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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의 바둑경영] 중국의 사드 보복 일방가(一方家)의 함정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지나친 대(對)중국 의존도가 문제... 거대한 영토 하나보다 작은 영토 여럿이 효율적

▎‘제주 속 작은 중국’으로 불리는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거리.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전면 중단 지시 이후 한산해졌다. / 사진:중앙포토
‘제주 속 작은 중국’으로 불리는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거리.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전면 중단 지시 이후 한산해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문제로 인한 불똥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을 제한하면서 중국인 관광이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 내의 한국기업이나 한국인의 활동도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중국과 관련된 비즈니스나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다.

이 문제는 생각지 않은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이번 사태는 우리의 지정학적 취약점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의 영향력에서 한국이 자유롭지 못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군사적인 문제가 경제를 좌우할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됐다. 즉 한국의 경제는 군사나 외교 문제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 중국의 보복 조치를 보면서 중요한 점을 깨닫게 됐다. 중국과의 경제 교류에는 상당히 큰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북한 지역에 열었던 개성공단에 존재한 위험성과 비슷한 것을 이번에 실감하게 됐다. 한국은 사드 문제에서 중국측의 태도에 의아함을 느낀다.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것이다. 중국이 그것을 꺼린다면 북한을 견제하면 되지 않느냐는 논리가 성립된다. 북한이 미사일 개발을 안 하면 사드를 설치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북한을 견제할 키를 중국이 갖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렇다면 원인은 북한인데, 그 쪽을 처방하지 않고 남한에 보복을 하니 납득이 잘 안 간다. 이런 점 때문에 혹시 사드 외의 다른 문제가 개입된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사드를 빌미로 중국에 부는 한류 열풍을 차단 하려는 것이 아닐까. 지나친 생각인지 모르지만 이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우리 내부로 눈을 돌리면 사드 보복과 관련해서 한국의 외교전략, 내부갈등 등 여러 가지 이슈가 있다. 그런데 누구나 공감하는 중요한 점이 있다. 중국의 이런 반응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보복 조치를 취한다고 지금처럼 속수무책이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일방가는 보기보다 작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중국에의 지나친 대외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 일방적으로 무역을 많이 할 경우 경제 보복 조치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과 관련된 내용이 바둑에도 있다. ‘일방가(一方家)’라는 개념이다. 한 쪽에 치우쳐 있는 커다란 집을 일방가라고 한다.

[1도]를 보자. 흑이 오른쪽 일대에 거대한 영토를 구축했다. 중국 대륙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광대한 영토다. 대충 세어 봐도 이 흑집은 70집쯤 된다. 이렇게 거의 하나로 된 영토를 ‘일방가’라고 한다. 이런 일방가는 엄청나게 커서 일당백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계산해 보면 여러 군데에 조금씩 집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흑의 커다란 일방가와 비교해 백은 상변과 좌하 그리고 우하귀를 차지하고 있다. 흑집보다 왜소해 보이지만 이렇게 여러 군데를 차지한 것이 더 짭짤하다. 아마도 이 바둑은 서로 집짓기로 나가면 흑이 불리할 것이다.

[2도]는 앞 그림과 비슷한 바둑에서 흑이 일방가를 짓지 않고 좌변과 하변 등지로 시장을 개척한 모습이다. 흑이 여전히 우변에 큰 집이 있지만 그 외에 다른 곳에도 집이 있다. 이처럼 여러 군데에 시장을 갖고 있는 편이 실질적으로 이익이 크다. 그래서 바둑에서는 “일방가는 보기보다 작다”고 한다. 가능하다면 일방가를 짓지 말라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기사들은 일방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일방가는 겉보기에는 커 보여도 그리 크지 않으며, 만일 깨어지는 사태라도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다. 일방가를 짓다 보면 다른 시장을 놓치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수출 다변화, 분산 투자가 중요한 이유

바둑에서 일방가를 만들지 말라는 교훈은 글로벌 시장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다. 중국 시장이 크긴 하다. 그리고 인접한 나라인 거대 중국을 등한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 위주의 일방가 전략을 써서는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의 사드 보복과 같은 상황에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만일 중국에의 대외의존도가 낮다면 중국의 경제적 보복 조치는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이 다른 나라의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되기 때문이다. 인도, 베트남 등 동남아에도 시장은 많다.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로 시장을 분산시켜 놓으면 일방가로 인한 위험도는 낮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중국시장이 워낙 인구가 많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가장 매력도가 높다. 중국 관광객의 큰 씀씀이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면에만 초점을 두어 중국 일방가 마케팅을 편다면 중국에의 대외의존성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중국 관광객이 빠져 나간 제주도처럼 냉기류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얼핏 보기엔 작아 보이지만 짤짤한 시장을 개척해 놔야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사업에서도 일방가 전략은 리스크가 크다. 한 가지 아이템에만 올인할 경우 고객이 등을 돌리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몇 가지 아이템을 늘려놓는 것이 좋다. 이것을 ‘다각화 전략’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기업이라면 다각화 전략을 생각할 것이다. 현재의 사업이 잘 나간다고 해도 어느 시점에 변화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무역에 있어서도 다른 시장을 많이 개척해 두는 다각화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 그런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을 짭짤하다면 중국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주식투자도 아이템과 시기를 분산하여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주식투자의 패턴을 수집하여 컴퓨터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한 종목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한다. 물론 사업 초기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하나의 사업을 시작해 아직 자리잡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것저것 건들면 노력의 낭비가 된다.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도 형성되기 힘들다. 다각화는 어느 정도 사업이 안정된 상태에서 수익의 다변화를 꾀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계기로 우리가 대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일방가 전략보다는 다변화 전략이 바람직하며, 한국에의 의존도를 높여 인해전술 전법에 대비하는 것이 경제적인 면에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개인사업에서도 가능하다면 일방가를 피해 다각화를 시도하는 전략을 생각해 보자.

정수현 - 1973년 프로기사에 입단한 후 1997년 프로 9단에 올랐다. 제 1기 프로신왕전에서 우승했다. 한국프로기사회장, KBS 일요바둑·바둑왕전의 해설자를 역임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둑 읽는 CEO』 『반상의 파노라마』 『 인생과 바둑』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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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7호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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