월 160척 이상의 대군을 보유했던 조선은 칠천량해전에서 전멸에 가까운 치욕적 대패를 당한다. 전력이 비슷했는데도 승패가 명확히 갈린 원인은 한마디로 ‘리더십’이다. 정유년 이전까지 수군은 이순신 장군이 지휘했고, 칠천량해전에서는 원균이 삼도수군통제사였다. 조선 사서 [연려실기술]은 “원균이 일을 살피지 않으니 군심(軍心)이 이반해 ‘적이 오면 달아날 따름’”이라고 원균의 리더십을 평했다.

60년 후 또 다시 찾아온 정유년 새해도 한국의 최대 화두는 리더십이다. 지난달 17일부터 일주일 동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7차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 역시 올해를 관통하는 어젠더로 리더십을 골랐다.

이 자리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주창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국가는 중국이었다. 다보스 콩그레스센터에 운집한 1000여 명의 글로벌 인사들은 시진핑 주석의 기조연설에 상당히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회주의형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중국 국가 주석이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던졌기 때문이다.

다보스포럼 최대 화두는 ‘리더십’


▎제47차 다보스포럼을 현지 취재한 문희철 중앙일보 산업부 기자.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Brexit·브렉시트)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이 연일 ‘트위터 정치’로 다국적 기업의 굴복을 이끌어내고 있다. 글로벌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리더의 등장은 분명 환영받을만한 일이다. 다보스포럼은 중국의 선언을 환영하며 향후 10년 간 다보스포럼 뉴 챔피언(new champion) 연례회의에 중국을 초청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보스에 모인 인사들은 글로벌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리더가 중국이라는 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국제교역 관계에서 그간 중국의 행보가 ‘자유 무역의 수호자’로 보기엔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시장 문호를 항상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은 여전히 중국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지 않으면 발을 들여놓을 수도 없다. 다보스포럼 ‘경제 및 경영연구센터’가 각국 자유무역 역량을 평가한 결과, 중국의 자유무역 역량은 136개국 중 61위에 그쳤다.

시 주석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지만, 중국도 중국 민족이 세계 최고이고 주변 민족은 오랑캐로 낮춰보는 화이사상(華夷思想)이 만연해있다.

다보스포럼이 올해 제시한 어젠다는 무조건적인 리더십이 아니다. ‘소통과 책임 리더십(Responsive and Responsible Leadership)’이다. 경제 규모를 놓고 따지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다보스 저명인사들도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통하고 책임감 있는 리더 국가로 단연 중국을 꼽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머뭇거렸다.

조선시대 영의정 유성룡은 [징비록]에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에 대해 ‘전쟁에 관한 일이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았고(책임), 지위가 낮은 군졸도 말하게 했다(소통)’고 기록했다. 중국 리더십은 다보스포럼이 찾고 있는 이순신 리더십에 가까울까, 아니면 원균 리더십에 가까울까. 정답은 중국의 향후 행보에 달려 있다.

1372호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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