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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국세청(National Tax Service)도 서비스기관이라는데…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저승사자보다 무섭다는 세무조사 … 기업 길들이기 의혹에 빛바랜 납세자권리헌장

국세청의 영어 명칭은 ‘National Tax Service(NTS)’다. 관청 이름에 서비스가 들어가는 것은 ‘고객’인 국민과 납세자의 입장에서 일하겠다는 선한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국세청 세무조사는 저승사자만큼이나 무서운 존재다. 기업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떠는 것도 서슬 퍼런 세무조사 칼날이 두려워서다. 대통령이 파면된 초유의 사태를 부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총수 석방·사면이나 경영권 승계 등 기업별로 아킬레스건이 있었지만 그런 약점이 없었어도 감히 살아있는 권력에 맞설 기업은 드물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세무조사는 수시로 이뤄졌다. 국세청은 KT&G·CJ E&M·효성·다음카카오·대우조선해양·부영 등 예전 정부와 가까웠거나 현 정부에 비협조적인 기업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외 명분은 복지재원 마련과 재정 확충이었지만 속내가 다른 경우도 있었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범법 행위가 있다면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정권 입맛에 맞지 않다고 정치적 목적으로 세무조사의 칼을 휘둘러선 곤란하다. 국가개혁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차기 정부가 진지하게 검토할 문제다.


▎지난해 4월 임환수 국세청장이 정부세종2청사 조세박물관에서 열린 국세청 개청 50주년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2013년 2월 서울 소공동 롯데쇼핑 본사에 국세청 조사관들이 들이닥쳤다. 국세청은 롯데 총수 일가의 부당 내부거래와 국외 자금 유출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나섰다. 세무조사의 칼자루를 쥔 팀은 국세청 기획조사의 핵심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대검찰청의 옛 중앙수사부 같은 조직이다. 국세청은 조사 인력만 150여 명을 투입하며 롯데쇼핑을 샅샅이 뒤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사 기간만 17개월에 달했다. 결과는 별 게 없었다. 롯데시네마가 매점사업권을 이용해 세금을 일부 탈루했고, 롯데상사·대홍기획 등 일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를 밝혔을 뿐이다. 국세청은 이듬해 약 6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조사를 마무리했다. 장기 세무조사에 시달린 롯데쇼핑은 신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 등 업무 차질에 시달렸다.

세무조사는 법으로 보장된 국세청 고유의 업무이며 올바른 세정 확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다. ‘국세기본법 81조2’는 세무공무원이 질문검사권을 행사해 과세요건 사실을 조사·확인하고 과세에 필요한 직·간접 자료를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마따나 민주·법치의 국가 시스템을 작동시키려면 국민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세금을 내야 한다. 세무 당국 역시 국가 시스템을 바로 유지하기 위해 납세자가 올바로 세금을 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 세무집행이 원칙에 맞게 이뤄져야 납세자들의 자발적 세금납부를 이끌 수도 있다.

정치적 목적에 세무조사 활용하기도


현실에선 좀 다르다. 권력자의 정치적 목적 달성 등 왜곡된 의도에서 세무조사가 벌어진다는 의혹에서 아직도 자유롭지가 않다. 대검 중수부처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정치자금 문제로 전두환 대통령에게 밉보인 명성그룹과 국제그룹은 세무조사 한 방에 공중분해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후원한 태광실업은 이명박 정부 내내 시달렸다. 2015년 다음카카오는 국가정보원의 고객정보 제공 요구를 거절했다가 사정당국의 맹공을 받았다.

국세청이 국정원·검찰·경찰과 더불어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이유는 자유로운 조사활동과 책임의 부재를 보장한 국세기본법에 있다. 세무조사는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남용해선 곤란하다. 이 때문에 국세기본법 81조4도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세무조사에 나서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납세자의 조세탈루 혐의 인정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2개 이상의 과세기간에 잘못이 있는 경우에는 조사권 발동을 허락하고 있다. 해당 사유의 적용 여부는 세무당국의 판단에 맡긴다. 납세자의 신고 내용이 의심스럽다고 판단되면 세무당국이 자의적으로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검찰의 수사권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셈이다. 정치 권력으로서는 국세청을 십분 이용할 유혹을 느끼기 쉽다.

권한 막강한데 책임지는 일 드물어


▎박근혜 정부는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무리한 세무조사를 벌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 사진:중앙포토
세무당국은 권한은 막강한데 책임은 별로 지지 않는다. 무리한 세무조사로 사업체가 부도를 맞아도 담당자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일은 극히 드물다. 2011년 세무조사 결정이 납세자의 권리와 의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판례는 있다. 그러나 세무조사는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세무 공무원의 법적 의무이기 때문에 세무조사 발동 요건만 어기지 않으면 특별한 벌칙 조항은 없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이 자체 감사를 통해 세금을 과소·과다 부과한 사례는 2009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총 9854건이었다. 그러나 1만8197명의 관련자 중 7445명은 경고, 1만633명은 주의조치 등 경징계로 끝났다. 그나마 중징계라는 견책을 받은 사람은 119명에 불과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부분 단순한 실수로 발생한 경우며,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해임 등 큰 징계를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세무조사로 피해를 입은 납세자가 소송을 제기해도 손실의 직접적인 원인이 세무조사였음을 입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일반사업자라면 보복이 두려워 국세청과 소송을 벌이는 것도 꺼린다.

이른바 ‘탄력적 세정’이라고 불리는 세정의 한 행태도 문제다. 세무당국의 징세 노력에 따라 세수 실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력 세수'라고 불리기도 한다. 박근혜 정부도 135개에 달하는 복지정책에 쓸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기업과 대표자는 물론 가족을 대상으로 중첩 세무조사를 벌이는 한편 2~3년 만에 갑작스럽게 세무조사를 벌였다.

실제 지난해 정부의 국세수입은 242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4조7000억원 늘었다. 특히 애초 계획보다 9조 8000억원이나 더 걷었다. 지난해 세법은 바뀌지 않았으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에 불과했다. 세수 증가 요인은 별로 없었다. 그만큼 국세청이 강도 높은 세무행정에 나섰다는 뜻이다. 국세청은 이런 분석을 인정하지 않는다. 국세청은 전자세금계산서 사용 확산 등 전산화·시스템화와 담뱃값 인상 등으로 세수가 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2015년 세수는 담뱃값 인상분(약 4조원)을 포함해 총 12조4000억원이나 늘었고, 지난 한 해에만 세수는 전년보다도 11.3% 급증했다. 단지 세수 증가를 시스템 개선과 담뱃값 인상만으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올 1월 세금도 지난해 1월보다 3조8000억원 더 걷히는 등 ‘세수 풍년’이 이어지고 있다.

세무조사 등 국세청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세무행정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납세자들의 징세 협력 의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걸리면 운이 없는 것이고, 안 걸리면 그만이라거나 걸려도 인맥 등을 동원해 막을 수 있다’는 심리가 발동할 수 있다. 기업들이 국세청 고위 관료 출신을 기업의 고문 등으로 영입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실제 롯데쇼핑의 경우 600여 억원의 적지 않은 추징금 규모에도 국세청은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탈세 관련 문제는 국세청이 전속고발권을 쥐고 있어 국세청이 고발하지 않으면 사법처리를 할 수 없다.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롯데쇼핑의 회계부정과 사기 혐의 가능성이 커보였지만 국세청 ‘조세범칙조사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세무사찰로 전환하지 않고 조사를 종결했다”며 “롯데그룹 내부에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 여럿 있어서인지 결과적으로 국세청은 흐지부지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조세탈루 혐의의 고발 여부는 각 지방국세청에 설치된 심의위가 결정하는데, 위원회 구성을 해당 지방국세청장이 임명한다. 심의위원들의 명단과 경력도 비공개 처리된다. 지방국세청장이 모든 실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과 국세청 퇴직 간부, 심의위 간 짬짜미가 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이유다.

‘깜깜이’ 세무행정으로 이어지는 비밀주의


국세청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납세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사후검증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법인세 신고 시기에 지출 증빙이 없는 경비나 법인의 신용카드 사용액, 특수관계인 허위 인건비 계상, 상품권 과다 구입 후 부적절한 사용, 중소기업특별세액 부당 감면 등의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조치다. 그러나 이런 사후검증 제도는 사실상 제2의 세무조사 성격이 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사후검증을 통한 추징세액은 2011~12년 5000억~6000억원 수준에 머물다 2013년 1조5657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2015년 선정 건수가 3만 3735건으로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는데, 건당 추징세액은 오히려 2947만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국세청이 전방위로 사후검증을 벌이기보다는 일부 기업을 표적 삼아 검증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창식 택스테크 대표 세무사는 “사후검증 선정 건수는 감소한 데 비해 건당 추징세액이 증가한 것은 사후검증이 제2의 세무조사 아니냐는 논란을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로 부실 과세 역시 늘어나고 있다. 납세자들이 제기한 불복청구가 인용돼 환급된 세액은 지난해 2조4989억원으로 전년(1조1238억원) 대비 81% 늘었다. 건수도 583건에서 4991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세청의 폐쇄적인 문화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세청은 납세자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국세기본법의 원칙에 따라 상습 체납자 등 일부 정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납세정보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다. 국세청은 비공개 원칙을 논거로 내세워 가계·기업의 세목별 납세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등 세무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세무 통계는 조세제도 등 국가의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 최근 논쟁이 한창인 법인세 실효세율 역시 국세청이 기업들의 법인세 실납부액을 공개한다면 쉽게 산출할 수 있는 통계다. 더욱이 이런 비밀주의 때문에 국세청이 세금을 과도하게 부과하거나 환급금을 과다지급 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켜도 적발이 어렵다. 특정 기업에 지급해야 할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엉뚱한 기업에 주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지만 국세청은 비밀주의를 내세워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할당량 부과해 고과에 반영하는 건 문제

예측 불가능한 세무행정과 행정중심사고 역시 경제에는 큰 부담이다. 매월·매분기 비슷한 세금을 내던 사업자로서는 갑작스런 세금 증가와 조사부담에 재무·경영상 어려움에 빠지기 쉽다. 세무조사의 빈도를 고무줄처럼 늘리면 세정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 기업에 부담을 주는 한편 세금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 세무공무원들은 세금을 추가로 거둬야 할 일종의 할당량을 부과받으면 전체 경제적 상황이나 사업자 개개인의 사정은 염두에 두지 않고 기계적으로 세수 확보에만 열을 올리게 된다. 세무조사 과정에서도 세금을 부과할지 말지 판단하기 어려운 소득이 있을 경우 일단 추징하고 본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국세청은 이런 실적을 토대로 상벌을 정하기 때문에 공무원들도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창식 세무사는 “공무원들이 세무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추징할 세액을 미리 정해놓는 경우도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도 오래된 소득까지 캐물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국세청은 1997년 납세자권리헌장을 만들었다. 납세자의 권익을 법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귀하는 기장·신고 등 납세 협력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거나 구체적인 조세탈루 혐의 등이 없는 한 성실한 납세자이며 귀하가 제출한 세무자료는 진실한 것로 추정됩니다.” 납세자권리헌장의 맨 처음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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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6호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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