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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보스포럼(2) | 중국은 다보스에 무엇을 남겼나] ‘중국의 꿈(中國夢)’ 향해 한발 더 내딘 시진핑 

 

다보스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보호무역 장본인 비난에도 자유무역 주창... 미국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 표출 분석

▎1월 17일 세계경제포럼(WEF)에 처음 참석해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올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중국에 쏟아졌다. 3000여 명에 달하는 세계적인 기업인·정치인은 기조연설자로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일제히 주목했다. 다보스포럼이 아니라 ‘차보스(China +Davos)포럼’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다보스포럼은 그동안 자유무역·민주주의를 주창하는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했다. 때문에 사회주의형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다보스포럼을 방문한 적이 없다. 때문에 포럼의 취지와 방향성을 공개하는 기조연설자로 시진핑 주석이 콩그레스홀 연단에 오른 것은 그 자체만으로 파격이었다.

시 주석이 던진 메시지는 더욱 놀라웠다. “글로벌 리더들은 개방과 협력을 밀어붙여야만 한다”며 자유무역을 강조한 데 이어 “중국 시장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말까지 했다. 자유무역에 중국이 앞장서서 세계화의 첨병이 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는 세계화의 목적이 글로벌 경제 회복이라는 사실도 명확히 했다. 4차 산업혁명이나 기후변화 등으로 흔들리는 글로벌 경제를 ‘세계화’라는 카드로 소생시키겠다는 뜻이다. 클라우드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이를 두고 “다보스에 내린 햇빛”이라고 찬사했다. 물론, 중국이 자유무역을 주창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뜨거웠다.

중국 제조업 생산량, 이미 미국 추월


올해 포럼 주제가 ‘소통·책임 리더십’인 것도 시 주석이 다보스를 택한 이유 중 하나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지도자들이 정치·이념적 양극화를 극복하고, 치명적인 숙제를 더불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보스포럼은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천명할 절호의 기회였는지 모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시진핑 주석이 올해 신년연설에서 ‘세계대동(世界大同·온 세상이 하나로 화합), 천하일가(天下一家·세상이 가정처럼 화목)’를 내세운 사실에 주목했다. 다보스에서 글로벌 리더를 선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무역 적자의 절반이 중국 때문”이라며 “중국으로 인해 발생하는 무역불균형을 반드시 수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15년 기준 무려 3567억달러(약 437조원)의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자유무역을 강조하면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선제 타격이 가능하다.

과감한 중국의 행보를 두고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진 칸롱 중국인민대학 국제대학 부학장은 “제조업 생산량을 기준으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며 이를 자신감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실용전략가들은 제조업이 산업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강력한 제조업은 강력한 군사력을 동반한다. 강력한 군사력은 국제적 리더십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역량의 주춧돌”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연말 기준 중국의 총 제조업생산량은 미국의 150%에 달한다.

또 중국은 미국이 장악했던 국제 프레임을 꾸준히 잠식하고 있다.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시켰고, IMF와 세계은행 고위직에 중국 인사 비율을 늘렸다. 세계 해양물류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이니셔티브를 시작했고,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창설했다.

[박스기사] 미·중 경제 규모 비교해 보니 - “중국 경제, 2029년 미국 제친다”


시진핑 주석이 다보스포럼에서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지만, 최근 행보는 다소 다르다. 한국이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은 비관세 장벽을 높였다. 예컨대 지난해 한국을 대상으로 한 비관세장벽(49건) 중 절반 이상(53.1%·26건)은 중국 정부가 시행한 조치였다.

이렇듯, 두 얼굴의 중국은 국제 무역 지대에서 미국 지위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을까.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무역보고서를 보면 아직은 때가 아니다. 다만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규모는 조만간 미국을 제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보스포럼 ‘경제 및 경영연구센터’가 136개 무역국가의 자유무역 역량을 조사한 무역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종합순위는 61위로 평가됐다. 자유무역 역량은 특정 국가가 제품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수출입 거래 개방성이 어느 정도고, 통관하는 과정은 얼마나 용이한지 분석한 지표다.

행정·인프라·교통서비스·관련기술·자연환경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다. 중국의 자유무역 역량이 아직 평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뜻이다. 라이벌 미국은 같은 조사에서 2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경제 규모로만 따지면 미국을 제칠 수 있다는 분석도 등장했다. 현재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은 미국이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18조366억달러)를 미국이 차지했다. 중국(11조77억 달러) 경제 규모는 아직 미국의 64% 수준이다.

놀라운 것은 중국의 성장세다. 중국 경제가 식어간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3배가량 높다. 보고서는 “미국·중국 무역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GDP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위안화 약세가 계속된다면 2029년에는 중국이 미국 경제 규모를 압도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영국 마케팅기업 포머티브 콘텐트의 안드레아 윌리지 시니어 컨설턴트는 “중국 인구(14억 명)가 미국 인구(3억2000만 명)보다 4배 이상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이 논리적으로 이상한 결론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규모에 비해 경제 개방성은 보완해야할 부분으로 평가됐다. 다보스포럼은 이번 평가 중 경제 개방성 부문에서 중국이 12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기업들도 중국 정부가 무역활성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올리버 캔 세계경제포럼 콘텐트부문장은 “현재 중국 제품을 수입하려면 컨테이너당 950달러(111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무역 서류를 간소화하고 국경이 맞닿은 국가와 무역 절차를 조정해 비용을 낮추고 이 분야 순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1372호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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