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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스가 제안하는 사무환경 트렌드] 수시로 변신하는 트렌스포머형 사무실 뜬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직군별 특색 맞는 공간 제시 … 수평적 소통 늘며 협업 공간 ‘쑥’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IT 직군에서는 높낮이가 조절되는 모션데스크를 배치해 효율성을 높였다. / 사진·허정연 기자
‘사람은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사람을 만든다.’ 윈스턴 처칠이 공간의 중요성을 두고 한 말이다. 최근 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가구나 인테리어 등 홈퍼니싱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직장인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 환경은 어떨까. ‘사무환경이 기업문화를 만든다.’ 사무가구 전문기업 퍼시스가 가구 제조를 넘어 사무환경 컨설팅 기업으로 거듭난 배경이다. 이종태 퍼시스 부회장은 5월 31일 서울 오금동 퍼시스 본사에서 열린 ‘퍼시스 사무환경 세미나’에서 “사무실은 이제 단순히 일하는 공간을 넘어 기업문화와 업무 특성을 고려한 하나의 핵심 경영전략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오피스 4.0 시대’가 열렸다는 얘기다. 이날 퍼시스는 신규 브랜드 캠페인을 소개하고, 사업전략과 최신 사무환경 트렌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윤기언 퍼시스 사업부 상무는 “조직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스마트 기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직원의 업무 특성을 고려한 공간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 삼성동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 지역사무소에는 25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이들 중 75% 이상이 가맹점을 관리하는 영업직 사원이다. 일주일 중 월요일만 회사로 출근한다. 김태진 GS리테일 총무팀 차장은 “월요일은 회의실을 잡기 힘들 정도로 사무실이 붐비지만 나머지 요일은 대부분의 책상이 텅텅 빈 상태였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직원들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공간 효율성을 높이고자 사무가구 전문회사인 퍼시스에 사무환경 컨설팅을 맡겼다. 지난해 5월부터 약 5개월간의 컨설팅을 거쳐 재탄생한 사무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변신하는 ‘트랜스포머형’이다.

TF팀 늘며 4명 이하 소규모 회의 필요성 커져


▎서울 오금동 퍼시스 본사에서 5월 31일 열린 ‘퍼시스 사무환경 세미나 2017’ 기자간담회에서 이종태 퍼시스 부회장이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듭니다’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세미나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 퍼시스
책상을 옮기는 것은 물론 움직이는 문을 여닫는 방식으로 오전에는 대규모 회의실로, 오후에는 고객 상담실로 바뀐다. 박정희 퍼시스 사무환경기획팀장은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 영업직원의 특성을 고려해 고정석을 없앤 대신 개인 사물함을 설치하고, 요일에 따라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움직이는 사무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5월 22일 퍼시스는 서울 광화문 디타워에 전시공간과 업무공간을 결합한 ‘워킹(Working) 쇼룸’을 선보였다. 퍼시스 광화문 센터에서는 직군별 업무 행태와 특성을 연구·분석해 도출한 5가지 콘셉트의 전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5가지 유형은 크게 영업, 인사·총무, IT개발·연구, 디자인·설계, 마케팅·기획 직군으로 나뉜다.

우선 영업직은 외근과 회의가 잦은 점에 착안해 책상을 공유하는 비지정석 형태로 공간을 구성한다. 대신 별도의 개인 사물함을 제공해 공간 효율을 높인다. 반대로 업무체계가 명확하고, 문서 작업이 많은 편인 인사담당자와 총무관리자는 독립된 업무 공간이 필수다. 업무상 많은 서류를 검토하는 점을 고려해 확장이 가능한 책상을 배치해 넓은 작업면을 확보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문 분야에서 고도의 집중 업무를 수행하는 IT 개발자나 전문연구원 역시 독립된 공간을 필요로 한다. 팀원 간 교류가 적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므로 칸막이를 설치하는 것도 좋다.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높낮이가 조절되는 모션데스크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디자인과 설계를 주로 하는 업무에서는 넓은 작업 면적이 필요하다. 또 참고 서적이나 샘플 등을 보관하기 위해 넉넉한 수납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3~4인 규모의 프로젝트가 잦은 특성을 고려해 팀 협업이 가능하도록 업무 공간 가운데 간이 테이블을 배치한다. 개인 업무와 협업의 비중이 비슷한 마케터나 기획자의 경우 파티션이 있는 책상과 라운드 테이블을 둘 다 두는 것이 업무 효율을 높인다. 업종이나 업무 스타일에 따라 사무실 분위기는 다르지만 공통적인 흐름도 있다. 갈수록 협업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퍼시스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오피스 내 협업 공간은 전체 업무 면적의 11% 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2007년 이전보다 3% 상승한 비율이다. 회사 내 TF팀과 팀 내 협업이 증가하면서 여럿이 소통하고, 업무를 공유하는 공간 역시 늘었다는 분석이다. 박정희 팀장은 “중대형 크기의 회의실을 선호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의 협업 공간은 여러 개의 소회의실로 구성하는 추세”라며 “국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평균 회의 참석 인원이 4인 이하라는 답변이 60%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에 스마트 기기와 연동 가능한 디스플레이 장비를 갖춘 소규모 회의실 조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퍼시스 측은 “회의 공간이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직원 휴게 공간도 지속적으로 커지는 추세”라며 “일하는 공간도 편하고, 즐거워야 한다는 인식이 국내에서도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인터뷰 | 권수범 퍼시스 가구연구소 수석 디자이너 - 집처럼 편한 사무환경 욕구 커질 것


퍼시스는 1989년 국내 가구업계 최초로 기업 부설 가구연구소를 설립했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엔지니어가 공동 연구해 만든 사무가구는 국내 가구업계에서 유일하게 세계 3대 디자인상((iF, 레드닷, IDEA)을 휩쓰는 쾌거를 안았다. 그 중심에는 권수범 수석 디자이너가 있었다. 1999년 퍼시스 가구연구소에 공채로 입사한 권 디자이너는 올해 초 상무이사 자리에 오르며 ‘공채 출신 1호 임원’이 됐다. IT와 결합한 회의 시스템인 ‘비콘’, 수평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오피스 시스템 ‘인라인트 & 인에이블’ 시리즈 등이 그의 최신작이다. 권 디자이너에게 국내 사무가구 시장에 대해 물었다.

사무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무공간과 주거공간의 차이가 컸다. 그런데 갈수록 그 간극이 줄어들고 있다. 말 그대로 회사가 ‘집처럼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하면서부터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공간에 대한 관심, 환경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초반에는 가구산업이 제조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사무가구와 가정용 가구는 어떻게 다른가.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누가 구매하느냐의 차이다. 사무가구를 일종의 비용이라고 여기는 기업은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 해도 비싸면 사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일반 가구보다는 합리적인 부분을 많이 고려하는 편이다.”

사무가구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주거공간은 싫증이 나면 바꿀 수 있지만 사무가구는 그렇지 않다. 한번 구매하면 교체하기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내구성을 높이는 게 최우선이다. 미국·유럽 등 우리나라보다 안전에 대한 기준이 더욱 까다로운 국가의 기준에 맞춰 실험을 실시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계속 업그레이드하지만 디자인에 있어서는 유행을 타지 않는 게 중요하다. 너무 튼튼하게 만들다 보니 새로 구매를 잘 안 하는 게 문제다(웃음).

디자인과 기술이 상충하는 부분은 어떻게 극복하나.”

“디자인을 하는 행위 자체가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사무가구는 장식을 하거나 군더더기를 붙일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떤 소재와 부품을 쓰느냐가 중요하다. 소재가 디자인인 동시에 구조체가 된다.”

좋은 사무환경이란 무엇일까. 앞으로의 시장을 전망하자면.

“사용자의 편의를 극대화한 사무실이다. 집처럼 편안한 사무공간에 대한 요구는 점점 커질 것이다. 다만 개인 가구보다 가격 장벽이 높은 시장이라 원목 등 값비싼 자재를 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원목이 아니더라도 자연친화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1388호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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