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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 부는 V커머스 열풍(Video+Commerce)] 120초 영상으로 10~30대 사로잡는다 

 

허정연 기자 jypower@jjoongang.co.kr
모바일·SNS 활용 적극적인 젊은층 구매 유도... TV 광고나 홈쇼핑 진출 어려운 중소업체 진입 장벽 낮춰

▎CJ오쇼핑과 협업하는 콘텐트 제작사 ‘그리드잇(푸드 콘텐트 전문 제작사)’이 V앱 콘텐트인 ‘오늘 또 뭐 먹지’를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다. CJ오쇼핑은 2시간짜리 영상을 다시 30분으로 편집해 자사 T커머스 채널에서 방영한다. / 사진제공·CJ오쇼핑
인기 개그우먼이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야식을 먹는다.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올리는 댓글을 보며 음식 맛을 평가한다. 방송을 보며 ‘나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해당 상품을 홈쇼핑이나 온라인몰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다. CJ오쇼핑이 5월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첫선을 보인 ‘오늘 또 뭐 먹지’ 내용이다. CJ오쇼핑이 V커머스(비디오커머스) 콘텐트 제작·방영에 나선다. CJ오쇼핑은 온라인 콘텐트 제작사 ‘그리드잇’ ‘칠십이초’와 손잡고 미디어커머스 콘텐트를 제작해 자사 T커머스 채널인 ‘CJ오쇼핑플러스’를 통해 방영한다고 밝혔다. 해당 콘텐트는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보유한 콘텐트 제작사의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 채널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홈쇼핑업계에서 그동안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모바일 홈쇼핑 방송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별도의 콘텐트 제작에 나선 것은 CJ오쇼핑이 처음이다.

티 나는 광고 아닌 자연스러움이 관건

영상(Video)과 상업(Commerce)을 결합한 V커머스는 쉽게 말해 웹 사이트에 올린 영상을 통해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기존 T커머스가 텔레비전을 통한 상거래라면 V커머스는 영상 콘텐트를 모바일이나 SNS에서 선보이며 좀더 적극적으로 소비자를 찾아간다. V커머스 영상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주요 소비층 역시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10~20대다. CJ오쇼핑이 V커머스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기존과 다른 젊은 소비층을 잡기 위해서다. CJ오쇼핑 오길영 영업본부장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온라인커머스 시장에서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트로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홈쇼핑 채널의 주 고객층은 40~50대다. 또 홈쇼핑이나 TV 광고가 일정한 시간 동안 제품을 소개하거나 사용법을 알리는 반면 V커머스는 2~3분의 짧은 영상을 무한대로 내보낼 수 있다. 콘텐트를 본 소비자의 반응도 더 즉각적이다. 한 V커머스 영상 제작자는 “초반 10초 내에 시청자 눈을 사로잡을 만큼 재미있고 신선한 내용을 담는 게 관건”이라며 “제품 사용법을 자세히 알려주기보다는 제품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재미있는 웹드라마가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V커머스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대놓고’ 광고처럼 보여선 안된다는 점이다. SNS에 배포되는 특성상 광고 거부감을 줄일 수 있도록 정보를 담으면서도 재미있어야 한다. V커머스의 최대 장점은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받아 실시간으로 방송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보여주던 TV방송의 한계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표현과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홈쇼핑을 구매 목적이 있는 시청자가 본다면, V커머스는 생활 팁을 알려주듯 자연스럽게 제품을 노출시킨다. 시청자가 부담 없이 편하게 시청하다가 자연스럽게 구매하도록 한다.

V커머스를 잘 활용한 대표적인 예가 뷰티제품이다. 이들은 주로 자사 제품 사용 전후 동영상을 찍어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지난해 설립한 신생업체 블랭크티비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비비크림이나 흑채·향수 등 남성용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직접 만든 동영상을 활용해 자사 제품을 판다. 영상 제작부터 유통·마케팅까지 자체적으로 한다.

블랭크티비는 지난해 5월 남성 모델이 자사 뷰티 제품 브랜드 ‘블랙몬스터’를 사용해 머리 스타일링을 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후 한 달 동안 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6개월 여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힘입어 이 업체는 벤처캐피탈로부터 약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 V커머스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남대광 블랭크티비 대표는 “대기업처럼 비싼 TV 광고를 할 여력이 없어도 V커머스 방식으로 얼마든지 상품을 기획·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며 “이때 중요한 것은 SNS 동영상이 재미있고 유익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분야를 막론하고 V커머스 열풍이 불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3월 유명연예인이나 1인 크리에이터가 등장하는 영상 콘텐트 제작해 쇼핑에 적용했다. 앞서 유명 뮤지션이 거리공연에서 착용한 패션 아이템을 동영상을 보며 구매하게 한 ‘메가폰싱어’ 콘텐트의 성공에 따른 후속 기획이다. 김문웅 SK플래닛 비즈본부장은 “모바일 쇼핑 시대를 맞아 영상 콘텐트 소비가 왕성한 10~20대 젊은 층을 고정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V커머스 방식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인터파크투어는 여행상품 정보를 영상으로 제공하는 ‘여행TV 여보세요’ 서비스를 론칭했다. 기존 이미지와 텍스트 위주의 상품 소개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여행상품 정보를 생동감 넘치는 영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여행상품을 읽지 말고 보세요’라는 콘셉트에 맞게 123초의 짧은 영상 속에 여행상품·가격·혜택·주요 일정 등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노선희 인터파크투어 기획운영팀장은 “읽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의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방식으로 여행상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매월 추천 여행지를 정해 한정기간 선보이는 상품으로, 고객의 몰입도를 높이고 여행지에 대한 사전정보를 익힐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글로벌 V커머스 사업을 위해 지난달 ‘뷰티바이블 스튜디오샵’을 열고 중국 등 글로벌 뷰티 시장 개척에 나섰다.

뷰티·여행상품 중심으로 콘텐트 제작

전문가들은 V커머스가 중소·벤처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출 것이라고 기대한다. 판매자의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제작·유통할 수 있어서다. 또 누구든 클릭하고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오픈마켓의 특성상 확대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콘텐트의 형태나 주제도 자유롭다. 획일화된 내용을 정해진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는 홈쇼핑과 다른 점이다.

해외에선 V커머스가 정착 단계에 있다. 커머스 종합 쇼핑몰 메이시스(MACYS), 타겟닷컴(TARGET.COM) 등에는 제품 설명을 담은 영상 콘텐트가 제품과 함께 업데이트된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비디오커머스 활용 해외마케팅’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다음카카오·SKT·CJ E&M 등 국내 기업은 물론 알리바바·아마존·페이스북 등 해외 온라인 유통사들이 비디오 커머스를 추진 중에 있다. 신성은 무역협회 이사는 “유통업계의 동영상 콘텐트를 통한 판매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며 “그간 해외 마케팅이 쉽지 않았던 중소업체 역시 V커머스를 통해 다양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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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6호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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