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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中 부동산 불패 신화 언젠가는 끝이 난다 

 

김재현 칼럼니스트
주가 2배 오를 때 부동산 7~8배 상승... 중국 정부 방임 속 버블 붕괴 ‘째깍째깍’

▎2016년 10월 중국 광저우시 양지촌의 신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과 친지 1만5000여 명이 모여 ‘만인연(萬人宴)’을 벌이고 있다.
중국 친구 세 명이 오랜만에 만났다. 자산가인 그들은 지난 1년 동안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A는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을 창업했다. 직원 수는 100여 명에 달하지만, 지난해 수익은 약 20만 위안(약 3300만원)에 불과했다. B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선전에 아파트를 샀는데, 가격 상승으로 300만 위안(약 4억9000만원)을 벌었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C는 미국주식에 자산을 투자해서 B와 비슷한 수익을 올렸다. 그런데, 위안화가 약 10% 절하돼 B보다도 많은 330만 위안(약 5억4000만원)을 벌었다. 이 자리에서 주식 투자가 부동산 불패론을 이긴 건 예상치 못 한 트럼프 장세와 위안화 평가 절하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부동산 불패론이 승자다. 힘들게 기업을 해봤자 대도시 아파트 한 채 사놓는 게 훨씬 수익이 낫다. 중국 상장기업 468개사(전체 상장기업 2827사의 16.5%)의 2015년 당기순이익이 1000만 위안(약 16억원) 미만이었다. 1년 동안 기업을 운영해 번 돈이 베이징 도심의 아파트 한 채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본업보다 부동산 투기에 골몰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학군 좋은 지역 부동산 폭등


부동산 급등과 관련한 재밌는 이야기도 많다. 미국으로 이민 가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도 얼마 벌지 못한 상하이 사람 이야기를 해보자. 1994년 상하이 사람이 아파트를 판 20만 위안을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노숙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접시를 닦는 등 갖은 고생을 다하면서 영어를 배웠다. 우범지역인 빈민가에 살았기 때문에 강도도 여러 번 당했다. 온갖 고생을 하면서 100만 달러(약 680만 위안)를 힘들게 모아서 노년은 중국에서 보내려고 귀국했다. 그런데, 살던 곳에 가보니 이전에 살던 아파트 가격이 800만 위안으로 올랐다. 그냥 가족, 친구와 함께 상하이에서 편하게 지냈다면…. 아마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필자의 중국 친구 중 한국의 명문대학 지방캠퍼스에서 교수로 근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40대 초반인 이 친구도 위의 이야기와 똑같은 원망을 한다. 이 친구는 중국 1선 도시인 광저우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박사학위를 따고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도 근무했다. 그런데, 광저우에 가보니 자기보다 훨씬 공부 못하던 친구들이 모두 자산가가 됐다. 별로 한 것도 없다. 학교 졸업하고 직장 다니다가 그냥 남들 따라서 아파트를 샀을 뿐이다. 오히려 이 친구는 유학하느라 광저우에 아파트를 못 사서 상대적으로 가난해 졌다.

최근 베이징에서는 학구방(學區房, 학군이 좋은 주택)이 뜨거운 감자다. 베이징 아파트 가격이 평당 20만 위안(약 3200만원)까지 올랐지만, 이들에 비하면 약과다. 명문 초등학교 부근의 주택 중에서는 가격이 평당 60만 위안(약 1억원)까지 폭등한 곳도 부지기수다. 번듯한 집도 아니고 지은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쪽방 가격이 이렇다. 왜일까?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베이징대, 칭화대에 입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베이징의 명문 고등학교는 대부분 명문 중학교 졸업생이 입학하고 또 명문 중학교는 명문 초등학교의 진학 비중이 크다. 결국 명문 초등학교 주변에 있는 쪽방 가격이 폭등했다.

이렇게 중국판 ‘8학군’인 학구방 가격이 폭등하자, 중국 네티즌들의 반론이 제기됐다. 베이징대를 졸업해도 학구방은 고사하고 베이징 아파트도 사지 못하는데, 베이징대를 가기 위한 학구방 가격이 이렇게 급등할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이다. 부동산 버블 때문에 생긴 역설적인 상황이다. 지금도 학구방은 매물이 없어서 못살 정도로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학구방 가격 급등은 중국인들의 교육열도 원인이지만, 부동산 투기의 역할도 크다. 초등학교 졸업까지 6년만 보유하고 수익을 내고 팔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1000만 위안에 매수해서 1500만 위안에 판다면, 상상만 해도 솔깃하다.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보면 무리도 아니다.

부동산 폭락 두려워하는 중국 정부

중국 부동산 버블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중국 부호 연구로 유명한 후룬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한 10개 도시는 모두 중국 도시였다. 2선 도시 대표주자로 부상한 허페이 부동산 가격이 48% 상승했고 샤먼과 난징은 각각 46%, 42% 상승했다. 1선 도시인 선전(32%), 상하이(31%), 베이징(28%)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중국 부동산 가격 급등은 유동성의 급증과 중국 경제의 높은 부동산 의존도와 관계가 깊다. 먼저 유동성을 살펴보자.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의 광의통화(M2)는 15조8000억 위안에서 155조 위안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상하이 증시는 1645포인트에서 3103포인트로 약 90%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부동산 가격은 지역별로 대략 7~8배 상승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1선 도시 아파트 가격은 10배 넘게 올랐다. 2000년대 들어서 오직 부동산 상승폭만이 유동성 증가 속도를 상회했다. 부동산 투자가 중국인들의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이유다.

자산 가격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소득 규모다. 같은 기간 중국인의 소득 상승 폭을 살펴보자.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도시 지역의 평균 연봉은 2001년 10834위안에서 2015년 62029위안으로 늘었다. 최근 들어서는 연봉이 매년 10%씩 오르고 있다. 2016년 평균 연봉을 약 68000위안으로 가정하면, 지난 15년 동안 중국인들의 연봉은 약 6배 올랐다.

이렇듯,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부동산이 가장 좋은 투자처였다. 주가 상승 폭은 말할 것도 없고 소득 상승폭도 훨씬 초과했다. 이면에는 중국 정부의 부동산 버블에 대한 방임이 숨어 있다. 갈수록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투자는 마지막으로 남은 버팀목이다. 시장이 급격히 과열되면 규제책을 내놓지만, 중국 정부는 시장 폭락을 야기할 수 있는 부동산 규제책은 시행할 수 없다. 성장률 목표 치인 6.5%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끝난 양회에서 중국 국무원은 정부업무보고 중 78개 항목을 수정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부동산의 지나친 급등 억제였다. 지난 10년 동안 끊임없이 중국 부동산 조정을 외치던 목소리가 있었지만, 중국은 부동산 불패신화가 지속돼 왔다. 시장의 비이성적인 과열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부동산 버블이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김재현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378호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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