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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보스포럼(4) | 다보스는 왜 자율주행차에 주목했나] 자동차 비즈니스 모델 완전히 달라진다 

 

다보스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차 팔아 돈 버는 시대 곧 종언 … 자율차 교통사고 책임 소재, 보험 규정 등도 논의

▎(왼쪽부터)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 회장.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 마티아스 뮐러 폴크스바겐 CEO.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올해 15가지 이니셔티브 중 하나로 ‘이동 수단’을 선정했다. ‘경제 올림픽’이란 별칭답게 올해 다보스포럼에 모인 글로벌 자동차기업 최고경영자(CEO)급 인물은 수십 명이다. 정의선(47)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메리 바라 미국 제너럴모터스 회장, 마티아스 뮐러 폴크스바겐 CEO, 우치야마다 다케시 도요타자동차 이사회 의장 등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스위스의 휴양지에서 특히 자율주행차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왜일까.

자동차 업종의 사업 모델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율주행차가 단지 전통 자동차를 대체할 신차로만 인식하지 않는다.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긴다. 지금은 차량을 개인이 소유하지만, 자율주행차가 보편화하면 굳이 차를 살 필요성이 사라진다.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구간을 이용하고, 이때 발생하는 비용만 청구하면 된다. 즉, 특정 차량을 물리적으로 소유하는 게 아니라, 차량의 사용권 일부를 소유하고 거래한다. 자동차 입장에서 주인들과 이들의 지분은 실시간으로 바뀐다.

이때 주도권을 쥔 쪽은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다. 자율주행차는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운행노선을 결정한다. 이 노선을 이용하는 탑승 수요 알고리즘을 분석해 가장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차주를 찾아낸다. 이 사람에게 지분 소유권을 거래하고, 차주의 이동 패턴이 바뀌면 다시 다른 사람에게 지분 소유를 제안하는 식이다.

이런 시대가 열리면 자동차 제조사가 돈 버는 방식이 통째로 달라진다. 지금은 차량 제조·판매가 자동차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하지만 미래에는 이게 조금 과장해서 ‘껌 값’이 된다. 차량은 한 번 팔면 끝나지만, 차량 이용권과 소유권이 끊임없이 거래된다면 그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식으로 매출이 끊임없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대중화하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까. 일단 주행 비용을 하나로 묶어 요금을 부과하는 사업이 가능하다. 예컨대 타인이 지분을 소유한 자율주행차에 탑승한 승객은 고속도로 톨게이트비, 전기차 충전비, 주차요금 등을 납부해야 한다. 이때 자동차와 금융망을 연결하면 자동차가 직접 차량 수요·수리비·충전비용 등 정보를 수집해 지급까지 하는 일종의 모바일 지갑(mobile wallet·움직이는 지갑)이 된다. 자동차 제조사의 수익 모델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차 국제 표준기구 설립 논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단 택시기사·택배기사 등 운전직 일자리가 사라지고, 자동차 조립·수리·관리 업종에서 첨단 기술을 이용하지 못하는 인력은 대거 실업자가 될 수 있다. 자동차 대리점에서 일하는 영업사원과 딜러사도 모두 다른 일거리를 찾아봐야 한다.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스튼 스터커 세계경제포럼 경제혁신 전도사는 “미국 정부의 경우 완성차 제조 과정에서 정부가 벌어들였던 세수 2060억달러(약 244조원)가 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다보스에 모인 사람들은 결국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에너지기업 로버트윌리엄환경의 토마스 이노지 수석부사장은 “자율주행차 시대는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혜택도 크다”고 말했다. 다보스에 모인 자동차업계 CEO들은 당장 자율주행차가 안고 있는 실질적인 고민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가령, 이런 문제를 생각해 보자. ‘2020년 광화문대로. A씨는 자율주행차 운전석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 왼쪽에는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오른쪽엔 경차가 달린다. 그런데 앞서 달리던 트럭에서 소파가 굴러 떨어졌다. 전방 장애물을 감지한 자율주행차는 오른쪽 차량 충돌을 ‘선택’했다. 만약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누가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할까.’

이들은 다양한 비공개 세션에서 정보기술(IT)기업, 보험사 관계자와 머리를 맞댔다. 주요 화두는 세 가지였다. 첫째, 차량용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로 발생하는 사고의 책임 소재다. 일반적으로 인공지능 차량은 인간이 조작하는 차보다 안전하다. 키트 대니얼 인포워즈 시사평론가는 다보스포럼에서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 발생률을 9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자율주행 중 사망사고를 낸 테슬라모터스 사건은 관련 업계에 많은 고민을 안겨줬다.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차량에는 안전상 결함이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향후 주율주행차의 사고를 두고 책임 소재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보스포럼은 이에 대한 해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이런 논의를 본격적으로 테이블에 올렸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둘째, 네트워크의 안정성이다. 자동차와 자동차가 서로의 정보를 커뮤니케이션하는 ‘커넥팅카’는 자율주행차의 선행 요건이다. 문제는 디지털 망을 쓰기 때문에 오류·해킹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피아트크라이슬러는 무선 해킹 가능성을 인지하고 150만여 대를 리콜했다. 안전한 네트워크는 자동차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제작사의 공동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필요한 데이터를 명확히 규정하고,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공유하면서 프레임워크에 안전하게 접속하려면 이해당사자가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빅토리아 쉬라지 세계경제포럼 프로젝트 리더는 “투명한 정보 공유는 안전 표준과 리스크 감소 기술 개발의 선행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셋째, 국제적으로 공인된 표준 기구 창설이다. 개별 기업이나 업종이 아닌, 다보스포럼이 자율주행차 논의를 주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컨대 차량공유 서비스 규제는 같은 국가에서도 일관성이 부족하다. 캐나다 토론토주는 차량공유를 인정하지만, 벤쿠버주에선 불법이다. 공유차를 타고 토론토주에서 벤쿠버주로 이동하면 졸지에 범법자가 된다. 다보스포럼에 모인 다수의 자동차 기업 관계자들은 정책 입안자들이 규제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요구했다. 자율주행차 세션에 이례적으로 카타리나 엘름새터 스배르드 스웨덴혁신청장이나 베 스완 진 싱가포르경제개발청장 등이 참여한 배경이다.

자율주행차 사고 시 보험금 지급 규정도 원칙을 세워야 한다. 자율주행 렌터카의 대여 기준, 자율주행 운전자의 면허기준, 신원조회, 보험요건 등 수많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비올레타 불크 유럽연합(EU) 교통분과 위원은 “세계적으로 통일된 인증 기구를 세우고 보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전제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다보스포럼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IT·보험사·정부 관계자와 함께 자율주행차 표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다음달 중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처도 마련한다. 샌프란시스코는 전 세계에서 자율주행차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지역이다. 빅토리아 쉬라지 리더는 “(다보스포럼은) 자율주행차 보험 시대의 서막을 여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372호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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