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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의 오프라인 영토 확장] 역쇼루밍족 취향 저격 온라인 넘어 제도권 유통서 막강 파워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한국형 SPA로 유행 반영해 인기... 백화점에 입점하거나 정식 매장 속속 선보여

▎2004년 의류 쇼핑몰로 출발해 10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스타일난다는 오프라인에 진출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은 2012년 문을 연 스타일난다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 사진제공·스타일난다
# 20대 후반의 직장인 김소현씨는 올 여름 친구들과 함께 동남아 여행을 계획 중이다. 김씨는 휴양지에서 입을 원피스를 온라인 패션 쇼핑몰에서 검색해보고 게시판에 올라온 구매 후기까지 꼼꼼히 살펴본 후에 명동에 있는 백화점에 들렀다. 김씨는 원피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고 친구들의 반응이 좋아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마침 여름 정기세일 상품인데다 현장에서 회원 가입을 한 덕분에 25% 할인가를 적용받았고 사은품으로 예쁜 우산까지 얻었다. 김씨는 집에 돌아가 만족스러웠던 쇼핑 체험을 자신의 블로그에 자랑삼아 올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보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쇼루밍 소비 패턴으로 인해 오프라인 업체들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역쇼루밍(reverse showrooming)’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쇼루밍 & 리버스 쇼루밍 트렌드’에 따르면 온라인 구매 기피형, 충동 구매형, 가격 역전형 소비자들이 역쇼루밍 소비를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구매 기피형은 온라인에서 정보 검색은 많이 하지만 온라인 쇼핑은 꺼리는 유형이다. 이들은 배송 오류나 반품 지연, 화면상의 제품과 실제 배송된 제품의 차이 등 다양한 문제로 온라인 쇼핑에 대해 거부감을 보인다.


충동 구매형은 인터넷을 하는 도중에 우연히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하면 매장에 가서 바로 구매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온라인 배송을 기다리지 못하고 당장 사용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가격 역전형 구매는 다각도에서 신중하게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에게서 나타난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원하는 제품을 찾고 가격을 확인한 후 오프라인 매장 중 특별 할인 행사를 하거나 사은품 등 부가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곳을 검색한다. 김민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정보를 수집하고 본인의 니즈에 가장 적합한 채널에서 쇼핑을 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하나의 연결된 시장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온 오프의 장점을 취합해 상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융합하는 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더 큰 효용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오프 시너지 살려야 시장 선점에 유리


▎2014년 서울 중구 소공동의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서 열린 리뉴얼 오픈식에서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의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역쇼루밍 소비 패턴의 확산에 힘입어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오프라인 시장으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발 빠른 인터넷 패션 쇼핑몰들은 오프라인 유통에 강한 백화점과 손잡고 소비자들과의 직접적인 접점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 행사를 여는가 하면 소비자 정보를 활용해 개인 취향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슈즈 전문 쇼핑몰 사뿐의 홍대 매장. 이곳에서는 자체 제작한 합리적인 가격의 수제화를 선보인다. / 사진제공·사뿐
지난 2014년 온라인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여성 패션 쇼핑몰 ‘스타일난다’는 오프라인에 진출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2012년 롯데백화점 본점에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연 스타일난다는 일주일 만에 매출 2억원을 내고 월평균 매출 9억원대를 유지하며 롯데백화점의 효자 브랜드로 급부상했다. 2013년 매장을 낸 패션 브랜드 ‘나인’ 역시 오픈 이후 매달 8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오프라인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이들 브랜드의 활약을 계기로 롯데백화점은 더욱 적극적으로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 유치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현재 20여 개의 브랜드가 전국 롯데백화점에서 1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 선보인 신규 매장만도 벌써 13개다. 롯데백화점 스타시티점과 명동점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임블리’는 지난 3월 동부산점에 이어 4월 김포공항점과 잠실점에 새롭게 입점했으며, 조만간 창원점과 평촌점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그밖에 ‘아이스크림12’, ‘미건스타일’, ‘사뿐’ 등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다영 롯데백화점 영캐주얼 바이어는 “온라인 패션 브랜드들은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고, 다양한 디자인의 상품을 소량 판매하는 전략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해 왔다”며 “이들 브랜드가 온라인 채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앞 다투어 백화점에 입점하면서 한국형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온라인 스타 브랜드들의 치열한 오프라인 진출 경쟁


▎엘큐브 가로수길점 3층에는 임블리·나인·미건스타일 등 다양한 온라인 패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 사진제공·엘큐브
백화점 입점뿐만 아니라 플래그십 스토어나 팝업 스토어를 여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스타일난다는 2012년 홍대, 2015년 가로수길에 이어 지난해 서울 명동에 세 번째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고, 중국·홍콩·마카오·일본·태국·싱가포르 등지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슈즈 전문 쇼핑몰 ‘사뿐’은 지난해 홍대 1호점을 열고 오프라인 유통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최근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명동점에도 매장을 선보인 사뿐은 트렌디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20~30대 여성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치유의 옷장’은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롯데 엘큐브 가로수길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4월 잠실점에서 개최한 행사에도 2주 동안 2000여 명이 몰려 2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한편 대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역시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소비자 접점 찾기에 나서고 있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패션 스트리밍 서비스 ‘프로젝트 앤’은 최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남성복 브랜드 ‘스트라입스’는 스타필드 하남에 첫 매장을 오픈하는 등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86호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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