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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간편식(HMR) 시장 3社3色] 3조원 시장 놓고 치열한 기술 경쟁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CJ제일제당, 상온 보존 기술 탁월... 오뚜기 냉동피자 키우고, 아워홈은 70여 종 라인업

▎4월 14일 CJ제일제당 백설요리원에서 열린 ‘비비고 R&D 토크’행사에서 HMR 개발 담당자가 제조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핏물 뺀 양지살을 3시간 동안 우려내 육수 2~3t 분량을 만듭니다. 여기에 손으로 일일이 찢은 살코기와 7cm로 큼지막하게 썬 대파와 토란대를 넣어 가정에서 갓 끓인 육개장의 맛을 최대한 구현했습니다.”

비비고 가정간편식(HMR)을 탄생시킨 이남주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비비고 육개장에 들어간 노하우를 설명했다. 4월 14일 서울 쌍림동 CJ제일제당 본사 1층 백설요리원에서 열린 ‘비비고 R&D 토크’ 자리에서다. 지난해 6월 출시한 비비고 육개장은 출시와 동시에 비비고 HMR 제품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제품이다. 이 제품의 한 달 평균 매출은 10억원에 이른다. 이밖에 다른 HMR 메뉴의 매출도 크게 늘어 CJ제일제당은 올 들어 2월까지 HMR 국·탕·찌개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37.7%를 기록했다.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올해 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aT농식품유통교육원 유통연구소는 2009년 7100억원 규모이던 HMR 시장이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7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는 이보다 늘어난 3조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한 aT농식품유통교육원 교수는 “1인 가구가 크게 증가하며 혼술·혼밥족이 늘어난 데다 청년실업률 문제가 가속화되며 젊은층의 소비가 위축돼 외식 대신 집에서 간편하게 때울 수 있는 HMR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HMR 시장이 팽창하며 유통·식품업체도 앞다퉈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정간편식은 완조리된 제품을 데워먹거나 포장된 재료를 볶거나 끓이는 것만으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가리킨다. 말 그대로 가정에서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제품군이다. 예전부터 즐겨먹던 인스턴트 카레나 냉동피자도 광범위한 의미의 가정간편식에 속한다. 그중 최근 식품업계의 화두가 되는 종류는 국·탕·찌개를 기본으로 한 한식 완조리제품이다.

지난해 전체 HMR 시장 2조3000억원 가운데 국·탕·찌개 완조리 제품 규모는 약 730억원이다. 이 시장은 2017년 현재 CJ제일제당(37.7%)과 오뚜기(27%)·아워홈(5%) 3개사가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30%에 이른다. 업체별로 강세를 보이는 메뉴에 따라 점유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아직까지 절대 강자는 없다.

HMR 시장 7년 만에 3배 성장한 3조원대 예고


▎오뚜기가 지난해 출시한 볶음밥 HMR 제품(왼쪽). 아워홈은 HMR 상품화가 어려운 생선탕 메뉴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췄다.
오뚜기가 1981년 출시한 ‘오뚜기 3분 요리’는 간편식의 원조로 꼽힌다. 98년에는 업계 최초로 사골곰탕을 내놔 관련 시장에서 현재까지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사골곰탕으로 인해 전체 국 간편식 시장이 확대됐고, 이후 트렌드에 따라 육개장·설렁탕·도가니탕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에는 김치참치덮밥·제육덮밥 등 6종 출시한 후 진짬뽕밥과 부대찌개밥을 추가로 선보였다. 올해 들어서 쇠고기미역국밥·북어해장국밥·사골곰탕국밥·양송이비프카레밥 등 5종을 추가 출시하면서 총 13종을 판매하고 있다. 다른 식품업체가 한식메뉴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사이 오뚜기는 피자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해 5월 출시한 ‘오뚜기 피자’가 이후 7개월 동안 올린 매출은 130억원으로, 연간 50억원이었던 시장을 250억원 규모로 끌어올렸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 피자 취급거래처가 계속 늘고 있어 올해는 냉동피자 시장이 400억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5년 말부터 가정간편식 연구개발에 나선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브랜드로 간편식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올해 3월까지 비비고 가정간편식의 누적매출은 300억원이다. 지난 한 달간 매출은 65억원(소비자가 기준) 규모다. CJ제일제당 측은 “매월 매출이 늘고 있어 연말까지 7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냉장이나 냉동이 아닌 상온에서도 유지돼 맛을 극대화하는 점은 비비고 가정간편식 연구개발(R&D)의 핵심으로 꼽힌다.

제조한 음식을 고온 가열하면 장시간 보존이 가능한 반면 원재료의 맛과 식감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식품업체가 기술력 부족과 유통상 안전을 위해 고온 가열처리한다. CJ제일제당은 이 점을 개선해 원재료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9~12개월이라는 긴 유통기한을 확보했다. 살균 방법도 소스·건더기·육수 등 모든 재료를 함께 포장한 뒤 동일 온도에서 살균 처리한 과거 방식에서 탈피, 분리 살균 방식을 적용하면서 육수의 풍미와 건더기의 원물 조직감을 향상시켰다.

이남주 수석연구원은 “데이터와 영양을 중시하는 연구원과 맛을 최우선시하는 셰프 사이에 타협점을 찾는 개발 과정에서 제품의 질도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 말 논산·진천공장에 별도 생산라인을 구축한 만큼 탕·국류에 추가 신제품을 출시해 사업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업계 최초로 냉장 HMR(국·탕·찌개류)을 출시한 아워홈은 HMR 제품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국·탕·찌개 제품군의 라인업은 업계 최대 규모인 70여 종에 이른다. 아워홈 HMR 가운데는 타사에선 아직 출시하지 않은 메뉴가 있다. 바로 생선탕이다. 생선은 손질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비린내와 부패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잡기 어렵다. 또 생선 단백질 조직이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에 비해 연하고, 가열이나 냉동에도 취약해 상품화가 어려운 대표적인 식재료로 꼽힌다.

CJ제일제당, 별도 생산라인 구축하고 해외 진출도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전처리 공정을 통해 생선의 비린 맛을 억제하고, 조직감을 향상시켰다. 아워홈 관계자는 “생선을 해동하는 염수를 일정 온도 미만으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생선의 비린내를 잡았다”며 “생선살이 부서지지 않고 탄력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 단백질이 나트륨과 닿으면 조직이 단단해지고 저온 상태에서 근육이 수축되는 원리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탕류 가정간편식은 일정한 맛과 제품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더기(생선 삶기)와 육수를 따로 조리한다. 건더기와 육수를 함께 조리할 경우, 맛의 밸런스를 통제하기 어렵고 재료들이 한데 혼합되어 있어 포장시 상품으로서 갖추어야 할 각 재료의 함량을 맞추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생선 자체의 맛 성분이 국물로 우러나오고 육수의 간이 생선에 배어드는 과정이 없어 육수 맛이 깊지 않거나 건더기와 육수 맛이 따로 노는 경우가 많다. 이에 아워홈은 생선 원물 농축 소재를 개발해 인공감미료 대신 육수에 넣어 깊은맛을 냈다는 설명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국·탕·찌개류는 소비자가 가장 즐겨 찾는 간편식인 동시에 원물 식감을 유지하기 어려운 메뉴”라며 “결국 원재료 맛을 유지하는 기술을 가진 업체가 HMR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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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3호 (201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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