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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석의 의예동률(醫藝同律)] 최고의 건강법은 마음을 편히 하는 것 

 

윤영석 한의학 박사.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
동의보감이 전하는 양생법(養生法) … 헛된 생각·불평불만·비교, 건강에 가장 나빠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병을 고치고자 하면, 마음을 먼저 다스려야 하며, 반드시 마음을 바르게 해야, 도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사진:중앙포토
예진 아씨, 유의태, 유도지, 양예수, 임오근…. 오래전 TV에서 들어보았던 낯익은 이름들입니다.

2000년으로 넘어가는 그해에 ‘허준’이라는 드라마가 제작되었습니다. 동의보감을 집필한 어의 허준(許浚)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우리나라의 역대 사극 중 최고인 63.7%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는 허준이라는 인물을 통해 한의학을 재조명하고 동의보감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허준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습니다. 그는 과거를 본 사실이 없습니다. 내의원 과거에 수석으로 합격했다고 알려졌으나 사실은 어의로 스카우트 된 겁니다. 그의 스승도 유의태가 아닙니다. 유의태는 드라마 전개를 위한 가상 인물입니다. 그는 전염병치료에 공을 세워 내의원에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전염병 치료는 어의가 된 다음의 일이었습니다.

경쟁관계인 양예수가 허준의 실제 스승

드라마에서 경쟁관계로 그려진 수의(獸醫) 양예수가 실제로는 허준의 스승이었습니다. 그리고 병을 알기 위해 스승인 유의태를 해부했다는 장면 역시 허구입니다. 당시 한의학의 개념과는 맞지도 않습니다. 한의학은 장부의 기능을 우선시하는 형이상학적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또 있습니다. 허준의 출생지는 경남 산청이지 서울시 양천구가 아닙니다. 어린 시절 산청에서 잠시 살았고 양천 허씨라서 그리 알려진 듯합니다.

허준은 1546년 무관의 서자로 파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내의원의 의관이 된 이후 임진왜란으로 선조 임금이 의주로 피난을 가게 되자 끝까지 동행하며 건강을 돌봐 드립니다. 환궁할 즈음 조선 땅에는 굶주림과 질병이 만연하고 의서도 난리 중에 불타 변변히 남아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러자 선조는 남아있는 모든 의서를 정리해서 제대로 된 한의서를 편찬하라고 지시합니다. 1596년의 일입니다.

허준 주도하에 정작, 양예수 등 여러 학자가 힘을 모아 중국의서를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의서를 편찬하던 1608년 선조 임금이 갑자기 승하하자 건강을 책임졌던 허준은 파직되어 귀양을 가게 됩니다. 2년간을 귀양지에서 유배생활하면서 허준은 동의보감의 집필에 전념합니다. 1610년 광해군 2년에 허준의 유배가 풀리게 되고 14년간의 연구와 노력 끝에 드디어 동의보감이 완성됩니다. 이상은 허준을 심층 연구한 대학 연구논문에 나타난 사실입니다.

춘원당 한방박물관 소장 동의보감에는 ‘세갑술중동(歲甲戌仲冬) 내의원교정(內醫院校正) 영영개간(嶺營改刊)’이라는 글이 적혀있습니다. 순조 14년 갑술년(1814년)에 내의원 교정본을 경상남도 감영에서 다시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총 25권의 책으로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병과 몸의 구조를 말한 내경(內景), 몸 외부에서 병의 원인이 침입하여 생긴 병을 말한 외형(外形), 한의서에 있는 모든 질병과 처방을 언급한 잡병(雜病), 우리나라 약재를 중심으로 많이 쓰는 한약재를 설명한 탕액(湯液), 침과 뜸에 대해 말한 침구(鍼灸)편으로 구분됩니다.

조선시대의 양반은 글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두루 통달해야 제대로 선비 대접을 받았습니다. 의료시설이 변변히 없었던 당시에는 한의학을 공부해 두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그래야 집안의 건강을 지키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스스로 치료법을 터득해야 했기에 의서, 한약장, 침통은 선비의 필수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해가 쉽고 내용이 정확하며 정리가 잘 된 의서가 변변치 않았기에 선조임금께서 새로운 의서의 편찬을 명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의서를 통해 백성의 신임을 받고자 하는 왕권 강화의 목적, 질병을 치유해 인구 수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 우리나라 약재를 많이 쓰게 하려는 전략적인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그러기에 동의보감은 95% 이상이 중국의서를 인용해 만들어졌지만 기존 의서의 틀에서 벗어나 치료법을 정기신(精氣神)이라는 관점에서 쉽고 창의적으로 설명하고, 약재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나는 향약(鄕藥)으로 제시했습니다. 한약재나 질병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음식을 소개할 때에도 동의보감을 자주 언급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봄에 햇볕을 많이 쬐야

동의보감에는 양생(養生)에 대해 많이 언급돼 있습니다. 필자는 동의보감에서 제시하고 있는 양생법을 크게 세 가지로 봅니다. 첫째, 자연에 순응해야 합니다. 계절을 거스르면 자꾸만 병이 생깁니다. 봄은 양기(陽氣)가 생겨나고 여름은 번성하는 철입니다. 이때 최대한 양기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양기는 햇볕입니다. 그래서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는 늦게 자는 것이 좋습니다. 가을에는 음기(陰氣)를 피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고 겨울에는 양기가 퍼지기를 기다려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이 자연에 순응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할 일입니다.

봄에 햇빛을 많이 못 보아 양기가 부족하면 여름에 팔다리에 힘이 없고 식은땀을 많이 흘리게 됩니다. 여름은 덥게 지내고 땀을 적당히 흘려야 하는데 너무 서늘하게 지내면 가을이 되어 으슬으슬 춥고 무기력해지는 냉방병 후유증으로 고생하게 됩니다. 가을에 과식하거나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지 못 하면 겨울이 되어 설사 등 소화기 질환이나 감기에 자주 걸리게 됩니다. 겨울에 난방을 너무 많이 해서 덥게 지내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봄에 춘곤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둘째로, 동의보감에서 가장 중요시한 정(精), 기(氣), 신(神)을 배양하고 보존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정(精)은 부모로부터 받은 선천적인 것과 음식 등에서 얻는 후천적인 것이 있는데, 이를 잘 모아 몸의 기능과 에너지를 조절하는 기(氣)를 잘 살려야 합니다. 그래야 기의 작용을 통해 일어나는 정신력과 생명력의 원천인 신(神)을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적당히 하고 함부로 몸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절제를 잘하는 사람만이 건강하게 장수를 누릴 수 있습니다.

셋째로는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겁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욕치기질(欲治其疾) 선치기심(先治其心) 필정기심(必正其心) 내자어도(乃資於道)’가 건강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는 ‘병을 고치고자 하면, 마음을 먼저 다스려야 하며, 반드시 마음을 바르게 해야, 도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헛된 생각이나 불평불만, 비교하는 마음은 건강에 가장 안 좋은 요인인 것 같습니다. 동의보감에 나타나는 양생법의 최고는 마음을 비우고 편안해지는 것, 바로 이것입니다.

윤영석 -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한의학 박사.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면서 7대째 가업을 계승해 춘원당한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의학 관련 유물 4500여점을 모아 춘원당한방박물관도 세웠다. 저서로는 [갑상선 질환, 이렇게 고친다] [축농증·비염이 골치라고요?] 등이 있다.

1376호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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