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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후기가 시장을 움직인다] 전문가 입김보다 쎈 ‘유저스 코멘트’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화장품·가전에서 병원·학원 등으로 확대 …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선 전문 리뷰어 맹활약

# 회사원 김유정씨는 요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사용한 화장품에 대한 후기를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올리는 일이다. 김씨는 “내가 소개한 제품에 공감을 표하는 사람들을 보며 만족을 느낀다”며 “다른 이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맛에 재미가 들렸다”고 말했다. 그가 주로 글을 올리는 곳은 화장품·미용 분야 소비자 후기 애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하는 글로우픽이다. 등장한 지 1년 6개월 만에 다운로드 100만 건을 넘긴 앱이다. 이곳엔 현재 소비자 후기 143만 개가 있다. 화장품 분야에선 국내 최대 규모다. 공준식 글로우픽 대표는 “평범한 소비자들이 남긴 구매 후기를 사회적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며 “솔직한 후기를 통해 가치 있는 소비생활을 돕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지난해 티켓몬스터의 소셜커머스 티몬은 25~44세 여성 1500명을 상대로 설문을 진행했다. 화장품을 구입할 때 소비자들이 먼저 고려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묻는 조사였다. 1등은 제품의 효능 및 효과로 나타났다. 40%가 답했다. 2등이 사용 후기(18%)였다. 전통적으로 뷰티 업계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온 브랜드와 광고와 모델은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영향력은 5%, TV광고와 모델 등의 영향력은 0.6%에 불과했다. 티몬 관계자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실속형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스마트 소비자가 늘며 ‘후기’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 한국 소비자 절반 이상이 자신이 사용한 제품이나 서비스 이용 경험을 주변과 공유한다는 설문 조사도 나왔다. DMC미디어가 조사한 ‘2016 업종별 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의 51.5%가 ‘자신의 소비경험을 공유한다’고 응답했다. 오프라인 공유(20.7%)보다는 온라인에서 공유한다는 응답(72.2%)이 많았다. 공유 방법은 온라인 쇼핑몰 후기 작성(15.6%), 컴퓨터 메신저 공유(11.7%), SNS 공유(11.3%), 블로그 게시판 후기 작성(9.1%), 기업과 브랜드 웹사이트 리뷰 (6.2%)의 순서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후기에 의지하는 이유로는 넘치는 정보가 꼽힌다. 제품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광고·마케팅이 홍수다. 제품에 대한 장점만 강조하다 보니 실제 구매한 상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이를 경험한 사람들이 스마트 컨슈머로 변화했다. 난립하는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직접 나서서 자신에게 유용한 정보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들은 단순 광고나 관련 기사에 의존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직접 사용한 후 올린 제품 후기를 꼼꼼히 읽으며 소비를 결정한다.

스마트 컨슈머의 등장

산업 곳곳에선 이미 후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자리 잡은 기업이 나오고 있다. 주변 맛집을 찾아주는 앱으로 ‘망고플레이트’가 있다. 업계 1위 앱인데, 맛집을 평가한 사용자 후기만 200만 건이 넘는다. 위치 기반 서비스가 접목돼 있어 ‘내 주변’ 맛집이 검색되는데, 누적된 리뷰와 평점을 확인할 수 있다. 누적된 리뷰·평점은 빅데이터화 되어, 필터 서비스를 이용하면 개인의 성향과 구미에 맞는 맛집 정보를 추려져 보여준다. ‘똑딱’은 병원 정보와 건강 정보를 알려주는 앱이다. 오래 기다린 다음 짧게 의사를 만나는 과정에서 불편을 느낀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병원의 진료 만족도, 친절도, 시설 만족도를 후기로 자세히 남길 수 있다. 지역 정보와 병의 증상을 입력하면 맞춤 병원을 찾아준다. 똑딱은 전국 6만4000개의 병원을 데이터 베이스화했다. 후기는 9만 건, 앱 누적 다운로드는 200만 건을 넘겼다. 일부 병원의 항의가 있지만 ‘환자가 먼저’라며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병원 예약과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추가했다.

후기를 통해 나에게 필요한 사람을 소개 받는 서비스도 나왔다. ‘숨어있는 고수’를 찾아 준다는 ‘숨고’다. 영어나 수학, 또는 피아노 같은 공부 선생님을 소개받는 서비스다. 특정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은 사이트에서 선생님을 추천받는다. 여기서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각 선생님에 대한 후기다. 강사의 실력을 후기가 말해주는 셈이다. 이를 위해 숨고에서는 강사와 만나는 학생에게 리뷰를 요청한다. 숨고를 통해 학생을 만나기 원하는 강사는 이전에 가르쳤던 학생에게 부탁해서 후기를 올리기도 한다. 강지호 숨고 이사는 “요즘 학생들은 마음에 안 들면 가차 없다”며 “이를 알기에 강사들도 더욱 성의있게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기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이를 관리하는데에도 적극적이다. 한국 소비자 사이에서 구매·사용 후기 등을 확인하는 성향이 강해지자 이를 이용하는 사례도 늘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의 사용 후기로 가장한 광고성 글을 작성한 기업들에 과징금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제품 판매에 불리한 후기 글을 숨기는 부당영업을 한 화장품 브랜드인 네이처리퍼블릭·더페이스샵·미즈온·아모레퍼시픽·이니스프리를 적발하기도 했다. 강 이사는 광고성이나 악의적인 후기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전체 후기의 양’을 들었다. “일부 허위 내용은 있을 수 있지만 후기 수가 1000개를 넘긴 상태에서 평점 5점 만점에 3.8정도 된다면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품에 대한 평가가 주관적일 수 있지만, 일정 수치를 넘긴 반응은 객관성을 보여줄 수 있기에 우리도 최대한 많은 후기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기 관리로 성장한 아마존

후기를 활용한 사업모델은 해외에서 먼저 발전했다. 여행 지역의 정보와 주변 맛집, 즐길거리를 직접 이용한 소비자들이 남긴 ‘트립 어드바이저’, 전 세계인들이 맛집을 평가한 후기를 모아 보여주는 ‘옐프’가 좋은 에다. 미국 최대 유통 기업 아마존도 후기를 적극 활용하며 성장한 업체다. 현재 미국에서 제품 정보 관련 검색은 구굴보다 아마존이 더 많을 정도로 아마존은 제품 후기 관리에 공을 들여왔다. 아마존의 독특한 방식 중 하나로 ‘탑 리뷰어’가 있다. 후기를 전문적으로 작성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탁월한 제품 분석으로 신뢰를 높여왔지만 문제도 있었다. 업체에서 향응을 제공받은 전문가들이 한쪽으로 치우친 후기를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2016년 10월 아마존은 정책에 변화를 줬다. 리뷰어와 기업이 직접 연락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아마존이 개입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제품을 제공할 때 아마존은 미리 정해져 있는 인력풀에게 리뷰를 요청한다. 그가 수락하면 제품을 사용해보고 평가를 아마존에 제공한다. 절차만 하나 더 늘렸을 뿐인데 평가 결과가 나름 공정하다는 것이 아마존의 판단이다. 아마존 관계자는 “후기가 인터넷 판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정확하고 투명한 후기의 중요성을 알기에 더욱 엄격히 관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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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7호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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