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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뜨거웠던 열기, 차갑게 식어간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미 금리인상, 원화 강세 등 시장 여건 불리해져 … 증시 조정 가능성 염두에 둔 매매전략 필요

주가 탄력이 약해졌다. 3월 초만 해도 당장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 같았지만 소강 상태로 들어간 것 같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환율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외국인 매수가 주가를 지탱해 줄 거라 믿고 있었는데, 기대가 어긋났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까지 하락하는 등 시장이 먼저 반응해 버린 게 전망이 빗나간 원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부담이 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3월 금리 인상에 이어 올해 안으로 3~4차례 추가 인상을 단행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지난 8년간 이어진 금융 완화 정책이 마무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의 기본 틀이 바뀌는 만큼 주가가 요동을 치는 게 당연하다. 수급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올 연초 이후 달러화로 환산한 종합주가지수가 15.6% 상승했다. 단기에 큰 수익이 난 만큼 외국인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원화 흐름에 따라 외국인의 매매가 급변할 수 있다.

그동안 주식시장을 끌고 왔던 동력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실적인데, 작년 한해 전체 상장사가 140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1분기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환율이 관건이다. 분기 내내 원화 강세로 기업 수익성이 손상됐을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1120원을 기록했던 작년 3분기에도 이익 추정치가 가파르게 낮아졌다. 두 번째는 미국의 경기 부양 정책이다.

인프라 투자부터 물가 상승까지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트럼프 케어’가 좌절되긴 했지만 정책 기대가 약해져 주가와의 관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실제 영향력은 크지 않다. 10년간 1조 달러로 추정되는 인프라 투자가 대표적이다. 미국 경제를 움직이기에는 턱없이 작은 투자금액이다. 보호무역도 그 효과를 검증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지난해 미국 대선 때부터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주목받은 것은 그 내용보다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당분간 차익실현 매물 출회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매매 전략이 옳은 것 같다.

대형주 상승은 기술적 반등으로 봐야

시장이 주춤해진 것과 별개로 대형주의 영향력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건설, 조선, 은행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작년 한해 동안 이들 종목 상당수가 50% 이상 올랐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60개 대형 기업의 영업이익이 43조원 감소했다. 2011년 고점 대비 이익이 63.3% 감소한 것이다. 대형주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익이 줄어든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업황의 기복이 심했다는 의미다. 이익이 급감함에 따라 주가가 요동을 쳐 고점 대비 80% 넘게 하락한 종목이 속출했다. 2014년 반전이 이루어졌다. 이들 종목 중 상당수의 영업이익이 바닥을 치고 회복되기 시작해 2년 동안 19조원이 증가했다. 이를 보면 최근 대형주 상승은 이익 증가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대형주가 추가 상승을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업종 하나하나를 볼 때 이익 둔화 요인이 명백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철강, 화학 등 중국 관련주는 수요가 좋지 않은 게 문제다. 2011년은 중국 특수가 정점에 달한 때다. 그 덕분에 관련 기업들은 자본재 수출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렸다. 이제 더 이상의 특수는 없다. 2011년에 비해 수요 증가가 현저히 둔화한 상태다. 그 영향으로 이익 증가세 역시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조선은 업황이 문제다. 조선업의 최고 호황기는 2007년이었지만, 수주 산업이란 특성 때문에 이익 증가는 2011년까지 이어졌다. 지금은 과거 과수요로 인한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실적이 바닥에서 벗어나더라도 수요가 늘어나지 않으면 이익도 증가할 수 없다. 자동차는 경쟁력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 2011년에 원·엔 환율은 1400원대를 기록하고 있었다. 미국 자동차 3사가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고, 도요타는 리콜 사태를 겪고 있었다. 국내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더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지금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 지난 몇 달 사이 원화 강세로 국내 자동차 회사의 자체 경쟁력이 약해져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다.

조선과 건설업의 이익이 지난 몇 년 사이 크게 줄어든 것은 업종 경기 둔화와 함께 수익 구조 악화 때문이었다. 짧은 시간에 이들 문제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대형주 상승은 크게 하락했던 주가의 기술적 반등 정도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중소형주는 걸림돌 많아

중소형주는 대형주보다 더 불리하다. 지금 시장흐름에 비켜서 있기 때문에 한동안 약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형주는 성장성을 동력으로 움직여 왔다. 2015년 상반기에 바이오를 비롯한 중소형주가 상승한 게 성장성을 반영한 가장 최근의 주가 흐름이었다. 성장성이라는 재료가 다시 부상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중소형주 전체를 움직일 정도가 되려면 성장하는 종목이 많고, 내용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1년 6개월 전 성장성을 반영해 큰 폭의 주가 상승이 있었던 만큼 당분간 쉬어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다음 성장성 재료로 ‘4차 산업혁명’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아직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대형주의 시장 지배력이 커진 것도 중소형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은행, 건설, 철강, 조선을 중심으로 대형주 상승이 진행되고 있다. 3월 들어 자동차까지 그 대열에 동참했다. 이들은 기업 내용이 잘 알려져 투자 결정이 어렵지 않다. 반면 중소형주는 기업의 역사부터 내용까지 따져야 할 게 많다. 지금은 풍부한 유동성을 이용해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대형주가 각광받고 있어서 중소형주 매매는 시장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

주가 순환 사이클도 중소형주에 불리하다. 중소형주는 대세 상승이 끝나고, 큰 폭의 하락장세가 나타난 후 안정을 찾는 과정에서 부상한다. 2015년이 그런 경우였다. 지금은 새로운 대세 상승이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실적이 더해졌다. 실적에 관한 관심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대형주에 맞춰지면서 중소형주가 더 더욱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수급도 대형주 중심으로 돌아간다. 3월 들어 외국인이 거래소 시장에서 하루 25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계속하고 있다. 코스닥은 80억원 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3월에 늘어나 이 정도이지 연초부터 따지면 2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3월 들어 종합주가지수가 크게 올라 사상 최고치 경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미국 증시가 상승을 거듭하고, 국내 상장 기업의 영업이익이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시장에 우호적인 여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선진국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넘지 못했거나, 이를 넘어섰더라도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시장만 예외적인 상승 속도를 보일 수는 없다.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가 좋지 않다는 요인도 넘어야 할 산이다. 당분간 개별 종목별로 시장에 접근하는 게 바람직한 투자전략인 것 같다.

1379호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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