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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가짜뉴스 + 민족주의= 한국 때리기 

 

김재현 칼럼니스트,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 중
중국, 사드發 반한 감정 갈수록 노골적 … ‘외부의 적’ 필요한 세력이 부추겨

▎2월 26일 중국 지린성 롯데마트 앞에서 중국인들이 ‘롯데가 사드를 지지하며 선전포고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때문에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커졌다는 뉴스가 자주 눈에 띈다. 사드 보복은 크게 중국 정부 차원에서의 경제 보복과 민간 차원에서의 불매운동, 이렇게 투 트랙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공식·비공식적인 경제 제재도 영향이 크지만, 민간 차원에서의 한국제품 불매운동은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 인터넷 공간에서의 반한 감정이 뜨겁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반한 감정을 부치기는 뉴스들은 가짜 뉴스이거나 민족주의(애국주의) 마케팅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왕홍(파워블로거)까지 가세

우선, 가짜 뉴스를 살펴보자. 3월 초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인터뷰 기사가 올라왔다. 한국의 ‘환구신문안’이라는 매체에서 중국인들의 롯데 불매 운동에 대해 신 회장을 인터뷰한 기사라고 한다. 인터뷰에서 신 회장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걱정할 필요 없다. 중국인들은 이익을 중시하는 모리배로서 줏대가 없기 때문에 가격만 내리면 바로 살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난리가 났다. 롯데 불매 운동에 관심이 없던 네티즌들도 웨이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공유하면서 노골적인 불만을 분출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기사다. 3월 6일 롯데그룹은 해당 인터뷰 기사가 사실무근이라고 정식 성명을 발표했다. ‘환구신문안’은 있지도 않은 매체이며 어떠한 매체와도 사드 관련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에 관해서는 기업으로서 다른 선택이 없었으며 중국에 대해 깊은 애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알고 보니, 인터뷰 기사는 중국 네티즌이 게시판에 올린 글이 웨이보에 소개된 후 급속히 퍼진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인들의 민족 감정을 자극하는 가짜 뉴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확산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3월 12일 무렵 한 여성이 롯데마트에서 몰래 라면을 부수고 음료수 병뚜껑을 따는 동영상이 중국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국내 언론에도 보도되며 중국에서 반한감정이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라는 걱정을 안겼다. 그런데, 49초에 불과한 이 동영상은 선양에 사는 중국인이 생중계 앱인 콰이쇼우에 올린 동영상이었다. 콰이쇼우는 이전부터 자극적이고 수준 낮은 동영상이 많이 올라오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팔로워가 5000여 명에 불과했던 이 네티즌은 중국 인터넷에서 일약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중국의 유명 왕호(파워블로거) 역시 애국주의 마케팅을 이용하고 있다. 팔로워가 459만 명에 달하는 무야란은 웨이보에 롯데를 비하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중국 국기를 배경으로 롯데를 고기를 좋아하는 개로 비유하면서 주인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한국 상품과 롯데 상품을 보이콧 하자”고 선동했다.

물론 선동적인 애국주의 마케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롯데마트에서 제품을 훼손한 여성은 중국 경찰의 주목도 받았다. 선양경찰은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이며 애국은 이성적으로 해야 하고 애국을 빌미로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은 어리석고 나쁜 행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무야란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중국 국기는 좌우가 뒤바뀌었고 배경 음악은 한국 음악을 틀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23세의 무야란은 화장품 판매를 해왔는데, 가짜 제품을 팔아 왔다는 질타도 받았다.

3월 12일 제주도에서 3400명이 단체로 하선을 거부한 크루즈 여객선 역시 마찬가지다. 3400명이 하나도 빠짐없이 하선을 거부했다는 뉴스 때문에 국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반감이 예상외로 크다는 느낌을 줬다. 중국 언론 역시 국내 언론의 뉴스를 받아서 보도했고 중국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하지만, 여기에도 반전이 있었다. 단체 관광을 갔던 기업은 2016년 인민일보에서 거론된 적이 있는 곳이었다. 좋은 뉴스가 아니었다. 다단계 마케팅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하선 거부를 이용해 중국 인터넷에서 회사 홍보에 나섰지만, 중국 네티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롯데 불매운동은 그동안 한국 기업 시늉을 했던 중국 기업들의 커밍아웃을 유도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그동안 한국 이미지를 팔아서 사업을 순조롭게 키워왔던 기업들이다. 중국의 불고기 식당 체인으로 유명한 한라산은 중국인이 설립하고 중국인이 운영하는 100% 본토기업임을 내세웠다. 설립자는 조선족 기업가다. 행정상으로는 중국인이 설립하고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국 기업이 맞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라산은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기업처럼 착각하게 유도하며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을 시도해왔다. 권금성이라는 불고기 체인점 역시 중국인이 투자하고 운영하는 중국 기업임을 강조하며 한국 색깔을 지우기 시작했다. 롯데 그룹의 술과 음료 등 모든 제품을 앞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의 민족주의 이해해야

이처럼 사드 배치로 인한 롯데 불매운동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 민족주의의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지난 몇 년간을 살펴보자. 2008년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자 중국은 항공기 구매 계약을 연기했다. 2010년 중국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가 노벨상을 받자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줄였다. 2012년 일본과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중국의 민족주의는 최고점을 찍었다.

중국의 민족주의 감정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 민족주의는 크게 네 가지 집단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전통적인 좌파이다. 이들은 서구에 대해 비판적이며 이념적으로도 사회주의에 편향돼 있다. 특히 서구적인 이념이 중국을 바꿀 것을 우려하며 개혁·개방 후에도 줄곧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해 오고 있다. 둘째는 보수세력이다. 이들은 국가 이익을 최우선시하는데 국가 이익은 경제력뿐 아니라 문화 같은 소프트 파워 역시 포함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민족주의는 국가 이익을 대표하는 소프트 파워 중 하나다. 중국적이고 민족적인 것은 모두 좋은 것이라고 여기며 서구의 문화 침입을 경계하고 있다.

셋째는 감정적인 민족주의이다. 최근 인터넷을 이용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민족주의 세력이기도 하다. 20~30대 젊은 층이 대다수인 이들은 성장하면서 중국 국력이 나날이 강해지는 것을 목격했고 중국의 발전에 대해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세기가 도래했다고 믿고 있다. 넷째는 민족주의의 이해관계자들이다. 이들은 문화, 문학, 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 민족주의를 이용해서 직접적인 이익을 얻는 집단이다. 이들에게 있어 민족주의는 믿음이나 의식 형태가 아니라 오로지 이익을 얻는 데 필요한 도구다. 국가 이익을 빌미로 개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외부의 적’이다. 곧장 외부의 적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기의 영향력을 확대한다. 사드 배치로 인한 롯데 불매운동, 반한 감정도 주로 민족주의 이해관계자들이 젊은 층을 이용해서 부추기는 형태다.

결국 중국의 민족주의 세력이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꼭 한국이래서가 아니라 ‘외부의 적’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와 민족주의 세력의 한국 때리기가 갈수록 세지는 느낌이다. 당황하지 말고 대처해나가자. 상황은 변한다.

김재현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377호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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