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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회의, 회의 또 회의 … 조직 성과 해치는 괴물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직원 능력 찾아내는 게 리더의 의무... 회의는 정보가 교류되고 결론이 있어야

▎사진:중앙포토
얼마 전에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쉬는 시간에 어떤 CEO가 푸념을 했다. “우리 회사는 쓸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 없어요.” 이 말을 잠자코 듣던 다른 CEO가 말했다. “사장님, 그거 큰 일 날 소립니다. 만약 사장님 직원들이 그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이분의 말은 이랬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직원들의 스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집단 전체로 보면 대기업 직원이 중소기업 직원보다 역량이 뛰어날 거다.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현실을 한탄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리더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리더가 직원의 역량을 의심하기만 한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거다. 리더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직원들의 역량을 찾아내야 한다. 직원의 능력을 찾아내는 게 리더의 의무다.”

이게 단지 중소기업만의 문제이겠는가. 습관적으로 직원들의 능력을 의심하는 상사가 있는가 하면, 직원들의 능력을 찾아내기 위해서 온갖 정성을 다 쏟는 사람도 있다.

실적 낮은 직원 이끌어 성과 내는 팀장

D기업의 이야기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영업부 팀장 한 명을 외부에서 영입하고 팀을 두 개로 분리했다. 그 과정에서 실적이 좋은 사람들을 새로 영입한 A팀장에게 배정했다. 예전부터 팀을 이끌고 있던 B팀장은 날벼락을 맞았다. 실적이 좋은 직원들을 모두 A팀장에게 인계하고 자신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낮은 직원들로 팀을 꾸려야 했기 때문이다. B팀장은 해당 임원에게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임원이 말했다. “B팀장, 당신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새로 온 A팀장은 회사의 사정을 잘 모르니, 역량이 뛰어난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해 줍시다. 그러면 A팀장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테고, B팀장은 원래 잘하니까 실적이 다소 저조한 직원들을 더 잘 육성할 수 있을 테니, 회사 전체로 보면 일거양득 아니겠습니까.”

B팀장은 고민에 빠졌다. 팀원의 강점을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몇 가지 질문을 만들어서 팀원들과 개별 면담을 했다. ‘지금까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성과를 잘 냈던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가’ ‘팀장에게 무엇을 어필하고 싶은가’ ‘더 잘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팀장이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는가’ ‘팀장이 무엇을 하지 않으면 좋겠는가’….

B팀장은 정성을 다해 면담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던 팀원들 개개인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팀원들이 스스로 동기부여되는 덤까지 얻었다. 정확하게 3개월이 지나면서 B팀장은 A팀장의 실적을 능가했다. A팀장은 실적이 역전되자 뒷담화를 하고 다녔다. ‘자신은 인복이 없다. 자기는 사람 보는 눈이 없다. 내 눈을 내가 찔렀다.’ A팀장의 이런 뒷담화는 돌고 돌아 팀원들뿐만 아니라 임원에게도 전해졌고 A팀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뒀다.

직원들의 역량을 모아서 성과를 내는 게 리더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그러므로 직원들의 역량을 찾아내는 능력이 곧 리더의 능력이다.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조직성과를 저해하는 게 있다. 시도 때도 없는 회의다. 하루 일과의 40% 정도를 회의에 시간을 뺏기고 있는 직원들은 “회의만 없어도 직장생활할 만하다”고 말할 정도다. 회의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30분 이내에 회의를 끝마치라거나, 서서 회의를 하라는 둥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회의는 왜 하는 거며, 회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정보를 공유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등 회의는 반드시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왜 직원들은 회의를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로 생각하는 걸까. 왜 회의를 싫어하는지 물었다. ‘회의가 일방적이다’ ‘자기 말만 하고 끝낸다’ ‘회의가 아니라 혼내는 자리다’ ‘회의의 결론이 없어 시간이 아깝다’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떤 회의가 좋았는지 물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상호 정보가 교류되며, 도움이 되고 결론이 있는 회의’라고 대답했다. 성과를 내는 회의가 될 것인지, 직원들의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 회의가 될 것인지는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회의만 없어도 직장생활 할 만하다”

S기업의 C임원은 주간 회의, 월간 회의 등 시간을 정해놓고 전체가 모여서 하는 회의는 하지 않는다. 이슈가 있을 때 당사자들끼리만 모여서 회의를 한다. 회의 전에 반드시 회의 주제를 공지한다. 회의에서는 참석자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 서로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확인하고 실행계획에 합의한다. 결론을 분명하게 낸다.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며, 회의는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한다.

C임원의 말이다. “리더는 직원들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무턱대고 회의를 소집하면 안 된다. 회의를 했으면 반드시 결론을 내야 한다. 회의가 곧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C임원의 생각은 코칭의 목적과 정확하게 부합한다. 대화를 통해 목표를 확인하고, 현실을 점검한 후 여러 가지 방법을 탐색하고, 실행계획을 만들어 실천하게 하는 것이 코칭이다. 국제코치연맹에서 규정하는 코치의 의무를 보자. ‘고객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찾아내고, 명확하게 하고 정렬시키는 것. 고객이 자신을 발견하도록 격려하는 것. 고객이 해결책과 전략을 찾도록 이끌어내는 것. 고객으로 하여금 책임지고 해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C임원이 말하는 회의를 주관하는 리더의 의무와 일치한다. ‘회의를 통해 조직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찾아내고, 명확하게 하고 정렬시키는 것. 회의를 통해 직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발견하도록 격려하는 것. 직원들이 해결책과 전략을 찾도록 이끌어내는 것. 직원들로 하여금 책임지고 해내도록 하는 것’이다. 회의가 곧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리더의 의무이며, 회의를 현실로 만드는 것이 회의의 목적이란 것이다.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중요한지는 알겠는데, 현실적으론 잘 안 된다. 교육을 받을 땐 이해가 가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금방 까먹는다. 교육이 과연 효과가 있는가.” 항상성(恒常性)의 법칙을 생각해보자.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항상성의 법칙이다. 관성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하던 대로 하면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어디에 에너지를 많이 투입하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계산하고, 한 달에 20일 일한다면 160시간이다. 일 년이면 1920시간이다. 교육은 일 년에 몇 시간 받는가. 20시간에서 많으면 60시간 이내일 것이다. 에너지를 1920시간 동안 에너지를 투입한 것과 60시간 에너지를 투입한 것, 어떤 결과가 있겠는가. 교육이 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 에너지 투입의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법칙이다.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1376호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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