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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국내 골프투어 관전 포인트] 성장세 꺾인 여자 골프, 바닥치고 오르는 남자 골프 

 

남화영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편집장
지난해보다 대회수 늘고 상금 올라... 골프 흥행 잇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 열려

▎월드레이디스에서 우승 트로피를 든 롯데 후원을 받는 김해림.
지난 3월 6일 제주도 스카이힐제주 골프장에서 열린 롯데렌터카여자오픈을 시작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매주 이어진다. 남자 대회는 지난달 20일 경기 포천의 몽베르골프클럽에서 한국프로골프(KPGT)투어인 동부화재프로미오픈이 첫 대회다. 하지만 올해는 남녀 투어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이색 이벤트도 신설된다. 투어의 외형과 선수 등 올해 관심을 가져야 할 관전 포인트를 점검한다.

여자는 줄고 남자는 늘었다

KLPGA투어는 지난해 말 중국여자오픈을 시작으로 총 31개 대회가 열리며 상금 규모는 209억원이다. 지난해 열린 대회 중 2월에 베트남 달랏에서 개최된 달랏레이디스챔피언십과 9월에 열린 미래에셋대우클래식이 없어졌다. 12월 하나의 대회가 예정만 되어 있을 뿐 지난해보다는 축소됐다. 지난해를 정점으로 여자 투어의 성장세는 꺾인 듯하다. 지난해 워낙 빽빽한 투어 일정을 잡다 보니 선수들조차 소화가 힘들 정도였다. 3년째 공석이던 KLPGA 회장직이 최근에야 채워지는 등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반면 KPGA투어는 지난해보다 7개 늘어난 19개 대회가 예정돼 있다. 총상금도 지난해 92억원에서 52억500만원 증가한 144억5000만원으로 추산된다. 대회 평균 상금액도 지난해 7억원보다 늘어난 7억6052만원이다. 남자 대회는 바닥을 치고 이제 상승 무드에 올라섰다.

사드 문제로 중국발 골프 타격

경북 성주의 롯데스카이힐성주가 지난 2월 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즉 사드 부지로 확정되면서 중국 현지에서는 롯데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한중 관계가 얼어붙고 있다. 우호적이던 골프 관계도 급랭했다. 중국골프협회(CGA)는 지난해까지 대한골프협회(KGA)와 공동 창설한 원아시아투어를 배제하고, 아시안투어와 파트너십을 모색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5~6월 매경오픈과 한국오픈을 원아시아투어로 치러야 하기 때문에 우려스럽다. CGA는 6월 중순 KPGA와 공동 인증하는 KEB하나은행인비테이셔널 대회를 부활시키기로 했던 계획도 내년으로 미루자고 요청했다. 지난달 하이난에서 마무리된 KLPGA 중국여자프로골프(CLPGA), 레이디스유럽투어(LET)의 공동 인증대회인 SGF67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는 롯데의 로고를 단 챔피언 김해림을 의도적으로 카메라 화면에서 배제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중 12일부터 하와이에서 열리는 롯데챔피언십에도 중국 선수가 대거 불참한다. 게다가 7월 중국 웨이하이에서 열리는 KLPGA투어 금호타이어여자오픈, 12월 베이징의 현대차중국여자오픈도 진행이 우려된다. 중국은 명시적인 경제 보복은 하지 않지만 스포츠를 통한 간접 보복은 치밀하면서도 노골적이다.

한국오픈서 디오픈 출전권 부여

1958년 9월11일 개막한 코오롱한국오픈이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아시아에서는 1913년 시작돼 올해 100회째를 맞이한 필리핀오픈이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다. 1927년 시작한 일본오픈에 이어 한국은 세 번째 오래된 골프대회 역사를 가졌다. 그래서 올해는 우승자와 2위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메이저 대회 디오픈(브리티시오픈) 출전 티켓을 받는다. 제146회를 맞은 올해 디오픈은 무려 28개의 카테고리로 출전권을 부여한다. 그 중 8개국 11개의 퀄리파잉 대회에 44개의 출전 티켓을 준다. 이 밖에도 112회를 맞는 아르헨티나오픈과 일본오픈 등 전통 있는 대회 우승자에게도 출전권을 부여했다. 올해부터 한국오픈은 디오픈 티켓 2장이 걸린 만큼 우승 경쟁이 더 치열할 것이다.

PGA투어 특급 티켓 제네시스챔피언십

현대자동차가 메인 스폰서가 돼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에서 제네시스챔피언십이 9월 21일부터 4일간 열린다. 총상금은 국내 투어 사상 최고액인 15억원이다. 이 대회는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제네시스오픈과 형제 대회 성격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까지 하와이에서 열리던 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를 미주법인이 있는 캘리포니아로 옮겨 첫 대회를 치렀고 더스틴 존슨이 우승하면서 세계 랭킹 1위에 올라섰다. 이 대회에서는 지난해 국내에서 제네시스 대상을 받은 최진호가 초청받아 출전했다. 따라서 올해 처음 열리는 국내 대회 우승자는 내년 PGA투어 정식 대회인 이 대회 티켓을 거머쥐게 된다. 국내 대회에서 우승해 태평양 건너 총상금 700만 달러인 대회 티켓을 거머쥔다는 멋진 각본이다.

국내 PGA투어 CJ컵@나인브릿지


▎지난해 한국오픈에 출전한 선수들이 포토콜을 하고 있다.
현대제네시스챔피언십이 PGA투어 티켓 한 장을 위한 등용문이라면 10월 19일부터 제주도 클럽나인브릿지에서 개최되는 CJ컵@나인브릿지는 국내에 처음으로 열리는 PGA투어 정규 대회다. 총상금이 925만 달러고 향후 10년간 열린다. 말레이시아에서 CIMB클래식을 마치고 건너온 78명의 PGA투어 선수가 컷 탈락 없이 4일간 대회를 치르고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챔피언스를 위해 중국 상하이로 날아간다. KPGA는 전혀 관여 못 하는 PGA투어 단독 개최라 아쉽고 국내 선수의 출전 티켓도 10장 미만일 것으로 예상된다. CJ는 2002년부터 3년간 LPGA 정규투어인 나인브릿지클래식을 국내에 도입해 한국여자 전성시대를 열었듯 미 PGA 투어 정규 대회가 침체된 한국 남자 골프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명분을 세웠다. 기대에 부응할지, 자기 땅에서 남의 대회 상금잔치를 열어주는 이벤트에 그칠지는 미지수다.

국내 여자 5대 메이저 체제


▎올해부터 메이저로 승격한 한화금융클래식의 지난해 우승자는 박성현이다.
올해 KLPGA투어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한화금융클래식이 메이저 대회로 승격된 점이다. 이 대회는 지난 1990년 한화컵서울여자오픈으로 처음 열렸고,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까지 8년간 개최됐다. 해외 유명 선수도 다수 초청했던 글로벌 이벤트였다. 2011년부터 한화금융클래식으로 재개되면서 6년째 열리고 있다. 첫 해부터 KLPGA투어 최대 상금(12억원)을 내걸었으며 해외 투어 선수가 대거 참가하는 등 메이저 대회 못지않은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이로써 KLPGA 메이저는 기존 한국여자오픈, KLPGA챔피언십, KB금융스타챔피언십,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 더해 5개 대회로 늘었다. LPGA투어 역시 5대 메이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온·오프라인 결합한 티업지스윙메가오픈

올해 KPGA투어 중에 가장 색다른 시도를 하는 대회는 9월 7일부터 청라 드림파크CC에서 열리는 KPGA 티업지스윙메가오픈이다. 올 초 지스윙을 인수하면서 스크린골프 업계 독보적인 2위로 올라선 티업비전을 보유한 마음골프는 이 대회를 온·오프라인이 융합하는 이벤트로 만들고자 한다. 1차 온라인 예선전은 지난 3일부터 시작했다. 7월까지 4개월간 스크린 골프 제전을 통해 월 100명씩 총 400명의 예선 참여자를 가린다. 8월에 열리는 온라인 본선에선 120명을 추려낸다. 마지막 관문으로 최종 선발전 대회가 열리는 드림파크CC에서 필드 예선을 통해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상위 14명에게 코리안투어 정규 대회 출전 자격을 주어 투어프로와 샷 대결을 펼치도록 한다. 마음골프는 이를 세계 최초의 ‘O2O(Online to Offline) 대국민 골프 오디션’이라고 이름붙였다.

대회 8개 후원하는 카이도 시리즈


▎올해 남자투어에서는 장타자들의 화끈한 대결이 예상된다. 왼쪽부터 김건하, 허인회, 김태훈, 김봉석.
국내 남자골프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골프 용품사인 카이도코리아는 지난 2년간 시즌 마지막 대회로 투어챔피언십을 개최했다. 올해는 총 8개 대회를 카이도 시리즈로 개최하기로 했다. 4월 27일부터 무안CC에서 열리는 1차 카이도 시리즈 유진그룹전남오픈을 시작으로 2차전(5월), 3차전(6월)을 거쳐 6월 말에는 지난해까지 열리던 군산CC오픈에서 상금액을 키워 하림군산CC전북오픈으로 개최한다. 하반기는 7월 13일부터 5차 카이도 시리즈가 예정되어 있고, 8월말 다이내믹부산오픈이 6차, 9월 말의 제주오픈이 7차 이벤트로 열린다. 그리고 11월 2일부터 8차 시리즈이면서 총상금 10억원의 ‘투어챔피언십’으로 개최된다. 아직 스폰서가 정해지지 않은 2,3,5차 대회는 상금액이 현재 3억원이지만 스폰서가 붙으면서 증액될 가능성이 크다. 6개 대회가 카이도의 이름으로 신설됐다. 시리즈의 총상금만도 41억원에 달한다.

다승자냐 신인이냐 KLPGA

2013년부터 장하나, 김효주, 전인지, 박성현까지 KLPGA 상금왕은 매년 국내 무대를 휘어잡는 스타로 떠올라 해외로 진출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세가 없는 다소 밋밋한 투어가 예상된다. 현재로서 가장 유망한 선수는 지난해 3승을 거둔 고진영이다. 이밖에 지난해 메이저 포함 2승씩 거두면서 뒤늦게 꽃이 핀 김해림, 배선우를 주목할 만하다. 김해림은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지난달 시즌 첫 대회인 월드투어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며 앞서 나가고 있다. 지난해 2승을 올린 이승현, 장수연, 조정민도 국내 여제 등극을 노린다. 박지영, 이소영, 김예진 등 1승을 올린 투어 새내기들의 각오도 당차다. 올해 본격 시즌을 열 장은수, 전우리, 이정은의 패기도 만만찮다. 여자투어는 미세한 기량 차이의 춘추전국시대 양상으로 전개될 것 같다.

KPGA는 장타자 4강전

올해 KPGA투어는 장타 4인방의 대결을 기대해볼 만하다. 2015년 최장타자인 마르틴 김을 제외하고 2012년부터 장타자 4명이 올해 비거리 경쟁에 자신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테리우스’란 별명에 국내 2승의 김태훈은 2013년 비거리 275m로 장타상을 탔다. 이후 드라이버 용품 계약과 스윙 변화로 지난해 25위(262m)까지 내려갔으나 올해는 장타자 본색을 되찾았다. 지난해 가을 군대를 전역한 허인회는 2014년 KPGA투어에서 270m, 일본남자프로골프(JGTO) 투어에서 273m로 두 나라에서 동시에 장타왕에 올랐다. 지난해 평균 268m로 장타상을 차지한 김건하는 장타왕 타이틀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 현재 미국에서 장타를 위한 큰 스윙 아크와 유연성 트레이닝에 몰두하고 있다. 2012년에 282m로 역대 최장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를 기록한 ‘괴력의 장타자’ 김봉섭 또한 장타의 감을 되찾았다. 허벅지 둘레가 여자허리보다 두꺼운 68cm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그는 장타왕에 복귀하겠다는 각오다.

1380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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